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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한 Jun 06. 2019

정글북

디즈니 실사 영화

동물이 말을 한다. 애니메이션은 몰라도 실사 영화를 표방하면서 동물의 입에서 사람의 말이 나오니 어색하기 짝이 없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디즈니 실사 영화인가? 그런데 어느새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동물의 이야기인가 사람의 이야기인가? 정글의 이야기인가 인간 사회의 이야기인가?



관념의 알레고리


알레고리다. 이 영화는 알레고리로 보아야 한다. 알레고리가 무엇이냐고?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우화'가 바로 알레고리이다.


알레고리는 '무언가 다른 것을 말하기(other speaking)'의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알레고리아(allegoria)를 어원으로 한다. 우유(愚喩), 우의(寓意), 풍유(諷諭)로 불리기도 하는 알레고리는 인물, 행위, 배경 등이 일차적 의미(표면적 의미)와 이차적 의미(이면적 의미)를 모두 가지도록 고안된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이솝우화』와 같은 동물 우화는 일차적으로는 동물 세계를 보여주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인간 세계에 대한 풍자와 교훈을 담고 있다.  


상징과 헷갈리기 쉽다. 상징과 알레고리는 모두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 되었든 구체화된 것과 추상적인 것이 있다는 것이다. 기호학에서는 이를 기표와 기의로 구분한다. 오늘은 현충일이다. 집 밖으로 나와 건물들의 창문을 살펴보자. 태극기가 걸려 있는가? 태극기를 무엇이 떠오르는가? 애국심, 국민의례, 대한민국 등이 떠오를 것이다. 이때 태극기는 기표가 되고 애국심, 국민의례, 대한민국은 기의가 된다. 그러면 이 경우는 상징일까 알레고리일까? 이 경우는 명확히 상징이다. 같은 맥락에서도 기표와 기의가 1:多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알레고리의 경우 하나의 맥락에서는 기표와 기의가 1:1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면 정글북이 알레고리인 이유는 무엇인가?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간단히 생각해보자. 모글리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는 동물이기도 하고 어떤 인격적 존재이기도 하다. 2개가 나왔다. 상징인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캐릭터의 겉모습, 그러니까 동물로 나타나는 겉모습은 기표다. 인격적 존재가 캐릭터의 기의다. 그러니까 정글북은 정글의 동물 세계를 기표로 하여 인간 사회를 의미하는 알레고리이다.


그러면 정글북은 무엇의 알레고리인가? 과거의 어떤 사건을 암시하는가? 혹은 어떤 개념을 암시하는가? 이 지점에서 알레고리는 역사·정치적 알레고리, 관념의 알레고리로 나뉜다. 있었던 사실을 암시하면 역사·정치적 알레고리, 추상적인 개념을 암시하면 관념의 알레고리다. 나뉜 집단 간의 갈등은 항상 존재해왔다. 그러나 역사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때 역사적이라는 말은 어떤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을 의미한다. 


모글리의 피부는 왜 구릿빛인가?


원작자 러디어드 키플링은 식민지 인도에서의 경험을 빗대어 정글북을 썼다고 한다. 인도에 상주한 영국인들은 늑대, 은퇴한 영국군 장군은 곰, 영리한 책략가는 뱀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원작은 식민지 인도에서 영국인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역사·정치적 알레고리라고 볼 수 있겠다. 타국의 식민 통치를 받은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러한 설정은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원작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영화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알레고리는 변했다. 원작과 싱크로율을 위해 모글리의 피부는 여전히 구릿빛이지만, 제국주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역사적인 은유는 대부분 사라지고 영화 <정글북>은 보편적인 가치를 말한다. 관념의 알레고리인 것이다. 어떤 관념이냐고? 영화를 보며 직접 확인해보는 편이 좋겠다.





참고자료


[네이버 지식백과] 알레고리 [Allegory] (문학비평용어사전, 2006. 1. 30., 한국문학평론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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