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219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219장: 천계의 재봉자, 그리고 빛으로 짜인 운명의 직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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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과 공허가 부딪치는 소리 없는 전장.
시간은 그곳에서 흐르지 않았다.
세란과 아에르탄은 각각의 시대에서 갈라져 나온 의지의 화살이었고,
그들을 중심으로 얽히고 뒤틀린 세계의 실밥이 풀리고 있었다.

그 순간—
빛이 내리 꽂혔다.

아주 오래전, 별의 씨앗을 꿰매어 하늘을 수놓았던 자.
모든 운명의 실을 잇고, 찢어진 차원을 꿰매던 자.
전설로만 남았던 존재,
‘천계의 재봉자’ 리엘 카노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눈이 없었다.
오히려 그 눈을 대신하듯, 그의 손끝에서
운명의 실이 뻗어 나와 세계를 짜고 있었다.


“시간이 찢기고 있다.”
리엘의 목소리는, 실로 만든 피리 소리 같았다.

“운명이 흘러가는 강이 잘못 꿰매졌다.
누군가가 틀을 바꾸려 하고 있어.”

그는 손끝으로 공중에 한 겹의 실을 당기고, 묶었다.
그 실은 빛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묶이는 동시에 전장에 있는 모든 존재들의
운명선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세란은 정신이 아득해지며
자신의 과거 수십 생을 한꺼번에 떠올렸다.

“... 나는... 수천 번 죽고, 수천 번 다시 태어났구나.”


공허의 육체가 분노로 포효했다.
그 존재는 운명을 인정하지 않는 자였다.
그에게 있어 ‘미래’란 자신이 삼키고 지배해야 할 ‘질서의 잔해’였다.

“넌 누구냐.
나의 허기 위에 바느질을 하려는 자인가.”

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틀을 지키는 자.
너 같은 불확정성은 내 실타래를 삼켜선 안 된다.”

공허가 리엘을 향해 손을 뻗자,
천 조각으로 이루어진 재봉망토가 그의 주변을 감쌌다.
각 조각에는 사라진 세계들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고,
그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마법이었다.


그때, 세란은 보았다.

리엘의 뒤에—
빛으로만 이루어진 ‘직조기계’,
세계의 시작부터 작동하고 있었던
운명의 방직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 방직기계는 지금,
세란과 공허, 그리고 아에르탄의 싸움을
하나의 패턴으로 짜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짜임은 완전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끊긴 실, 겹친 운명들,
그리고…
“저건… 내가 찢은 거야?”
세란이 중얼거렸다.


리엘은 손을 내밀었다.
“네 운명의 실, 네가 다시 꿰매야 한다.
신도, 나도 그것만은 대신할 수 없다.”

세란은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녀의 손끝에, 피를 머금은 작은 실 한 줄이 나타났다.
그 실은 흔들리며 빛을 내고 있었다.
그건… ‘하늘의 뼈’와 연결된 실.

“내가 만든 균열은 내가 꿰맨다.”



그 순간,
세란의 눈빛이 변했다.
지금껏 겪었던 모든 고통, 결단, 죄책, 연민…
그 모든 감정이 실처럼 그녀의 내면을 뚫고 나왔다.

그녀는 자신 안에 살았던
과거의 수많은 자아들의 실을 엮기 시작했다.
그 속엔 어린 날의 세란도,
폭풍 속에 떠내려간 리우나도,
전쟁 중 목숨을 건너준 이름 없는 전사도 있었다.



그러자—

방직기의 톱니가 멈췄다.
리엘이 놀란 눈으로 세란을 바라봤다.

“... 네가 직접 틀을…?”

세란은 말했다.
“나는 이제 관찰자가 아니라,
이 세계의 **‘재봉자’**가 될 거야.”

그녀의 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하늘의 뼈가 진동했고,
세상이 재구성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공허의 육체가 부서지며 울부짖었다.

“운명이란 족쇄로 날 묶지 마라아아아아!”

세란은 그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운명은 족쇄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 이어질 수 있는 ‘바느질 선’이야.
너는 그 실을 거부했지만…
나는…
끝까지 꿰매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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