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산 국토종주 라이딩 준비하기
두바퀴 여행의 계절이 찾아왔다. 이미 한강주변 자전거길은 두바퀴의 행렬로 북적인다. 아직은 아침 저녁의 찬기운이 부담스런 때이지만, 머지않아 반팔 저지와 헬멧이 땀으로 흥건하게 적셔질 만큼 저 태양은 대지를 달구어 놓을 것이다. 땀에 젖은 저지로 받아내는 한여름의 산들바람만큼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것도 드물다.
지난해 여름의 열기가 완연히 가시지 않은 9월에 4박5일간의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은, 자유로운 한마리 새가 된 듯한 시간이었다. 그 특별했던 재충전의 시간, 올해 다시한번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남한강의 포근한 물줄기, 우리나라 산천을 한껏 느끼게 해주었던 새재길, 그리고 생명력 충만했던 안동의 새벽과 화려한 레퍼토리의 낙동강 자전거길의 생생한 추억을, 올해 국토종주 여행을 준비하는 자전거 애호가들을 향한 부러운 마음과 함께 다시한번 정리해 본다.
이글은 지난해 국토종주 자전거여행을 준비하며 남겼던 기록을 기초로, 종주완료 후 그 경험을 덧붙여 보완한 글이어서 군데군데 표현된 시제(미래형)가 조금은 어색할 수 있다.
좀 더 꼼꼼히 챙겨보니, 24개 자전거 인증센터를 거치며 상주상풍교에서 안동댐 왕복 거리를 합쳐서 700여 킬로미터의 거리를 라이딩하게 되는 여행이다. 서울 탄천과 한강을 거쳐 팔당대교를 지나고 남양주 "능내역"에서, 어릴적 노닐었던, 부산 "낙동강하구둑"까지를 홀로 떠나는 '국토종주 자전거여행(라이딩)'. 자전거길은 남한강, 새재, 안동댐에서 우리나라 최장의 강, 낙동강 줄기를 따라 부산까지 흘러간다.
직딩의 일상 속에서 짬을 내려다 보니, 이미 두번이나 일정을 바꿔가며 미뤄왔던 여행이다. 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지는 아침과 저녁 바람을 느끼니,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 싶어, 진짜 떠난다.
무계획에다 정처없는 여행이 궁금했던 터라, 늘 해오던 사전 자전거길 '온라인 답사' 조차 이번 여행을 위해서는 지금껏 하지 않았었다. 오늘에서야 슬며시 걱정이 되었던 나머지, 와인 한 잔과 함께 한 구간 한 구간 가늠해 보고 있다.
며칠 전 부터 틈틈히 장비를 챙기고 백로더(토픽 다이나팩)에 알뜰하게 들어갈 수 있게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일학년 첫 소풍이 그랬던 것 같다. 과자봉지며 맛있는 김밥 도시락의 기억을, 위 사진처럼, 사진으로 남겨 놓지는 못했지만.
짐은 최대한 가볍게 해야해서 많이 챙길 수도 없지만, 게중에 좀 더 특별한 신경을 쓴 부분이라면, 첫째, 펑크를 대비한 예비튜브 2개, CO2 캡슐 2개, 자전거용 공구세트 파우치. 장비보급이 가능한 지역을 만나기 전에 펑크가 세 번 연이어 나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펑크 조치를 하게되면 소비한 양 만큼은, 중간 중간 큰 도심을 지날 때 보급을 하기로 하고.
종주 후에 깨닫기도 했지만, 튜브나 자전거 부품을 보급하는것이 녹녹지 않을 것 같다. 다행히도, 로드바이크로 떠난 지난 종주에서는 MTB전용 임도까지 모두 정주행을 했지만, 펑크는 없었다. 하지만, 길의 다양한 사정을 감안하면 위 필수부품은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야간라이딩에 대한 대비. 일부러 계획한 게 아니라면, 피하기 어려운 경우에 어쩔 수 없이 라이딩하게 되는 상황일테고 초행길이거나 길의 사정을 알수 없는 경우일 것이어서더더욱 준비가 필요하다. 안전을 위한 (앞,뒤) 라이트와 일교차를 버티게 해 줄 얇은 윈드점퍼.
세째, 장시간 보급이 안 될 경우에 대비한 에너지젤(하루 한 개 분량). 틈나는 대로 에너지바와 음료는 중간중간 채워야한다. 낙동강 지역 처럼 험난함과 지루하리만치 긴 한적함을 동시에 갖춘 지역에서 봉크(크래킹: 체력소진) 라도 오면 큰 일이다.
마지막으로, 휴대용 키보드. 사실, 로디(로드바이크 라이더)로서 짐은 최대한 줄여 생존 필수 항목만 챙겨야 하지만, 매일 같이 일기처럼 이야기들을 남기고 싶은 욕심에 한번 챙겨 가 보기로 한다. 다행히도 토픽다이나팩에 1미리정도 오차로 얌전하게 들어간다. 여행 후에 돌이켜 봤을때, 가장 쓸모 없었던 아이템이다. 두 엄지로 모든 기록에 어려움은 없었다. 책을 가져갔다는 분도 계시지만, 후회하셨단다. 홀가분 한 몸과 마음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과 마치 네비게이션도 없이 제멋대로 흘러가는 생각의 줄기를 그냥 편안하게 즐겨보자.
그외, 두 휠에서 내려와 있을 때에 필요한 필수품들도 있다. 얇은 슬리퍼(로디로서 클릿슈즈의 불편한 점 중의 하나다.), 잠옷을 겸한 평상 복(반팔/반바지, 속옷을 겸할 수 있는 스포츠용 반바지로 속옷을 줄일 수 있다) 등이다. 하지만, 종주 자전거길에 위치한 바이크텔이나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 있는 숙박시설에서는 슬리퍼와 세탁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평소 일주일에 2~3회 라이딩을 한다. 주로 주말이며, 짧게는 30~40킬로미터, 길게는 200여킬로미터(최장 230)를 하루에 주행한 경험도 있다. 물론, 이번여행은 4~5일을 연이어 달려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120~130여 킬로미터 씩 5일동안 라이딩하는 계획이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물론, 라이딩하면서 유연하게 코스를 바꿀 수 있게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장거리 라이딩에서 기본이 되는, 그리고 중요한 것, 페달링 습관과 자세다. 초보시절엔 늘 손과 핸들바에 무게를 싣는 자세 때문에 손이 저리고 어깨에 무리가 가게 되는데, 무게 중심을 안장쪽으로 옮겨 아랫배와 엉덩이 쪽에 80%, 나머지 20%미만의 힘으로 균형을 잡고 페달링을 한다.
고관절과 허벅지근육(대퇴근)을 활용한 안정된 페달링이 필요한데, 숙련이 필요한 습관이어서, 완전히 습관화가 되지 못했다면, 잠시 동안씩 만이라도 의식적으로 페달링함으로써, 무릎 바로 위 근육(내측/중간광근)과 종아리 근육(비복근)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많은 경우, 종아리와 무릎 위 근육을 써서 페달을 누르듯이 페달링을 하게 되는데, 무릎에 더해지는 힘도 문제지만, 적은 부피의 근육을 오랜 시간 고강도로 쓰다 보면 근육 속 에너지가 고갈 되면서 "쥐"가 나게 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무정차 라이딩 1시간여가 지나면 허리 통증이 시작되는 편인데, 적절한 휴식을 통한 예방도 중요하겠지만, 안장위치를 조금 조절해 볼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안장에 안착할 때 최적의 안장위치보다는 안장이 조금 뒤로 밀려나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효과 검증이 가능 할 듯. (효과가 있었다. 안장위치를 8mm 앞 쪽으로 위치를 옮겼더니, 평지 주행에서 손과 어깨에 무리가 덜 갔고, 심지어 업힐 주행도 편안해졌다.)
하루 120~130 킬로미터의 거리는, 아침일찍 출발(7시~8시) 기준으로 일몰전에 라이딩을 마칠 수 있는 라이딩 거리일 것이다. 가급적 저녁시간은 그 지역의 유명한 향토음식과 휴식의 여유를 만끽할 계획이어서, 야간라이딩은 계획에서 제외한다. 저녁엔 그날의 감상이나 이야기도 그날 그날 조금씩 메모로 남길 겸.
선답자들께서 남겨 주신 블로그나 지도 정보를 보면, 숙소를 정하거나 음식점을 고르는 일은 그날의 즐거운 소일거리로 남겨두어도 될 듯하다. 다만, 아늑하게 혼자서 쉴 수 있는 모텔이나 바이크텔을 숙소로 사용할 계획이고 4박5일 기준 숙박지역은, 서울에서 부산 방향 기준, 1일차 충주탄금대, 2일차 안동하회마을, 3일차 낙단보, 마지막 숙소는 합천창녕보로 정해두었다. (사실은, 애초 계획과는 조금 달라진 곳도 있지만 말이다.)
숙소관련 완주 후 업데이트-만족도는 ♡포인트로~ 1일차 : 충주탄금대 전 바이크텔 (♡♡♡) 2일차 : 안동 하회마을 (♡♡♡♡) 3일차 : 낙단보 무인텔 (♡♡♡♡♡) 4일차 : 합천창녕보 적교장 모텔(♡♡♡♡)
멋지게 펼쳐지는 강변이나 고갯길의 정경을 지나노라면 라이딩을 멈추고 사진촬영의 맛을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이 순간들도 자연스레 꿀 같은 휴식이 된다.
평소 건강에 도움은 안 될테지만, 비교적 갈증에는 강한 편이라 물통은 카멜 710ml 한통을 준비했다. 대신 에너지젤 5개를 비상보급용으로 준비하고, 문제가 될 때를 대비한다.
낙동강자전거길로 접어들면, 편의점은 귀하신 몸이 된단다. 편의점을 만날때 마다, 저지 주머니들을 에너지바, 바나나, 영양갱으로 채워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상점을 대신해서 달리는게 상책이다. 하지만, 미리 경험하신 선배님들의 기록에 나타난 편의점들은 모두 메모해 두었다. 적어도 확인된 오아시스의 위치는 알고 있어야 할듯해서.
여행의 맛과 멋은 미각으로부터 절반이상은 정의된다. 그래서, 주식은 인스턴트나 과자 대신 제대로 된 식당을 찾을 계획이고 저녁식사 만큼은 푸짐한 향토 음식으로 가질 계획이다.
1) 남한강: 팔당대교~충주탄금대
이미, 세번정도 길고 짧게 다녀온 코스다. 아름다운 코스이자, 애초엔 부산 낙동강에서 출발해서 마지막으로 거슬러 올라오고 싶었을 정도로 깊숙한 휴식을 가져다 주는 코스.
2) 새재: 충주탄금대~ 상주보
유명한 이화령 고개길이 있는 코스다.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출발했던 코스이자 종주 후엔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코스이기도 하다. 아기자기한 코스의 구성과 경치가 훌륭했으며, '이화령의 도전'이 조화로운 코스이다.
3) 낙동강: 안동댐~낙동강하구둑
개인적으로 안동을 무척 좋아한다. 하회마을 뿐만 아니라, 병산서원을 좋아해서 안동 지역 라이딩에 대한기대가 크다. 그러나, 거리도 길 뿐만 아니라, 무심사, 다람재, 박진고개로 이어지는 악명 높은 난코스 고개길과 고독과 싸워야하는 적막함의 코스. 고독을 위해 오른 길인데, 낙동강코스가 이를 채워 줄 지, 두 번 다시 '고독'이란 말은 꺼내지 못하게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떻게 보면, '마음' 이것이 가장 큰 동기이고, 목적 그 자체이자, 막연한 이 여행을 저지르게 만든 주범이다. 한 친구는 남들은 20대에 하는 것을 40대에 와서 한다며, 칭찬이라지만, 그런 말이나 생각이 들 때면, '좀 더 일찍 경험해 봤더라면' 하는 덧없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랬더라면 추억 속에서나 잠자고 있었을, '다 해봤노라'며 더 이상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수도 있었을, 이 신나고 흥분되고 설레이는 700여 킬로미터의 시간이 내일 열리는 것이다.
온전히 그 시간을 나에게 안겨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