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7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257장 — 기억의 신과의 전투, 그리고 “무(無)”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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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늘은 태초의 별처럼 무너졌다.
빛의 입자들이 별개의 기억으로 흩어졌고,
우주의 숨결이 깨어났다.
그 중심에서, 기억의 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얼굴이 없었다.
수백, 수천의 표정이 동시에 떠오르고 사라지는 ‘기억의 총체’였다.
그것은 말하지 않았고,
대신 모든 존재의 뇌 속에 동시에 속삭였다.
> “나는 너희다.”
“너희가 잊으려 했던 모든 것이다.”
“너희가 파괴한 이들, 버린 아이들, 팔아넘긴 시간… 그것이 나다.”
세란은 휘청였다.
그녀의 눈동자에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실험체였고, 기억을 도둑맞은 채 살아남았다.
카이엘은 본다.
그 기억은 자신의 것이기도 했다.
기억의 신은 싸우지 않았다.
그 대신, 기억을 ‘보여주었다.’
수천의 군인들이 무릎을 꿇었고,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 학살, 실험, 배신…
모든 것을 똑바로 마주하게 된 자들은
스스로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카이엘은 외쳤다.
“이건 전투가 아니야.
이건 벌이다. 우리를 심판하겠다는 거야.”
세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기회야.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뺏은 기억,
그걸 되돌리는 마지막 기회.”
그녀는 하늘의 뼈의 중심 모듈을 펼쳤다.
그 안엔 하나의 핵이 있었다.
‘무(無)’의 기억.
“이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시간.
잊혀진 자들의 시간.
그리고 우리, 둘만이 기억했던 순간.”
카이엘은 이해했다.
그녀와 나, 둘이서만 존재했던
퇴화몽의 바깥… 기억조차 남지 않은 세계.
세란은 그 ‘무’를 기억의 신에게 내밀었다.
그 순간,
거대한 빛의 반응.
기억의 신이 흔들렸다.
‘무’는 기억조차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기억의 총체인 신조차 그것을 해석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틈.
카이엘이 뛰어올랐다.
“너는 우리가 만든 것.
우리는 기억하고,
너는 그걸 빼앗았지.
이제 되돌릴 차례야.”
그의 손이 신의 심장을 꿰뚫었다.
바로, 하늘의 뼈로.
빛이, 어둠이, 감정이, 수치심이, 용서가
모두 폭발처럼 퍼져 나갔다.
모든 인류, 모든 생명체,
모든 우주의 구석에서
‘어떤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잊고 있었던,
혹은 너무 아파서 봉인해 둔 그 기억.
그 순간,
신은 소멸했고
우주는 아주 조용해졌다.
하늘은 붉게 물들고 있었다.
세란은 카이엘의 곁에 있었다.
그녀의 손이 따뜻했다.
아직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기억이 남아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