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254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254장 — 퇴화몽(退化夢)의 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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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이 나선을 그리며 뒤엉킨다.
카이엘은 정신을 가다듬는다. 여기, 퇴화몽의 심연은 ‘기억의 중심’이자 ‘잃어버린 시간의 묘혈’이다. 모든 존재가 잠시 머물다 가는 잊혀진 장소. 이곳에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조차 잊히기 시작한다. 그래서 위험했다.
너무 오래 머물면 돌아가지 못한다.

카이엘의 눈앞에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세란의 어린 시절이었다.

“아버지를 죽였어요. 그런데... 기억이 나지 않아요.”
검은 머리카락에 눈동자는 새벽빛을 닮은 소녀 세란.
눈물도, 웃음도 반쯤 닳은 얼굴이었다.

카이엘은 한걸음 물러섰다.
그것은 진짜 세란이 아니었다.
‘기억에 담긴 세란’,
그를 시험하기 위한 퇴화몽의 유령이었다.

“네가 나를 버린 건, 너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어.”
세란의 유령은 속삭인다.
“그런데 왜, 아직도 날 찾고 있는 거야?”


동시에, 퇴화몽의 이면에서 리움들의 의식이 하나둘씩 침식당하고 있었다.
네멘이 도착한 것이다.

그는 시간을 ‘기억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능력을 가졌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모두 ‘지우개로 문지른 듯’ 깨끗했다.
존재의 가장 밑바닥,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최초의 믿음’부터 사라지는 것이었다.

리움 중 하나, 야라-2가 무너졌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심지어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조차 의심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기억의 허상일 뿐이야.
내가 세란을 기억한다고 해서, 내가 그녀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순간, 네멘의 손길이 닿자
야라-2는 빛의 파편으로 흩어졌다.
기억도, 존재도 남기지 않은 채.


카이엘은 그 장면을 지켜보며 무릎을 꿇는다.
그의 의식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때—
그의 심장에 숨겨진 하늘의 뼈 조각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불빛.
온몸을 휘감으며, 고통스럽고 따뜻한 ‘과거의 기억’을 불러온다.

세란이 처음 웃었을 때.
세란이 처음 울었을 때.
세란이 마지막으로 ‘살아 있었다’고 느꼈던 날.

그 기억은 칼날 같았지만,
그 칼날이야말로 지금의 자신을 만든 유일한 증거였다.

> “나는... 기억의 허상이 아니다.”
“나는 세란을 사랑했고, 그 고통이 나를 이곳까지 이끌었다.”<



하늘의 뼈가 진동한다.
카이엘의 등에 거대한 기억의 날개가 펼쳐진다.
그것은 '무기'였다.
기억의 가장 강력한 결정체.


그는 네멘 앞에 선다.

네멘은 말없이 응시한다.
모든 감정을 가진 것처럼 보이면서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공허.
카이엘은 그에게 묻는다.

“왜 기억을 지우려 하는가?
기억이 없으면 존재도 없는데, 네가 원하는 건 대체 무엇이지?”



네멘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침묵 속에서 한 문장이 들렸다.

> “기억은 고통이다.
고통은 증식된다.
증식은 파괴를 부른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처음 이전’으로 되돌린다.”<


이제 둘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기억을 지우려는 자와,
기억을 품고 살아가려는 자의 전쟁.

우주도, 시간도, 사랑도 이 전쟁의 심판자였다.

그리고… 퇴화몽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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