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실사 영화
<엠마 왓슨, '미녀와야수' 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다. 이 기사는 엠마 왓슨이 벨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세 가지 제시한다. 첫째는 원작 속 '벨'과 싱크로율 200%의 아름다운 비주얼이다. 그렇다. 엠마 왓슨은 매우 아름다워 보인다. 둘째는 '벨'의 진취적인 태도와 넘치는 지성미이다. 기사는 '헤르미온느' 캐릭터와 엠마 왓슨의 사회 활동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럴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변신을 거리낌 없이 소화해내는 열정과 연기력이다. <해리포터> 이후 다채로운 캐릭터 변신을 소화해냈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도 새로운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는 주장이다.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정리해보자. 아름답고, 진취적이며, 열정과 연기력이 있다면 '벨'이 될 수 있는가? 이렇게 쉬울 줄은 몰랐다. 주변에 예쁘게 생긴 지인에게 연기를 배워 '벨'이 되라고 권해보자. 미친 소리로 들리는가? 그렇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친 소리다. 이것이 왜 미친 소리인지 알아보자.
캐릭터와 배우의 싱크로율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세 가지 조건으로 대충 생각나는 대로 눙쳐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로 유명한 할리우드 감독들은 캐스팅이 완료되기 전까지 시나리오를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등장할 배우의 이미지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원작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캐릭터에 적합한 배우를 찾아야 한다. 무엇이 지침이 될 수 있을까? '스타 페르소나'라는 말이 있다. 영화학자 수잔 헤이워드의 이야기를 참고해보자.
하나의 구성물로서의 스타는 세 가지 구성 부분을 갖는다. 첫째는 실재 인물, 둘째는 실재 인물들이 연기하는 등장 인물인 '릴' 인물, 셋째는 스타의 페르소나이다. 스타의 페르소나는 앞의 두 가지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그 둘의 합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타 이미지라는 것은 그 이미지 자체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 이미지들은 보다 확장될 수 있다(그것은 의미가 넓혀지고 공적이고 사적인 영역에까지 확장될 수 있다). 그것은 (사진, 영화, 언론, 방송 등과 같은) 멀티미디어이다. 그것은 또한 상호 텍스트적이다. 다시 말해서 스타의 이미지는 다른 것들에 의해서 선택되고 사용된다는 것이다.
스타 페르소나는 실제 배우와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의 집합이다. 브랜드 이론에서 말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비슷한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하자면 가끔 동네 어른들이 덩치 좋은 사내아이를 보고 "그 녀석 장군감이구나!"라고 할 때 그 '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때 배우의 경우 '감'은 단순히 인상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연기한 이전의 캐릭터들에 의해서 형성된다. 그러니까 '엠마 왓슨'이 '벨'에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는 엠마 왓슨이라는 실재 인물과 엠마 왓슨이 연기한 기존의 캐릭터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엠마 왓슨 하면 어떤 캐릭터가 떠오르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헤르미온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런 배우를 퍼스낼리티 스타라고 한다. 퍼스낼리티 스타는 강력한 스타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엠마 왓슨이 게으르고 소심한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해보자. 어색하지 않은가? 그것은 엠마 왓슨의 스타 페르소나가 부지런하고 진취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는 캐릭터 스타가 있다. 캐릭터 스타는 작품마다 다른 성격을 연기해내는 배우로, 작품 속에서 배우 자신보다는 캐릭터를 강하게 드러낸다.
퍼스낼리티 스타 : 배우의 이미지 = 작품의 캐릭터
캐릭터 스타 : 배우의 이미지 ≠ 작품의 캐릭터
퍼스낼리티 스타가 되느냐, 혹은 캐릭터 스타가 되느냐 하는 것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선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면 대중이 결정해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품이 반드시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만 한다.
때문에 주변에 예쁜 친구는 아무리 연기를 배운다고 해도 '벨'이 되기 어렵다. 대중에게 알려진 기존의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엠마 왓슨은 어떤가? 진취적이고 똑똑한 헤르미온느는 벨과 많이 닮아 있다. 그러니까 <해리포터>의 성공, 헤르미온느의 인기로 인해 엠마 왓슨은 벨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시무, 《스타 페르소나》, 아모르문디, 2018.
수잔 헤이워드(Susan Hayward), 이영기 역, 《영화 사전[이론과 비평]》, 한나래,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