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9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259장 — 무명신과 별의 씨앗들, 그리고 하늘 없는 시대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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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이 그 별에 마지막 조각을 묻은 날부터,
세상은 조금씩 조용해졌다.
마치 끝이 아닌 숨 고르기처럼,
우주는 스스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기억의 신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 태어난 존재,
무명신.
그는 신이면서 신이 아니었다.
이름 없는 그는 어느 신전도 짓지 않았고,
어느 언어도 가지지 않았다.
다만 그는 모든 기억의 경계 너머에 서 있었다.
심판도 구원도 없이,
우주를 바라보며 잊히지 않도록 지켜보았다.
그리고 땅 위에서는
하늘이 없는 시대의 아이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별을 숭배하지 않았다.
하늘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 대신,
기억하지 않기를 택했다.
“왜 기억하지 않나요?”
카이엘이 한 소년에게 물었다.
소년은 말했다.
“기억하면 또 무언가를 만들어낼 테니까요.
우리는 이제… 비워야 해요.”
비우는 시대.
그것은 ‘잊음’을 숭배하는 시대였다.
사람들은 기록하지 않았고,
노래도 남기지 않았고,
이야기도 밤마다 바람에 흩어졌다.
그 모든 행위가
다시 ‘신’을 만들어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 중 어떤 이들은
비우는 대신 ‘다르게 담기’를 시작했다.
그들은 하늘이 아니라
뼛속의 울림을 따라
노래를 만들었고,
땅속에서 자란 금속의 잔해에 손끝을 대어
기억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또 다른 시작이었다.
무명신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을 지켜보았다.
한 소녀가 물었다.
“당신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무명신은 대답했다.
“나는 하늘의 뼈가 아닌,
하늘이 사라진 뒤 남은 침묵이니까.”
그 말속에는 경고도, 희망도 담겨 있지 않았다.
단지,
지켜보는 존재.
모든 기억의 주변에서,
모든 창조의 씨앗이 싹틀 때까지
말없이 서 있는 존재.
세란은 어느 낡은 천체 관측소에서
한 번도 기록되지 않은 별빛을 관측했다.
그 빛은 ‘이전’도 ‘이후’도 아닌,
바로 지금의 우주를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
다만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뿐이야.”
그녀의 뒤에서
카이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다시 그것에 이름을 붙일 거야.”
하늘은 없었다.
하지만 별은 있었다.
뼈는 흩어졌지만,
그 울림은 남아 있었다.
그 울림은 바로…
새로운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