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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한 Jun 03. 2019

알라딘

디즈니 실사 영화

자스민 공주만 보인다?


이상한 일이다. 영화 <알라딘>은 제목부터 알라딘인데, 영화관을 나오면 자스민 공주와 지니만 떠오른다. 지니는 워낙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캐릭터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스민 공주에 대해서는 딱히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영화에 알라딘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알라딘은 주인공으로서 충분한 분량을 소화해낸다. 연기를 특별히 못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스민 공주와 지니만 남는다는 말이다.


애니메이션 <알라딘>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랬었나?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는 알라딘과 지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힌트는 애니메이션에서 영화로 각색되는 과정에 있을 것이다. 영화 <알라딘> 감독 가이 리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 생각에 상황을 설명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캐릭터 간에 기회의 균등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알라딘은 많은 도전에 직면한다. 지니도 어느 정도 그렇다. 하지만 자스민 공주의 분량이 적은 것으로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그녀가 공허한 공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어떻게 해야 그녀에게 진짜 목소리와 목적을 줄 수 있을까? 반드시 해내야만 했고, 우리는 그녀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일련의 사건과 장면을 구축해냈다.


힌트가 보인다. 감독의 눈에 애니메이션 <알라딘>은 무언가 이상하게 보였다는 것이다. 자스민이라는 캐릭터는 이야기의 흐름에 너무 순종적이다. 결혼을 거부해야 할 때는 거부하다가 알라딘을 사랑해야 할 때는 사랑하고, 또 쟈파에게 저항해야 할 때는 충실히 저항한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자스민은 자신이 상품이 아니라 소리치지만 사실은 알라딘이나 지니처럼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대로 두기에는 아까운 캐릭터다. 수시로 자신의 주체성을 말하기 때문이다.


자스민 공주


이러한 이유로 감독은 자스민에게 일련의 사건과 장면을 부여했다. 그로 인해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영화의 자스민에게는 배경이 있다. 왜 그런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제야 자스민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아직 영화 <알라딘>을 보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자스민 공주에 대해서는 마음껏 기대를 하고 가도 좋다.




윌 스미스 지니


자스민 공주도 자스민 공주이지만 알라딘을 이야기하면서 지니를 빼놓을 수는 없다. 알라딘은 빼더라도 말이다. 윌 스미스가 지니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윌 스미스의 팬들을 빼놓고는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었다.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의 지니 '로빈 윌리엄스'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의 지니와 영화의 지니


실제로 윌 스미스도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공포스러웠죠."
"로빈 윌리엄스가 너무 완벽해서 어떤 발전의 여지도 남겨놓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처음 생각한 건 이번엔 영화는 라이브라고 되새기는 일이었어요. 관객들이 다르게 느낄 기회가 많다고 느꼈죠."
"그들은 그 시대의 사람들을 매혹했어요."
"로빈에 대한 경의를 담아 노래 부르고 퍼포먼스를 펼쳤어요. 사람들이 여전히 공감할 수 있게 하면서 힙합 색깔을 담아내려 했죠."


그래서 어땠는지, 결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애니메이션의 느낌만을 바랬던 사람들은 실망할 것이고, 나름대로 매력적이면 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만족할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다면,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따지고 보면 윌 스미스의 지니는 로빈 윌리엄스의 지니보다 늦게 탄생한 죄 밖에 없다. 매력으로 따지면 윌 스미스의 지니는 로빈 윌리엄스의 지니 못지않게 느껴진다.


스토리텔링 전환의 핵심은 전환 전/후 텍스트의 장르적 변별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와 그 전환 과정이 충분히 향유되고 있느냐에 달렸다. 그러니까 똑같이 만들려고 하면 뭐하러 만들겠는가? 애니메이션과 똑같은 내용을 보고 싶다면 다른 것을 찾지 말고 그냥 애니메이션을 보는 편이 좋다. 하지만 진정한 알라딘의 팬이라면 색다른 지니를 겪어보기를 권한다. 당신이 지니를 받아들이는 만큼 지니의 가치는 높아진다.


딩고 무비 윌 스미스 인터뷰 영상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윌 스미스 지니는 이렇게 전한다.

"나 같은 친구는 어디에도 없을걸?"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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