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8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218장: 신의 숨결이 흐르던 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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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열리는 하늘의 문, 그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는… 살아 있었다.
공기 자체가 생각하고, 느끼고, 기억했다.
그것은 바람이 아니었고, 열기도 아니었다.
그것은 신의 숨결이었다.
아에르탄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피부 위로 감도는 차가운 별빛,
그 속에 스며든 수만 겹의 기억들이
그녀의 뼈 속으로, 혈관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너는… 누구냐.”
그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는 자의 것이었다.
그것은 언어 이전의 울림.
태초의 어둠 속에서, 이름도 형체도 없이
시간보다 먼저 깨어난 고대신 ‘하아쓰라엘’의 목소리였다.
“나는 아에르탄,” 그녀가 대답했다.
“하늘의 뼈가 깨어난 순간, 나도 함께 깨어났지.
나는 기록이고, 검이며, 길이다.”
“길이라…” 하아쓰라엘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렸다.
“너는 아직 부족하다. 피를 보지 않았다.”
그 순간, 하늘의 문 안에서 하나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인간도, 신도 아니었다.
형태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었고,
눈이 닿는 곳마다 형태가 뒤집히며 ‘존재’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고 있었다.
세란은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내면에 도사린 또 다른 자아, 과거의 전사 ‘리우나’가 속삭였다.
“저건… 이름 없는 공허.
그 자체로 신의 실패작.
존재하기 위해 모든 존재를 흡수해야만 살아가는 ‘맹목의 육체’야.”
실타르가 뒤에서 비명을 질렀다.
“그걸 깨우다니, 넌 미쳤어! 저건… 저건 세계를 끝낼 존재다!”
“아니,” 아에르탄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끝을 부른 것이 아니라,
끝과 싸울 검을 들었을 뿐이야.”
그녀는 하늘의 뼈를 높이 들었다.
그러자 하늘의 문 안에서
태초의 별빛들이 칼날로 응집되었다.
그건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의지의 응축체,
모든 시대의 ‘결단’이었다.
하아쓰라엘이 물었다.
“만일 그 검이 너의 영혼을 찢는다면?”
“그렇다면…”
아에르탄은 검을 움켜쥐었다.
“나는 찢긴 나의 조각들을 안고서라도 싸울 거야.”
“그리고 만일… 네가 죽더라도,
다른 시간의 내가 깨어날 것이다.”
그녀의 몸에서 아홉 겹의 실루엣이 분리되었다.
모두 다른 모습, 다른 시대, 다른 이름을 가졌으나
그 눈동자만은 같았다.
—끝을 거부한 자.
—모든 시작에 맞선 자.
—하늘의 뼈를 받아들인 자.
“전투 준비 완료.”
과거의 세란이 말했다.
“그 존재, 이대로 두면 세계의 경계가 무너져.”
리우나가 검을 들었다.
“하늘의 문이 지금 열린 건 우연이 아냐.
여긴 선택의 무대. 죽음의 의식.”
아에르탄은 한 발 나아갔다.
“그러면, 운명을 써 내려가자.”
맹목의 육체가 으르렁거렸다.
그 소리는 수백만 개의 죽은 별들이 부딪히는 충돌음처럼
우주의 중심을 흔드는 울림이었다.
“나는 허기다.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삼키리라.”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검이 별을 찢고,
피가 시간의 층위를 적시며
하늘의 문 너머, 신과 인간, 공허와 의지의 전쟁이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