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을이 가네!

15. 디카시 & 에세이

by 조규옥


낙엽 밟는 게 좋다는 시몬에게

다시 또 안부를 묻게 돼.

"아직도 낙엽 밟는 소리가 좋으냐?

한 때, 가슴을 두근대게 했던 그였기에 묻습니다.



요즘 꽃샘추위가 극성입니다.

이 추위가 끝나면 뒷동산에 진달래꽃 피고 앞뜰엔 살구꽃이 만발하겠지요?”

아마도 이렇게 시작되는 문장이었을 겁니다. 그다음엔 복숭아꽃 향기 가득

하단 말들, 어디서 들었는지도 모를 미사여구들을 써가며 상상에 날개를 펴다

가 공상으로 가는 이야기로 편지지를 가득 메웠을 시절이 누구에게나 다 있듯이

나 또 한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눈만 마주쳐도 얼굴 붉게 물들였던 그 아이는 잘 살고 있겠지요? 부모님 에게 들키면 집안 망할 딸년이 나왔다고 방비를 꺼꾸러 들고, 매타작이 벌어질 건 뻔하기에 다 잠든 사이에 편지를 쓰고 또 쓰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써서 보낸 편지의 답장을 고개를 길게 빼고 기다리며 대문 밖을 서성였습니다. 그러다 받은 답장을 손에 들면,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누르며 집 뒷곁으로 돌아가 굴뚝에 기대어 읽곤 했습니다. 돌아보면 엊그제 같이 선명히 떠 오르는 풍경입니다.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어느 가을날, 그 아이가 보내온 편지에 적혀있었습니다. 이 문장이 레미 드 구

르몽의 ‘낙엽’이라는 시의 일부인 것을 훗날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문장에서 두

근거리던 감정은 고스란히 가슴에 새겨졌나 봅니다. 그러니 가을이 오고, 낙엽

이 떨어지게 되면 어김없이 묻습니다. 구르몽에게 묻는지 그 아이에게 묻는지 경

계마저 희미해졌지만 말입니다. 순수했고 유치했던 그 시절이 나이가 들 수록 그

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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