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창녕보 ~ 낙동강하구둑 ~ 다대포
표지사진: 30년 지기 부산 친구들의 깜짝 축하파티. 도착하기 며칠 전 부터 고집스러울 만큼 최종 도착 지점을 자신의 레스토랑으로 해야한다던, Chef 이자 레스토랑 사업을 하는 친구, 끝까지 모른 채 딴전을 피우던 친구들, 한 명은 거제도에서 파티를 위해 예 까지 와 주었다. 평일 저녁이어서 다대포해변 도착 후에 가까운 데 사는 친구와 소주 한 잔 할 요량이었지만... ♡♡♡
살~짝 아쉽다. 이 멋진 여행이 오늘로 끝이라니. 지난 4박5일 동안 하루 하루가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에. 가뿐한 몸으로 마지막 날 아침을 시작한다.
관광객이 있는 곳은 아니어서, 식당에서의 아침식사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시골아침의 식당은 분주했다. 시골의 농사 새참은 동네에서 인정 받는 식당의 배달 몫이었던 것. 덕분에 맛있는 이른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엔 동네 할머니들 열 일곱 분이 모여 누구네 밭의 마늘을 심으신단다. 일찌감치 새참 배달을 나가시는 그 호쾌한 사장님...
큼지막한 불뚝배기 한 그릇과 꾹꾹 눌러담은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오늘의 여정은 악명 높은 두 고개로 시작한다. 사실 상, 그 두개의 고개를 오르고 내리면, 이번 여행의 '난코스'들은 마무리하는 셈이고 진짜 고향 땅과 물 곁을 라이딩하게 된다.
어제의 다람재 만큼 꼬불꼬불하진 않지만, 경사도나 총 거리 측면에서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어제 다람재를 넘었을 때, "제일 어려운 걸 해냈네~. 축하해~.^^" 라고 하던 라이딩 친구의 말에 힘을 낼 수 있었지만, 사람은 언제나 '지금'이 제일 힘들다. 혹은, 그 친구가 내 마지막 힘을 북돋으려 선의의 거짓말을 했거나 ㅎㅎ.
태어나서 가장 크고 시원한 함성이자 비명을 질러본 듯 하다. 삼각뿔의 꼭지점 같은 정상에 올라, 허벅다리의 감각이 다시 돌아오기도 전에 고개 넘어로 떨어지듯 내리막으로 치달았다.
숨소리도 여느 날 보다 더 거칠게 들리고, 심장은 터질 듯 뛰며 고막 안쪽에서 울려대는 그 박동 소리가 너무 커서, 오가는 차 엔진 소리를 감춰버릴 정도다. '이러다 사람들이 죽는구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태어나서 가장 크고 시원한 함성이자 비명을 질러본 듯 하다. 삼각뿔의 꼭지점 같은 정상에 올라, 허벅다리의 감각이 다시 돌아오기도 전에 고개 넘어로 떨어지듯 내리막으로 치달았다. 고개 정상에서 숨을 되찾을 수도 있지만, 자전거를 정차시키고 다리를 내려 서 있을 자신도 없었다. 온전히 중력과 자전거에 몸을 맡긴 채 공기를 뚫을 기세로 내려간다. 시속60킬로미터는 족히 넘을 듯 했지만, 마주 지나가던 경찰차량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전거가 지칠때 까지...
사진(아래)을 통해 언듯 보기엔,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임도 입구부터 경사가 심해 안장에 앉아서 페달링하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경사이다. 실제로 100여미터 정도의 거리를 일어서서 체중을 활용한 페달링으로 간신히 완만해지는 오르막길까지 오른다.
전날 무심사 임도와 같이 영아지마을을 품고 있는 작은 산 하나를 온전히 넘는 코스이다. 다행히, 무심사보다는 노면 상태가 좋은, 거칠지만 콘크리트로 포장이 된, 좁은 도로이다. 산 중턱 즈음 부터인가, 뒤따르는 1톤 트럭 때문에 힘들 사이도 없이 '댄싱'으로 정상까지 올랐다. 운전하시는 분은 앞서 있는 내 자전거를 재촉하시진 않으셨지만, 좁은 길에서 트럭을 막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있는 힘을 다해 자동차에 좇기듯 오르막을 올랐던 것.
4박5일간의 코스 중 어려운 난코스들을 모두 마쳤다고 생각이 들어서인지, 먼 곳의 경치와 하늘을 느끼며 좀 더 긴 휴식을 취한다. 이젠, 고향으로 향하는 긴 평지길이다. 낙동강도 훨씬 어릴적 부터 친숙하던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마땅한 점심식사 장소를 찾다가, "000 철인"이라고 인쇄되어진 라이딩 저지를 입고 힘차게 나를 추월해 가는 세명의 라이더들 덕분에 뜻하지 않게 좋은 맛집을 발견했다. 국토종주나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에게 꾀 인기가 있을 법한 곳이다. "강나루휴게소(아래사진)"
손수제비를 한 그릇 주문해서 맛 보았는데, 서울 스타일 처럼 정갈하고 맛있는 수제비였다. 음식이 담겨진 그릇까지도 범상치 않은 감각이었다. 커피까지 주문해서, 남은 여정의 이모저모도 미리 조사할 겸, 모처럼 여유로운 휴식을 가진다.
이제 "김해"다. 철없던 어린시절엔 작은 아버지를 "김해삼촌"으로 불렀다. 그 만큼 친숙한 곳이다.
낙동강 건너편 하늘엔 김해공항으로 속속 도착하는 여객기들이 눈에 띈다.
아기자기한 산과 어우러진 중부지방의 수변 자전거길의 풍경과는 달리, 우리나라 곡창지대중의 하나로도 잘 알려진 "김해평야"의 명성 그대로 넓은 강과 좌우의 평야지대가 이곳 자전거길을 특징지운다.
을숙도에 있는 낙동강하구둑인증센터가 서울과 부산을 잇는 국토종주자전거길의 기점이자 마지막 인증센터이지만, 자전거길은 8킬로미터 아래의 "다대포"해변까지 이어져 있어 이번 여행 마무리는 다대포 해변의 석양과 함께 하기로 한다. 아름다운 석양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페달링을 한다. ^^
이곳 다대포는 사진작가들에게도 촬영명소인 듯하다. 도착 즈음 몇몇의 전문 사진작가로 보이는 분들이 트라이포드를 세워 놓고 최상의 촬영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한컷~!
아름다운 석양은 한 순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는 내 옆에 앉아 계시던 분은 "오늘은 별루네..."라시며 장비를 챙겨 떠나시려던 참이었는데, 타이밍(혹은 시간)이라는 신묘함에 또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리를 잡고 촬영각도를 정한 뒤 셔터를 두세번 누를 겨를도 없이 와인 빛깔처럼 물들었던 다대포는 눈 깜빡임과 함께 사라지고 없다. 다행히, 5일동안 안전하게 나를 도와준 내 자전거를 주인공으로 그 절정의 순간을 담는데 성공했다.
친구들이 깜짝 축하파티를 위해 직접 디자인한 플랭카드 앞에서 포즈~ ㅎㅎ 평일이어서 더욱 바빴을텐데, 이런 벗들이 있어 행복하네요. 오늘 특별히, 일찌감치 문을 닫은 친구의 레스토랑에 둘러앉은 오랜 벗들과 일잔~^^ 세상에 그 어느 술 맛보다 달콤하고 시원하다.
"인생 머 있나? 이런 거 사소한거 챙기고 사는거 아이가?" - 친구왈
'사소한 건 아닌데... 죽을 고생하고 왔거늘...짜슥이...ㅠㅠ' - 내 마음 ㅋㅋ
5일간의 피곤함도 잊은 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여행을 마무리한다. 무엇보다, 시간을 내어주고 마음속 걱정이 적지 않았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안전하고 소중한 여행이 되도록 도와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