제183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83장 — 창조 이전의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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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신전 안]
“문이 닫히고 있어!”
켄슈이가 외쳤다.
하지만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발을 들였고,
그 순간부터 각자의 과거와 만나는 의식이 시작된 것이다.
세란의 시야는 어두웠다.
그러나 어둠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건 그녀의 기억,
보다 정확히 말하면
지워졌던 기억들의 조각이었다.
“언제부터… 네가 나를 조종하고 있었지?”
세란의 목소리가 울릴 때,
눈앞에 나타난 것은
흙빛 날개를 단 아이였다.
그 아이는 세란과 똑같은 얼굴.
그러나 감정이 없는 눈동자.
“너는 내가 버린 가능성이야.”
켄슈이는 진흙투성이의 평야에 서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두 손엔, 부러진 검.
그리고 앞엔,
죽은 듯 누운 어린 시절의 형.
“… 형은 왜 나를 남겨두고 떠났지…?”
그러나 그의 형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사라졌고,
켄슈이의 검은, 다시 불꽃으로 부활했다.
> "상처를 칼로 바꾸는 자가 돼라."
루엔은 반쯤 무너진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거울엔 열세 개의 얼굴.
그는 이중첩자였고,
어릴 적부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넌 누구지?”
그는 묻는다.
거울은 대답했다.
“나는 너를 만든 자, 루엔. 그리고 나는 너야.”
“그럼, 나의 충성은 누구에게 속하지?”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에게.”
그 순간, 거울 속의 루엔은
검은 왕관을 썼다.
아자켈은 홀로,
고요한 흰 방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엔,
어린 시절의 세란이 쓴 편지가 놓여 있었다.
> “선생님, 저는 오늘도 하늘의 언어를 배웠어요.
제 뼈에서 울리는 진동이…
무섭기도, 따뜻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저는 믿어요. 진실은 아플 수 있어도,
그 끝은 누군가의 구원이 될 수 있다고.”
그 편지를 읽고 있는 아자켈의 눈엔 감정이 없었다.
그러나 왼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래서 널 버렸지, 세란.
진실은 감정 없이 봐야만 깨달을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세란은 어둠 속에서 소녀와 대면한 채,
이마를 맞댔다.
“너는 내가 될 수도 있었던 또 하나의 나.
하지만 이제,
네 슬픔까지도 내가 껴안을게.”
그 순간,
두 세란이 하나로 합쳐졌다.
심장의 뼈가 울렸다.
그건 창조 이전의 뼈,
‘리브라 카덴시아(Libra Cadentia)’,
균형을 잃고 추락하는 하늘의 잔해.
신전의 중심에서,
모든 이들이 동시에 눈을 떴다.
그들은 이제 서로의 과거를,
상처를, 진실을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었다.
아자켈이 중얼거렸다.
“… 이건 예정보다 빠르군.”
켄슈이가 검을 뽑았다.
“이게 끝이라면… 멋지게 끝내자.”
세란이 손을 들었다.
그녀의 등 뒤에서,
하늘의 뼈들이 흰빛으로 날개처럼 펼쳐졌다.
“아니.
이건 끝이 아니라, 태초의 문을 여는 시작이야.”
그 순간,
신전 바닥이 갈라졌다.
기억 이전의 심연,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던 창조 전의 ‘0 세계’가 열리며
그들은 모두 붕괴하는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