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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의 라이딩, 호명산

호수, 호젓한 숲길, 숯불구이, 기차여행

호반로.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무척 아름다운 길이다.   여름을 재촉하듯 서둘러 뛰어든 호수 위 수상스키와 모터보트가 만들어내는 물결은 청평호에 비친 산과 구름을 훅~ 하고 불어 놓았고 시원하게 닦여진 아스팔트와 그 위에 금방 그린 듯한 흰색과 노란색 라인은 두다리의 페달링 본능을 깨운다.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 후,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나 자연과 함께하는 라이딩에 대한 밀착감이 한층 깊어진 듯 하다.   깊은 자연을 다시금 보고 싶어 떠나게 된 호명산 라이딩.


턱 밑까지 숨이 차오르는 업힐 라이딩 중에서 조차, 저 멀리서 한 눈금씩 다가오는 계절을 맞이하는 감상에 젖어들 만큼, 푹 빠져들게 되는 호명산 라이딩이다.   라이딩이 선사하는 이런 감각의 향연과 기쁨이 좋다.


팔당대교 근처, 본격적인 남북한강 라이딩을 시작하는 곳이다.   남쪽이던 동쪽이던, 서울을 벗어나 자연을 접하기 위한 라이딩의 관문과도 같은 곳이다.
북한강변 구봉마을 근처

한강과 남한강을 비롯한 많은 강변 자전거길이 강둑위에 조성되다 보니 라이더에겐 강물이 다소 멀게 느껴지지만, 북한강의 물결은 한층 가깝다.   지형 때문에 물난리의 위험이 적어서인지는 몰라도, 강변에 가깝게 잘 다듬어진 길이나 주변 거주시설들이 안전한 물길을 말해주는 듯 하다.   덕분에 북한강 자전거길 라이딩은 북한강의 물결을 한껏 느끼며 달리는 정취가 있다.


양양막국수숯불닭갈비에서의 휴식.   배고픔의 걱정이 없다면, 이곳을 지나쳐 호명산 기슭에서의 닭갈비 숯불구이를 권한다.

춘천으로 향하는 라이딩은 늘, 추억을 머금은 곳을 달리는 특별함을 선사해 주는데, 이제는 꾀 주변 지형과 상점들의 간판도 친근해져간다.   이 춘천행 자전거길 (북한강 자전거길)에서 벋어나 호명산 코스로 갈라져서 가야하는 갈림길과 만나게 된다.   강 건너 청평댐을 마주 바라보는 곳이다.


청평댐을 마주하는 청평1교 아래. 위두번째사진 속의 길 끝 즈음에서 좌회전으로 언덕위를 올라 경춘로와 호반로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는 길을 통해 호반로로 향한다
청평댐을 지나면, 청평댐 뒤로 펼쳐진 청평호수와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훌륭한 청평의 자연과 함께 펼쳐진다.
청평호를 끼고 달리는 호반로

호반로.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무척 아름다운 길이다.   여름을 재촉하듯 서둘러 뛰어든 호수 위 수상스키와 모터보트가 만들어내는 물결은 청평호에 비친 산과 구름을 훅~ 하고 불어 놓았고 시원하게 닦여진 아스팔트와 그 위에 금방 그린 듯한 흰색과 노란색 라인은 두다리의 페달링 본능을 깨운다.   


라쿠나(Lacuna)"라는 카페인데, 도로변으로 드러난 정원이 멋져서 한컷.   이름의 의미와 호반의 풍경이 잘 어울리는 듯
양진교를 지나쳐 만나는 풍경. 저아래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직접 다가가 촬영 중인 분

기대하지 않았던 훌륭한 경치에 한껏 취해 라이딩을 만끽하고 있을 즈음, 쁘띠프랑스를 알리는 사인보드들에 이어 오르막이 나타난다.


차량과 방문객으로 붐비는 쁘띠프랑스 입구

클릿을 끼고 달리는 로드바이크의 특성 때문에, 오르막에서 많은 인파나 차량이 밀려 정차 중인 상황을 만나게 되면 당황스럽다.   오르막에서 정차한 후 다시 출발시키기가 까다롭기 때문인데, 정~말 오래간만에 클릿 때문에 어이없이 넘어지고 만다.   클릿 낙차는 꼭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ㅠㅠ 너무 챙피해서, 옷에 묻은 먼지도 털어내지 못하고 곧바로 일어나서 다시 출발 한다.


호명산 코스에서 느낌있는(^^) 업힐 구간은 두 곳이다. 쁘띠프랑스입구에서 시작되어 가평읍 복장리가 시작되는 고개정상으로 이어지는 구간(2.5km), 그리고 호명산의 대표 고갯길인 상지로 고갯길(쵸콜렛펜션 삼거리에서 정상까지 5.5km)이다.   


쁘띠프랑스 후 첫 고개.   쁘띠프랑스 입구에서 고개정상까지 약 2.5킬로미터
상지로 고개 정상.   초콜렛펜션 삼거리에서 고개정상까지 약 5.5킬로미터.   고개정상에 정자와 사이클대회를 기념하는 기념석이 있다.

호명산의 업힐은 초심자에게도 무정차 완주의 여지를 주는 듯한, 중간 중간 휴식을 곁들여가며 오를 수 있는 경사로 구성과 멋드러진 카페들까지 자리 잡고 있다.


청평호가 내려다 보이는 야외테이블에서~

카페에서 땀에 젖은 몸을 잠시 쉬게 하려니, 그제서야 아까 넘어진 팔꿈치와 골반이 시큰거려 온다.   어떻게 보면, 국토종주에서 경험해 본 "와볼테면 올라와보든가?" 라고 말하는 듯한 고갯길들에 비하면, '초대'의 손짓이 느껴질 법한 호명산의 오르막이다.


호명산 상지로 오르막길.   드라이빙 코스로도 유명하다.

간혹, 이 정취있는 드라이빙코스를 지나는 차량들이 있기는 하지만, 좀 전의 호반길에서 벋어나 숲속의 조용한 길로 접어든 호젓한 라이딩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봄 뻐꾸기 소리마저 거친 호흡을 잊게 만드는데 고교시절까지 농사를 거들었다는 함께한 친구는, 봄뻐꾸기가 울면 콩을 심는단다.  새소리, 나뭇잎이 만드는 바람소리의 호명산 숲.   미끄러져 오르는 내 자전거의 얇은 두 바퀴소리가 더해지니 정겹 그지없다.   봄이 한창 푸르른 숲이지만, 여름이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다.   내 자신의 감각으로 오롯이 호명산을 느끼고 있자니, 힘찬 페달링을 저어가면서도 특별한 휴식만이 주는 평온함마저 느낀다.


경춘선 상천역

호명산 다운힐 끝자락에서 상천초등학교를 지나 경춘선 상천역으로 갈 수 있다.   기차여행을 시작하기 전, 가까운 닭갈비 숯불구이를 잘 하는 식당을 찾아 단백질을 보충하며 하루의 시원한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집으로 향하는 길은 1시간은 족히 걸리는 기차여행이 되겠지만, 자전거 라이딩과 기차여행의 조합만큼 흥겨운 여행도 드물다.


끝.



라이딩 팁.


호반로는 갓길 없는 왕복2차선 도로이고, 그 유명세 만큼 (번잡하진 않지만) 지나는 차량들이 있다.   안전에 신경을 꼭 써야 한다.   훌륭한 경치에 전방을 주시하지 않거나 사진으로 담기 위해 무작정 자전거를 세우지 않도록 조심.


호명산 고갯길 정상에서의 내리막길은 아스팔트 노면의 변형이 심하고 긴 구간에 걸쳐 있어서, 고속 다운힐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손목에 충격이 지속적으로 가해 질 수 있다.   브레이크 컨트롤을 적절히 활용하고 무게중심을 뒤로 옮겨 손목에 전해지는 충격 부담을 최소화해서 라이딩한다.


호명산 업힐에 대비해서 체력을 아끼고자 한다면, 서울에서 경춘선이나 경의중앙선을 이용(혹은 자가차량)해서 운길산역, 대성리역, 혹은 조금 더 호명산에 가까운 청평역이나 상천역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호명산 코스는 총 업힐 구간은 긴 편이지만 업힐 중간 중간 평지에 가까운 구간이 있고 경사도가 높지 않아서 어렵지 않은 업힐로 구분될 수 있다.   게다가, 집에서 전철역까지 가는 것도 번거롭게 여겨져 그냥 한강 자전거길을 타고 팔당을 거쳐 호명산까지 라이딩하기로 한다.   돌아올 때 힘들면 전철을 타기로 하고...


코스: 스트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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