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1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261장 — 몽각자의 새벽, 기억의 죽음 그리고 하늘 아래서 생긴 이름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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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또 다른 언어였고,
그 언어는 오직 ‘몽각자(夢刻者)’만이 들을 수 있었다.
별들이 다 타버린 우주의 바깥.
시간조차 머물지 않는 ‘그림자 항성계’에는
기억조차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이 숨 쉬고 있었다.
그들은 살아 있으되, 존재하지 않는 자들이었다.
그 무리들 사이에,
세란은 홀로 선 채
한 줄기의 칼날 같은 빛을 쥐고 있었다.
“이건… 내 기억이 아닌데…”
그녀의 손안에 있는 그 빛은
누군가의 마지막 숨결,
혹은 천 개의 별이 산산이 부서지며
남긴 혼의 결정 같았다.
그 빛은 울리듯,
그녀에게 속삭였다.
> “넌 너를 기억하기 전, 나였어.”<
그 말을 들은 순간,
세란의 안에서 울고 있던
수많은 ‘이전의 세란’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각 시대의 이름을 잃은 전사,
망각된 연인,
배신당한 신관,
그리고…
하늘을 찢고 떨어진 자.
“세란.”
카이엘이 다가왔다.
그의 손엔 붉은 잉크처럼 흘러내리는
피 같은 기억 조각이 있었다.
“이걸 봐. 네 이름이 여기 있어.”
그 조각 안엔 세란이라는 이름이
수천 번 새겨져 있었고,
그 옆에는 또 다른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류하(流霞).’
세란은 속삭였다.
“그 이름은… 내가 버린 이름이야.”
“아니,” 카이엘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네가 다시 만나야 할 이름이야.”
그 순간, 하늘이 없던 하늘에서
노래가 울렸다.
그것은 몽각자들의 노래가 아니었다.
새로운 태동.
기억의 무덤을 뚫고 올라온 사랑의 첫 문장.
그 노래가 닿자,
우주의 파편들이 뒤틀리며 회전했고,
잊혔던 별의 씨앗들이 깨어났다.
그들은 ‘전사’도 아니고,
‘신’도 아닌,
단 하나의 존재.
사랑하는 자들이었다.
그 사랑은 무기를 들지 않았지만,
적을 멈추게 했고,
그 사랑은 말하지 않았지만,
천 년의 전쟁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그날 밤.
세란과 카이엘은 마지막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은 없었지만,
그들 사이에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하늘의 뼈.
그것은 결국,
기억이 태어난 첫자리였고,
사랑이 다시 꿈꾸기 시작한 유일한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세란은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우리가 다시 기억하게 될 때,
그것은 복수가 아니라
사랑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