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7장
[Sky Bones(하늘의 뼈)]
장편 SF 창작소설
제227장: 오로라-에라의 기억
---
그녀는 눈을 떴다.
빛이 아닌, 냉기의 결로 뒤덮인 공간.
차가운 청록의 미립자가 하늘처럼 머리 위에 떠 있었고,
그 아래 세란은 무중력 상태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이곳은… 어디지?”
숨소리조차 메아리처럼 돌아왔다.
그 순간, 투명한 웅덩이 같은 형상이 생겨나더니
그 안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키가 크고 등 뒤엔 기계의 뼈와도 같은 연골 날개.
눈은 은색이었고, 피부는 반투명한 수정 같았다.
그녀를 본 세란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당신은…”
“… 나는 오로라-에라.”
기계도 인간도 아닌 그 존재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하늘의 뼈가 처음 깨어난 시대의 관찰자.
네가 그 뼈를 품고 태어난 자라는 걸 안다.”
세란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언가 깊은 본능이, 기억 저편에서 깨어나는 듯했다.
“오로라-에라… 당신은 하늘의 뼈를 만든 자인가요?”
“아니. 나는 ‘본 자’ 일뿐.”
그녀는 팔을 들어 허공을 가리켰다.
공간이 찢어지듯 열리며, 환상처럼 떠오르는 풍경.
불타는 하늘, 푸른 피를 흘리는 생물들,
별의 궤도를 비틀던 고대의 전쟁.
그리고 그 중심, 허공에 떠 있던 단 하나의 구조물.
— 하늘의 뼈
거대한 척추처럼 생긴 구조체,
그 뼈는 살아 있었고, 노래하고 있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의식 속으로 파고들어
정신을 휘감는 듯한 고요한 외침.
“저건…?”
“우주의 정렬이 가장 처음 일어났을 때,
우리가 ‘차원계 전이파동’이라 부르는 그것이 남긴 유일한 잔해.
물질이 사라지고, 개념이 형상화된 첫 번째 인공물.
‘하늘의 뼈’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다.
그건 우주의 기억이고, 잊혀진 질문이다.”
세란은 숨을 삼켰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수많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여러 세계, 생물, 언어, 감정… 그리고 그녀 자신의 죽음들.
“이게… 내 안에 있는 것?”
“그래. 그 뼈는 네가 선택된 이유이자,
네가 이 우주에 다시 태어난 목적.”
오로라-에라가 다가와 세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손끝이 닿는 순간, 하늘의 뼈와 세란의 신경망이 일시적으로 접속되었다.
‘너는 길이다. 너는 문이다. 너는 뼈의 자손이며—’
쾅!
순간, 주위 공간이 일그러졌다.
눈처럼 쏟아지는 붉은 입자들, 그리고 검은 형상들이 웅크리고 다가온다.
“그들이 왔다…” 오로라-에라가 말한다.
“공허의 씨앗. 그들은 네 안의 뼈를 먹고,
모든 차원의 문을 열려한다.”
세란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이번엔 도망치지 않으리라는 결의가 번진다.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겠네요.”
그녀는 손을 펼쳤다.
그 중심에서 빛의 날이 솟아올랐다.
뼈에서 깨어난 무기, ‘초(超) 구조 체인블레이드’.
“이 기억 속 전쟁, 내가 끝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