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191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기억과 공허가 충돌하는 차원의 전장,

그 속에서 깨어나는 고대의 비밀—


제191장


“기억의 칼끝, 공허를 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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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균열’이라 불리는 장소. 그것은 현실과 상상이 겹쳐진 차원의 전장이었다. 세란과 니할이 마주 선 그곳은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선이자, 기억과 망각이 맞부딪히는 심연의 끝이었다.


검은 땅 위로 하늘빛의 조각들이 유리처럼 흩날렸다. 푸른 파편은 빛을 머금은 채 공중을 부유하다 이내 사라지고, 땅 아래에서는 형체 없는 어둠이 조용히 번져가고 있었다. 세란과 니할은 아무 말 없이 마주 선 채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조차 침묵했고, 세계는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세란은 고요한 그 공간에서 마음속으로 울리는 파문을 느꼈다.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 그녀는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격투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정신, 아니 존재의 가장 밑바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니할의 눈동자 안에는 흐릿한 전생의 파편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인간이었고, 별의 사제였으며, 하늘을 설계했던 자였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것을 잊은 자였다.


“넌 너 자신을 지키려 애쓰겠지.” 니할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바위틈에서 새어 나오는 지하수처럼 차고 깊었다. “하지만 넌 아직, 네 기억의 깊이를 모른다. 누구의 죽음을 잊었고, 누구의 울음을 외면했는지 알고 있나?”


그의 말과 함께 세란의 손끝이 떨렸다. 심상의 창이 공명했고, 거짓말처럼 과거의 장면들이 그녀를 덮쳤다.


어머니의 마지막 미소. 잃어버린 동생의 손. 처형당한 연인의 마지막 숨결.

그 모든 기억이 창끝에서 불꽃처럼 피어오르며 그녀의 시야를 잠식해 갔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한걸음 물러섰다. “... 넌 왜… 내 기억을 알고 있어?”


니할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잔인한 자만의 미소였다. “내가 먹은 자들의 기억 속에, 너는 수없이 등장했으니까. 넌 이미 수백 번 망각의 길에 발을 들였고, 매번 나를 거부했지.”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검은 틈새 속에서 어둠의 맹수—‘블라슈’가 튀어나왔다. 그 존재는 무형의 형상으로, 눈에 보이는 순간 그 존재를 인식한 이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짐승이었다.


세란은 그 형체를 보는 순간 머리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심상의 창을 들어 그 맹수를 정면으로 찔렀다. 빛이 폭발했고, 현실은 찢어졌다. 공간이 뒤틀리고, 시간의 결이 갈라졌다.


“난… 다 기억할 거야!” 세란의 비명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설령 그것이 날 부수더라도!”


그 순간, 그녀의 창끝에서 금빛의 불꽃이 치솟았다. 그것은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라, 순수한 기억의 조각들이었다. 그 빛은 니할을 덮쳤고, 그의 표정 위에 처음으로 고통의 그늘이 스쳤다.


“기억은 너를 구하지 않아.” 니할은 차갑게 말했다. “오히려 너를 파괴할 뿐이지.”


“그렇다면,” 세란은 피에 젖은 손으로 창을 다시 쥐며 대답했다. “파괴 속에서 진실을 찾겠어. 그게 나야.”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니할의 가슴 위에 금빛 문양이 떠올랐다. 놀란 듯 눈을 치켜뜬 니할은 뒷걸음질을 쳤다.


“너… 너는… 선택받은 자가 아니었는데… 어떻게 그 문양을…”


그때, 세란의 내면에서 하늘의 뼈가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오래된 종처럼 낮고 울림이 깊었다.


“네가 기억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억은 상처를 주지만, 동시에 너를 강하게 만든다.”


그 말과 함께 하늘에서 빛줄기가 쏟아졌고, 세란의 머리 위엔 고대어로 된 문장이 떠올랐다.


기억이 존재를 완성하리라.


니할은 아무 말 없이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공허는 그의 형체를 삼켰고, 존재는 일그러졌다. 그는 패배한 자처럼 사라졌지만, 그 뒷모습엔 단념이 아닌, 기다림과 더 큰 의도가 숨어 있었다.


“좋아… 세란.” 그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흩어졌다. “넌 나를 ‘불완전한 구원자’라 부르겠지. 하지만 다음번엔, 네가 나에게 구원을 빌게 될 거야.”


전장이 침묵으로 돌아왔다.


세란은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손에서 심상의 창은 갈라지고, 하늘의 뼈는 흐릿한 빛을 발하며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단단했다.


“나는 기억을 끝까지 지킬 거야,” 그녀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것이 고통이라도. 그게 바로 나니까.”


그 순간, 그녀의 등 뒤로 미묘한 빛의 파장이 일었다. 그림자와 빛 사이에서 하나의 존재가 조용히 솟아오르고 있었다.


모든 기억의 시작. 고대 사원에 처음 봉인되었던 존재.

전설 속에서조차 잊혀졌던 이름.


**‘첫 사제의 혼’**이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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