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0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220장: 신의 실타래가 다 풀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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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아주 천천히
‘운명의 방직기’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톱니가 삐걱거리며 움직이자
세계는 다시금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를 걷기 시작했다.
세란은 여전히 실을 꿰매고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이어진 실은
아직 엉켜 있는 수많은 운명의 매듭을 향하고 있었고,
그 매듭마다 하나의 얼굴, 하나의 시간, 하나의 고통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녀의 손이 멈췄다.
“이건…”
세란의 눈에
특정한 운명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실은 불에 그을려 있었고,
찢긴 채로 아무 데도 이어지지 않은 채,
공중에서 유령처럼 떠돌고 있었다.
그 실에는
그녀가 결코 잊지 못할 한 이름이 깃들어 있었다.
“아에르탄…”
그녀는 그 실을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잡았다.
손끝이 닿자마자,
격렬한 고통이 심장을 뚫고 들어왔다.
“그 실은 꿰맬 수 없어.”
뒤에서 리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실은 스스로를 끊어낸 자의 것이야.
그 실에 다시 매듭을 지으려면…
너는 그와 함께 떨어져야 해.”
세란은 묻는다.
“떨어진다는 게… 무슨 뜻이야?”
리엘은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이 세계의 틀 너머로 가야 한다.
그 실은,
우리의 언어와 개념이 닿지 않는 ‘무(無)’의 경계에 남아있다.”
그 순간,
운명의 방직기에서 빛이 솟구쳤다.
하나의 새로운 틈이 열리며,
완전히 다른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은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 절대공간.
‘빛도 그림자도 없는 하얀 심연’이었다.
세란은 그 문 앞에 선다.
그리고 결단한다.
“그를 되돌리고 싶어.
아에르탄의 실을 꿰매야,
이 세계도 완성돼.”
리엘은 눈을 감는다.
“너는 이제 재봉자가 아니라,
설계자가 되려는구나.”
세란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누군가 해야 하니까.”
그녀가 한 걸음 내딛자
그 순간부터 그녀는
모든 차원의 경계를 잃었다.
몸이 찢기지 않았다.
의식이 무너졌을 뿐이다.
자아, 기억, 이름조차
하얀 심연 속에서 부유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에르탄의 실루엣이 나타난다.
그는 살아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그’가 아니었다.
공허의 일부였던 그의 정신은
자신을 찢고 남은 찌꺼기로 존재하고 있었고,
그 실루엣은 오직 세란만이 알아볼 수 있었다.
“세란…?”
그의 목소리는 아득하고 낮았다.
세란은 가까이 다가가며 실을 꺼내든다.
“내가… 널 다시 꿰매러 왔어.”
“나는… 실격한 자야.
세란, 넌 나 같은 존재를 붙잡지 마.”
“너는 실격하지 않았어.
단지, 실이 끊긴 것뿐이야.
내가 다시 꿰매줄게.”
그녀는 방직기의 실을 꿰어
그의 심장에 닿게 했다.
실이 심장을 관통하자,
빛과 어둠이 동시에 퍼졌다.
“기억나… 세란.
우리… 별의 무덤에서…”
“응.
넌 늘 하늘을 두려워했지.
하지만 넌 가장 하늘에 가까운 사람 중 하나였어.”
아에르탄은 눈을 감고 고개를 떨궜다.
그의 눈물은… 실처럼 길게 흘렀다.
그리고
실이 완전히 매듭지어졌을 때—
하얀 심연의 중심에 거대한 울림이 일었다.
그 울림은
세계의 재시작이었다.
다시 운명의 방직기가 움직였고,
하늘의 뼈는 새로운 고리를 형성했다.
아에르탄은 서서히 그 하얀 심연에서
세란과 함께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