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메마른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들이 녹아내렸고 잔디밭 위에 소복이 쌓였던 눈도 덩달아 녹아내렸다. 이 때다 싶어 버드나무 낙엽들이 여기저기 빼꼼히 작은 얼굴들을 내밀었다. 더러는 반쯤 눈 속에 파묻혀 있거나, 아님 온몸을 드러내고 반짝이는 한 줌 햇빛에 의지해 언 몸을 녹이고 있었다. 그걸 바라보던 여린 햇살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섣불리 위로의 말을 했다간 모두 울음바다가 될 것이 뻔하기에 애써 고개를 돌려 먼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무심하게 햇살이 비치는 곳만 골라 걷고 있었다. 멀리 조금 큰 낙엽 하나가 눈에 띄었다. 호기심이 일어 천천히 다가갔다. 이별의 말들을 어디서부터 매달고 먼 길을 걸어왔는지 색 바랜 단풍잎 한 잎 꼿꼿이 서 있었다. 이 단풍잎도 한 때는 화려하고 뜨거운 날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랬던 세월은 너무나 짧았고 이리저리 떠돌던 세월은 쓸쓸하고 외로운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많은 밤들을 숨 죽여 울며 몸부림쳤을 것이다.
이별의 말을 길게 매달고 길 위에서 떠 도는 동안, 계절은 바뀌고 하얀 눈이 내렸다. 함박눈 소복이 쌓였을 때, 엎드려 꿈꾸듯 잠이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함박눈이 토닥토닥 등을 토닥였을 때, 죽은 듯 잠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미 어디로 갔는지도 모를 사랑에 매달려, 긴긴밤, 발돋움하며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인연이 다한 세월은 다시는 오지 않을 터였다. 눈 내릴 때 꿈 속에 들듯 떠났으면 .....소원하나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