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40. 디카시 & 에세이

by 조규옥

이쪽에서 저쪽으로

달려 온 길 아득한데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바람이 되어 떠날까

물이 되어 떠날까.



마당가 평상에 누웠다가

그대로 잠든 적이 있었어.

밤하늘에 가득 떠 오른 별들은 재잘거렸고

이에 질세라 들려오는 여치와 쓰르라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소르르 잠이 들었지.


분명 모기떼가 극성을 떨었을 텐데도

모기에 물렸던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꿀잠을 잔 것 같았어.

나는 어린 아기처럼 쌔근쌔근 잠이 들었고

흐르는 달빛은 한 여름 모시 이불처럼 시원했었어.


얼마나 잤을까?

문득 눈을 뜨니 유성 하나가 떨어지고

난 부리나케 소원 하나 빌었지.

잊히지도 않고 이리도 생생한 걸 보면

꿈 하나 제대로 꾸었었나 봐.


소원대로

네온사인 반짝이는 도시로 흘러 와

고향을 떠 나 온 세월이 겹겹이 쌓였어

이리 구불 저리 구불 미로를 달리고 또 달렸어.

어쩌다 가끔은 여울목에 잠시 쉬어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도 떨었지만

내 머릿속엔 쉬지 않고 달린 기억만 가득해.


그래서 가객(歌客)들은

그 꿈속 길을 노래하더라고

‘연분홍빛 치마가 흩~ 날~~ 리~~ 더라.’

돌아보니 그때가 꿈이었는지

아니면 생시인지

그 경계선에서 헤매며 탄식을 했다가

행복했다가 하면서

아직도 꿈길을 걷고 있는 거지.


잠을 자다 문득

한 밤 중에 눈을 뜨면

내가 언제 여기까지 흘러 온 거지?

내가 나에게 묻게 되는 거야!

잠깐 눈을 감고 흘러오다 보니 여긴데

여기가 낯 선 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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