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234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234장: 기억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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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깨어난 그녀의 눈은 짙은 안개 속에서도 빛났다.
그것은 빛이면서 동시에 어둠이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수백 겹의 시간과 전쟁과 죽음이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루오그, 지금 당신이 마주한 건—
내가 감당하지 못했던 것.”

세란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과거의 그녀는, ‘하늘의 뼈’의 중심에서
단 한 가지를 포기했다.
그것은 바로 파괴의 기억.
세계가 처음 무너졌던 날,
그날의 진실.

**

한편, 루오그는 여전히 공허와 대치하고 있었다.
검은 입자들이 공중에서 뒤틀리며
그를 집어삼키려 했다.
그러나 그의 손끝은,
단 하나의 씨앗에서 비롯된 생명의 파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억이 너를 부숴줄 것이다.」
공허의 목소리는 수천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 친구, 연인, 적, 아이, 노인…
그는 그 모든 얼굴을 직시했다.

—“네가 나를 덜어내려 한다면,
나는 너의 모든 이름을 부르겠다.”

루오그는 외쳤다.
그는 하나하나의 이름을 되뇌었다.
죽어간 이들의 이름,
기억 속에서 흐릿해진 동료들의 이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가장 잊고 싶었던 한 이름을 부르짖었다.

“에라인!”

공허가 멈칫했다.
그 이름은 루오그가 지웠던 죄책감의 핵이었다.
에라인,
그가 구하지 못했던 누이.
그의 잘못된 선택이 그녀의 생명을 앗았고,
그 기억은 공허에게 틈이 되었다.

“나는 잊지 않겠다.
그 고통도,
그 죽음도,
그 진실도.”

공허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과 달랐다.
그것은 존재의 붕괴에서 비롯된 비명,
무가 형태를 가지려다 찢기는 과정이었다.

세란의 존재가 그 틈으로 뛰어들었다.

“이제야 만났네, 공허.”

세란은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등에서 빛나는 문양이 퍼졌다.
그것은 하늘의 뼈에 남겨진 마지막 인장,
그리고 그녀가 감춰왔던 파괴의 파동.

“너는 내 과거였어.
나의 실패였고,
나의 기억이었지.”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속삭였다.
그러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너를 끝낼 거야.”


공허는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검은 깃털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러나 그 깃털 하나하나가
세란의 기억에서 부딪히고 찢겨나갔다.
그것은 전쟁이었다.
존재와 부정,
기억과 망각,
두 의지의 전면전이었다.

루오그는 세란의 곁에 섰다.
그들은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함께 중얼거렸다.

“—잊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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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하늘의 뼈가 울렸다.
진짜 ‘하늘’에서,
기억의 파장이 퍼지며
온 우주를 뒤덮기 시작했다.

공허는 마지막 울음과 함께 갈라졌다.
그 중심에서
검은 씨앗 하나가 남았다.

세란은 조심스레 손에 쥐었다.
그 씨앗은 따뜻했다.
죽은 것이 아니라,
새로 태어날 무언가였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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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렇게,
기억을 품은 자로서,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조차 아직 모르는
또 다른 ‘깨어나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하늘의 뼈에서조차 배제된 자,
고대의 심연 그 너머에 잠들어 있던
**‘제3의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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