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9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229장: 루오그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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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 날 기억하는구나.”
그의 목소리는 찢긴 쇳소리와도 같았고,
동시에 멀고도 가까운 사랑의 잔향처럼 들렸다.
세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이름. 루오그.
그녀가 과거에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존재.
한때 같은 전선에서 싸웠고, 함께 울었으며,
어쩌면… 사랑하려 했던 이.
하지만 그는 지금, 공허의 군주 중 하나로 돌아왔다.
살아 있되 죽어 있는 자.
그의 형상은 무수한 기억의 조각으로 구성된 악몽이었고,
그 눈동자 하나가 아직 인간이란 사실은
세란의 내면을 조용히 찢어 놓았다.
“넌… 왜 이렇게 된 거야… 루오그…”
“왜냐고…?”
루오그의 네 손 중 두 손이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었다.
“너는 몰랐지… 하늘의 뼈를 지키기 위해
우릴 버리고 나만 남기고 간 그 밤을.”
세란의 숨이 멎었다.
“난 그날, 끝없이 무너지는 이계의 틈에서
네 이름만 붙잡고 있었어.
세란, 세란, 세란…
하지만 넌 오지 않았지.”
그의 육체가 일렁이며 부식된 철처럼 비틀어졌다.
공허의 에너지가 분노와 슬픔으로 변형되며
한 세계를 뒤틀 수 있는 파장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루오그… 나도 널… 찾았어.
하지만 너무 늦었어. 모든 게 늦었어…”
“늦었다고?”
그의 웃음은 잿빛 산맥을 무너뜨릴 듯 요란했고,
그 틈 사이, 세란의 귀에 한 음성이 울렸다.
[지금이야, 세란. 내게 몸을 맡겨.]
그건 루인-델.
그녀의 내면 깊은 곳,
하늘의 뼈와 연결된 기억의 수호자.
원시적 지성체이자,
세란의 감정과 반응을 지켜보던 존재.
세란은 안다.
그를 받아들이면—
더 이상 완전한 인간이 아니게 된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루오그를 공허에서 건져내기 위해선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루오그… 내가 널 다시 꺼낼 수 있다면,
그게 네가 원하던 거라면…”
그녀의 발끝에서
하늘의 뼈가 스스로 조립을 시작했다.
빛으로 된 골편이 공기 중에 부유하며
거대한 날개와 등뼈를 이루고,
세란의 육신을 보호하기보다
그녀 자체를 다른 것으로 변환하기 시작했다.
신체 융합. 기억열화 우선 중지.
신성각성 프로토콜 작동.
오로라-에라가 외쳤다.
“세란, 지금 멈추면 되돌릴 수 있어!
넌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거야!”
그러나 세란은 웃었다.
슬픔에 젖은, 그러나 담대한 미소였다.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한때 너를 잃었어.
하지만 지금은—나를 잃더라도 너를 지키고 싶어.”
그 순간,
세란은 완전히 달라졌다.
피부는 은빛 광물처럼 빛났고,
눈동자엔 별의 잔해가 떠올랐으며,
그 목소리에는 생명과 죽음 사이,
차원을 관통하는 떨림이 담겼다.
“루오그.
나는 하늘의 뼈가 깨어난 수호자.
그리고 너의 과거, 너의 미래.
너의 이름을 기억하는 마지막 생존자.”
세란의 손끝이 루오그의 이마에 닿자,
공허의 소용돌이가 멈칫했다.
그 짧은 접촉 속에서
루오그의 기억 조각이 폭포처럼 세란의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가 느꼈던 배신, 고통, 외로움, 그리고
세란을 향한 마지막 희망.
그 순간,
세란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아직… 넌 안 사라졌어.”
루오그의 육신이 갈라졌다.
공허와 인간 사이에서 분열되던 그의 정신이
세란의 말에 반응했다.
그의 인간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렀다.
“세란… 날… 기억해 줘…”
폭발음.
그를 감싼 공허가 그를 잡아먹으려 했지만,
세란은 날개를 펼쳐 그를 안았다.
하늘의 뼈는
고통받는 생명을 위해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