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5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205장
---
지훈의 기억, 셔터를 닫다
―기억의 문, 지훈의 내면―
어둠 속에서 불현듯 셔터 소리가 울렸다.
찰칵.
찰칵.
찰칵.
그는 눈을 떴다.
빛바랜 어안렌즈 뒤로, 먼지 낀 창문을 통해 노을이 비쳐 들고 있었다.
지훈은 자신이 고등학생이던 시절의 낡은 사진 현상실에 서 있었다.
그는 한 손에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벽에는 누구보다도 소중했던 인물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 이름.
세연.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세연아… 이 기억은, 나만의 거짓이었을까?”
그의 머릿속에선 수없이 되감았던 장면이 다시 재생됐다.
졸업을 며칠 앞두고, 세연과의 마지막 촬영.
도심을 벗어나 간 허름한 폐기차장.
강 건너 너머, 세연이 멍하니 바라보던 하늘.
“내가 널 찍은 건… 널 이해하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넌 언제나… 프레임 바깥에 있었지.”
지훈은 슬그머니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의 세연은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두 겹이었다.
겉으론 환했지만, 눈동자 안쪽에는 지워지지 않는 피로와 체념이 숨어 있었다.
“그때 난 몰랐어. 네 안에서 무너지고 있던 게 뭔지…”
찰칵.
셔터가 다시 울렸다.
하지만 이번엔 그의 손이 아닌,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어떤 존재의 손에서였다.
노바일.
그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폭의 어두운 필름처럼, 기억의 방을 뒤덮으며 속삭였다.
“넌 그녀를 찍었지만, 단 한 번도 그녀를 보지 않았지.
피사체로 남기길 원했을 뿐, 진실한 고통은 담지 않았어.”
지훈은 그 말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니… 난—”
“널 위해 말해줄까?”
노바일이 손을 들어 올리자, 벽에 걸린 사진이 일렁이며 변형되었다.
그 안의 세연이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물은 액자 바깥으로 흘러내렸고, 기억은 물처럼 번져 지훈의 발목을 감쌌다.
“진짜 그녀는 네가 떠난 날, 지하철역에서… 혼자 사진을 태웠다.
그건 너를 원망해서가 아니라,
네가 그녀의 진심을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리란 걸…
스스로 알았기 때문이지.”
지훈은 무너졌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카메라는 멀찍이 바닥에 굴러가 있었고, 뷰파인더는 깨져 있었다.
그때였다.
손.
어떤 따뜻한 손이 그의 어깨를 짚었다.
“너, 다시 셔터를 눌러야 해.”
세란이었다.
그녀는 지훈의 기억 속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 역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하늘의 뼈가 인도한 길을 따라 모두의 기억을 함께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지훈은 중얼였다.
“난… 너무 늦은 게 아닐까.”
“늦었지. 하지만 끝나지 않았어.
네가 기억을 품고 있다면… 그녀의 존재는 지금도 살아 있어.
셔터는 기록이 아니라, 약속이야.”
지훈은 천천히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이번엔 프레임 너머가 아닌, 프레임 안쪽의 진실을 보기 위해.
찰칵.
이번엔 분명히, 빛이 있었다.
그리고 노바일의 그림자는 처음으로 움찔했다.
왜곡된 기억 안에서 누군가가 진실을 다시 찍었을 때,
그는 균열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지훈의 내면의 전쟁은
작은 승리를 통해 균열을 만들어냈다.
하늘의 뼈가 다시 빛났고, 기억의 방 하나가 잠시 봉인되었다.
하지만 남은 이들의 방은 아직 열려 있었다.
다음은 엠마.
그녀의 기억은 ‘기술과 자연’이 분열되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