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0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250장 – “허공에 피는 검은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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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여전히 무언가를 잉태하고 있었다.
세란이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건 거대한 침묵과, 붉은 파편들이 부유하는 텅 빈 진공이었다. 그러나 침묵은 언제나 시작을 품는다.
카슈안은 무중력 궤도를 헤엄치듯 떠돌았다. 전장의 파편과 함께, 그의 시야를 가른 것은 세란의 마지막 검기였다. 전 우주의 혈관을 찢고 흐르던 ‘혼세혈무의 검’. 그리고 그 검이 끝내 향한 곳은—자기 자신이었다.
“... 자기희생이라니, 진짜로...”
그는 말끝을 흐리며, 가슴께를 움켜쥐었다.
세란의 죽음은 단순한 사라짐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하늘의 신경으로 바쳐, 우주의 파열을 봉인한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봉인은 없었다.
“살아 있다면... 그 흔적이 남아 있겠지.”
렌은 부서진 통신신경계를 복구하며 절박하게 외쳤다.
“여기! 감마 진동 7.23Hz! 세란이 자주 쓰던 의식 주파수야! 그의 정신이... 하늘에 스며들었어.”
그러자 나디르가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입가에는 마치 오래된 이별을 다시 떠올리는 자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늘의 뼈가... 지금도 우리를 보고 있어.”
그 순간이었다.
에너지장이 다시 요동치며, 거대한 공명파가 우주 내부의 궤조를 왜곡하기 시작했다.
마치 고대의 신경이 다시 깨어나는 것처럼—별과 별 사이, 시공이 접히는 곳에 균열이 일었다.
그리고 그 틈으로, ‘검은 연꽃’이 피어났다.
그 꽃은 생명도, 죽음도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세란의 심장 속에 남아 있던 고통.
이스라와의 마지막 입맞춤.
어머니의 무표정한 눈동자.
자신의 분노와, 끝없는 배신.
그리고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자 했던, 존재의 의지.
그 모든 것들이 겹겹이 얽혀, 검은 연꽃의 형상으로 하늘을 수놓았다.
나디르는 울었다.
눈물이라기보다, 마치 유성우처럼 고통의 결정이 흘러내렸다.
“세란... 너는 죽은 게 아니야. 하늘이 널 먹었고, 너는 하늘이 되었어...”
그는 손을 내밀었다.
검은 연꽃의 중심, 그곳에서 세란의 음성이 들려왔다.
> “나는 공허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연약한 인간이었기에 신이 되었고,
신이 되었기에 다시 인간을 원한다.
...너희를 지키고 싶다.”
그 목소리는 곧 전장 전체로 퍼졌다.
모든 전투가 멈췄다.
퇴화몽의 잔재, 고대 우주 기생체들, 분노로 탄생한 생물병기들까지,
순간, 세란의 존재에 반응하며 무릎을 꿇듯 허공에 침묵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누군가가 다가왔다.
검은 로브를 두른 자.
그녀의 눈은 달빛처럼 차가웠고, 입술은 오래된 유적처럼 갈라져 있었다.
“이스라…?”
렌이 속삭였다.
아니, 그녀는 이스라가 아니었다.
이스라의 후손, 세란과 이스라 사이에 숨겨졌던 금단의 연결.
그녀는 이름을 말했다.
> “나는 루베나. 하늘의 뼈가 낳은, 미래의 신경.”
우주가 새로이 출렁였다.
새로운 전쟁이 예고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란의 의지가 깃든 자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전설이 되기 위해 싸우지 않는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살아남은 자만이,
하늘의 뼈에 새로운 문장을 새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