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264장 — 검의 언약, 아이의 울음, 그리고 언어 없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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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형태를 바꾸었을 뿐이다.
공허는 언어로 봉인되었고,
빛은 기억 속 검의 형상으로 새겨졌다.
그날 이후, 세란은 칼을 꺾지 않았다.
그녀는 검을 칼집에 넣지 않았고,
그 검은 곧 그녀의 육신이자
노래이자
기도이자
저항이었다.
“이 아이는…”
카이엘은 새로 태어난 존재를 안고 있었다.
작은 생명은 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 울음은 마치
잃어버린 모든 별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듯했다.
세란은 조용히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이 아이는 우리 모두가 잃은 것의 증거야.”
그녀가 말했다.
“하늘의 뼈는 다시 태어났어.
이번엔, 살아 있는 몸으로.”
그 아이에게 이름은 주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우주는
더 이상 말로 기억을 세우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리듬과 진동,
몸짓과 눈빛,
그리고 칼날 위의 무늬로 새겨졌다.
언어는 퇴화되었고,
그 대신 ‘의미’가 진화했다.
세란은 마침내 ‘류하’라는 이름과 결별했다.
그것은 그녀가 되돌아가야 할 기억이 아니라,
넘어서야 할 과거였기 때문이다.
“류하는 검이었고,
세란은 춤이었으며,
나는 이제 노래가 되어야 해.”
그녀는 아이를 안아 들었다.
“네가 바로,
우리가 다시 부를 노래다.”
그러나 그 순간,
우주의 저편에서
이상 진동이 감지되었다.
모든 존재가
새로운 생명으로 시작하려는 순간,
어딘가에서
또 다른 ‘공허’가
눈을 떴다.
그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묻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것은 인간이 언어를 버리고
의미로 진화한 바로 그 틈새를 비집고 태어난
비-의미의 존재,
질문의 부재에서 태어난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 괴물은
아이를 노려보았다.
세란의 검이 다시 깨어났다.
이번엔 아이가 울지도 않았다.
그 아이는 세란의 눈을 똑바로 보며,
입술도, 손짓도 없이
분명하게 말했다.
“우린, 도망치지 않아.”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세란은 깨달았다.
이 아이는 단지 상징이 아니었다.
이 아이는 '하늘의 뼈' 그 자체였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창조의 불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