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6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236장: 존재의 경계, 의지의 전쟁
---
심연의 하늘 아래,
세란과 루오그는 잊힌 의지 앞에 섰다.
시간이 정지된 듯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은 전투 전의 숨죽임과 같았다.
“내가 묻는다.”
잊힌 의지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이질적인 여운을 남기며 귓가를 때렸다.
“너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단지 기억이냐, 아니면 의미 없는 감정의 잔해냐?”
세란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결단이었다.
“우리가 지키려는 건 감정도, 기억도 아니야.
의지야.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길 원했는가에 대한 의지.”
그 말은 잠자고 있던 ‘하늘의 뼈’를 진동시켰다.
세상의 뼈대처럼 굳건히 남아 있던 에테르 구조가 흔들렸다.
공간이 울고, 시간의 경계선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잊힌 의지가 움직였다.
그의 한 걸음에 땅이 깎여 나갔고,
공기 중의 빛이 도려졌다.
그는 검이 없었다.
필요하지 않았다.
그의 존재 자체가 무기였기 때문이다.
루오그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곧 세란의 등 뒤로 다가섰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함께 가자.”
세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의 뼈에서 튀어나온 결정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그 하나하나는 과거의 기억을 담고 있었고,
세란의 내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 감정의 파편이었다.
아버지의 죽음.
언니의 비명.
자신이 피하지 못한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그녀의 발밑에서 새로운 결계를 만들고 있었다.
“이건 내 과거고,
내 책임이야.”
세란은 씨앗을 들었다.
그 순간, 씨앗이 존재를 자각하듯 미묘하게 진동했다.
생명의 박동이었다.
잊힌 의지는 그 박동에 반응하듯 손을 뻗었다.
그러나 닿기 직전,
세란이 외쳤다.
“지금부터는—
내가 너를 잊을 거야!”
공간이 뒤틀리고,
세상이 파열음을 냈다.
공허보다 깊은 심연이 갈라졌고,
그 심연 안에서 새로운 세란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닌 모든 상처,
모든 의문을 안은 채—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선언했다.
“나는 더는 그저 하늘의 뼈에 선택된 자가 아니야.
나는 스스로 존재를 새긴 자.
내 이름으로,
너를 봉인하겠다.”
잊힌 의지는 멈칫했다.
그는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시간이—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네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너를 따라갈 것이다.”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세란은 조용히 답했다.
“그렇다면,
내가 짊어지겠다.
그게 나의 의지이니까.”
그 말과 동시에,
하늘의 뼈에서 방출된 빛이 심연을 향해 내리 꽂혔다.
그것은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었다.
과거, 현재, 미래—모든 시간의 구조가 일순간 겹쳐지며
잊힌 의지의 존재를 지워내기 시작했다.
그는 발버둥 쳤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었다.
그를 붙잡고 있던 유일한 실,
기억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잠시 후—
세상은 조용해졌다.
세란은 씨앗을 다시 품속에 넣었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러나 눈동자는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은 아직…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그리고 먼 하늘,
성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