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202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20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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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지우는 자, 그리고 기억을 끝내지 못한 자들


하늘은 더 이상 파랗지 않았다.
그것은 빛의 파장을 잃은 색, 혹은 지나간 모든 시간의 반사체처럼 무채색으로 변해 있었다.
세란이 하늘의 뼈를 품은 이후, 세계는 ‘기억’이라는 단일한 축을 중심으로 새롭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흐르지 않았고, 감정은 축적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과거를 잊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망설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 변화가 누구에게나 축복은 아니었다.
기억을 끝내지 못한 자들, 그들은 고통 속에 있었다.

“세란은 신이 된 것이 아니라, 감옥이 된 거야.”
자이랭은 어딘가 부서진 탑의 그림자 아래에서 중얼였다.
그의 목소리는 전보다 한층 더 거칠고, 불신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옆에서, 늙어버린 미카소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감옥이라기보다는… 계약에 가까워. 그 누구도 완전히 신이 될 수 없어. 그녀는... 우주의 기억을 보관하는 도서관이 되었지.”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녀를 버릴 수는 없어.”
취휑니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녀는 세란을 배신자라 부르지도 않았고, 신이라 찬양하지도 않았다.
단지, 하나의 존재가 ‘인간’에서 떠나간 그 비극에 대해 감정의 중심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결단해야 했다.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세계를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기억을 품은 채 과거의 고통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

“나는... 어머니의 마지막 눈빛을 잊고 싶지 않아.”
자이랭은 칼날 위에 묻어있는 피를 바라보았다.
그건 그가 사랑했던 사람의 것이었고, 배신한 형제의 것이었으며, 이제는 색을 잃어버린 과거의 조각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잊어버리면, 나는 내가 누군지조차 모르게 될 거야.”

그 순간, 바람이 일었다.
공허의 씨앗, 어둠의 씨가 다시 깨어나는 신호였다.
기억을 지우는 자, 새롭게 탄생한 존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노바일.
세란이 떠오를 때, 동시에 지하 깊은 곳에서 깨어난 존재였다.
그는 세란과 반대편에서 작용하는 ‘망각의 대사제’였다.

“기억은 죄야.”
노바일은 검은 눈을 뜨며 속삭였다.
“모든 분열, 모든 전쟁, 모든 상처는 기억에서 시작돼. 너희는 왜 아직도 붙잡고 있지?”

그의 발밑에서 땅이 꺼지고, 어둠이 넘실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나간 기억들을 삼키는 힘을 갖고 있었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정체성을 해체시켰다.

“세란은 선택을 내렸어. 나는 그 선택을 부정하러 왔지.”

노바일은 기억의 역류를 일으켰다.
먼 옛날의 전쟁이 다시 펼쳐지고, 사라졌던 자들이 부활했다.
죽은 자의 영혼이 산 자를 대신해 분노했다.
기억의 파편이 날카로운 칼처럼 세계를 베기 시작했다.

자이랭은 검을 다시 집어 들었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어. 세란이 하늘의 뼈가 되었다면, 우리는… 기억의 칼날이 되어야 해.”

“그래,” 미카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기억이 끝나는 그날까지, 절대로 잊지 말자. 누구를 사랑했고,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
기억을 끝내지 못한 자들의 싸움이,
망각을 숭배하는 자와 기억을 지키려는 자 사이에서,
이제 다시 한번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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