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장편소설
처음엔 자극적인 제목에 눈길이 간 것은 사실이다. 작가는 공대를 나와서 건설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기자생활을 하고 그 후 현재 작가로 활동 중이다. 나 역시 공대를 나와 현재는 대학원생이지만 건설회사를 꿈꿨고 글 쓰는 것에도 흥미가 생겼다.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서 읽어볼 것 같다.
너무 자극적인 제목이라 읽기 꺼려진 것도 사실이다. 난 기본적으로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이 싫다고 말하면서 한국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도 그러한 비관적인 시선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 뒤에 작가의 말과 작품 해설을 읽었다. 거기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P.11
내가 여기서는 못 갈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현재의 나도 이 소설의 주인공과 다를 바가 없다. 나 또한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게 아니고 일이 내 삶의 1/3의 시간을 차지하는 데 그 시간 동안 보람이라도 얻고 오고 가며 받는 스트레스 없고 또 주변에 휴식을 취할 카페나 영화관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어쨌든 나보다는 낫다. 회사생활을 했고 3년이란 시간을 지옥 같지만 버텼다. 난 아직 제대로 된 회사생활 혹은 사회생활을 겪어보지 않은 아직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
3년을 버틴 주인공은 결국 모두 접고 호주로 떠난다. 호주에서의 삶이 한국에서보다 낫냐고 한다면 내가 읽은 바로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후회하지 않는다. 마지막 부분은 이렇다.
P. 184
밥을 먹는 동안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거야. 그러면 그걸 성취했다는 기억이 예속 남아서 사람을 오랫동안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줘.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 어떤 사람은 그런 행복 자산의 이자가 되게 높아. '내가 난관을 뚫고 기자가 되었다.'는 기억에서 매일 행복감이 조금씩 흘러나와. 그래서 늦게까지 일하고 몸이 녹초가 되어도 남들보다 잘 버틸 수 있는 거야.
어떤 사람은 정 반대지. 이런 사람들은 행복의 금리가 낮아서, 행복 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다. 이런 사람은 현금 흐름성 행복을 많이 창출해야 돼.
여기까지 생각하니까 갑자기 많은 수수께끼가 풀리는 듯하더라고. 내가 왜 지명이나 엘리처럼 살 수 없었는지, 내가 왜 한국에서 살면 행복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나한테는 자산 성행 복도 중요하고 현금흐름성 행복도 중요해. 그런데 나는 한국에서 나한테 필요한 만큼 현금흐름성 행복을 창출하기가 어려웠어. 나도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지. 나는 이 사람들 평균 수준의 행복 현금흐름으로 살기 어렵다, 매일 한 끼만 먹고살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는걸.
시어머니나 자기 회사를 아무리 미워하고 욕해봤자 자산성 행복도, 현금흐름성 행복도 높아지지 않아.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나.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 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물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집 사느라 빚 잔뜩 지고 현금이 없어서 절절매는 거랑 똑같지 뭐.
어렵게 어렵게 빗대고 돌려서 말한 듯 보이지만 미래를 위한 행복을 위해서만 살지 말고 현재를 위한 행복을 위해서도 살아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자산 성행복은 마치 집을 샀다고 뿌듯해하며 빚에 허덕이면서도 나에겐 집이 있으니까 괜찮아 라는 식의 행복을 말하는 듯하다.
최근 정말 미래에 대한 삶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본다. 이러한 생각을 좀 더 일찍 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 그리 늦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 봤다. 적어도 내 몸을 눕힐 방과 아플 때 필요한 돈이면 될 듯하다. 돈이 생기면 경기도 변두리 시골마을에 땅은 조금 사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보험 하나는 꼬박꼬박 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외의 것은 그렇게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언제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삶을 살면서 100세 인생을 계획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 부질없는 짓이다.
우리나라 사회는 정말 계급사회이다. 신분이 없어졌다고 한들 사람들 머릿속에 돈 많은 사람은 돈 없는 사람을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런 일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 아니다. 하지만 그 빈도의 차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존중받길 원하는 것이 큰 욕심을 아닐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