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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우연히 만난 캘리포니아 주말 자전거여행 1

뜻하지 않게 며칠 더 머물게 된 마운틴뷰(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사이 위치) 출장.   어쩔 수 없이 주말을 이곳에서 보내게 된다.   아무런 준비도 예상도 없었기에 처음엔 다소 난감했지만, 이번 참에 캘리포니아 바람을 가르며 이곳 실리콘밸리의 산악지형의 업힐을 오르며 흥건히 땀에 젖어보기도 하고 현지 로드바이크 라이더들도 구경 삼을 겸, 자전거를 달려보기로 한다.


1. 자전거 대여하기: Cognition Cyclery


구글링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현지 자전거 대여 서비스와 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댓글들을 읽어보고 현지 동료들의 검증을 통해서, 몇몇 후보들 중에 "Sports Basement"와 "Cognition Cyclery"로 가볍게 대상을 좁혀 평일 퇴근길에 들러본다.   


두 곳 모두 자전거를 비롯한 스포츠용품 전문매장을 겸하면서 자전거 대여서비스를 하고 있다.   덕분에 선별해 두었던 아이템들도 구입할 수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자전거의 선택이다.   일반 관광객 처럼 유명 관광사이트를 가볍게 돌아 볼 수도 있고, 아에 사이클리스트로서의 로드바이크와 클릿페달링을 통해 장거리의 스피드와 업힐 코스를 체험해 볼 수도 있는...  내가 원하는 것은 당연히, 후자.


Cognition Cyclery는 스페셜라이즈드 전문 매장이다.   대여서비스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자전거모델들의 데모(전시와 시승)에 더 무게를 싣다보니, 내 자전거모델은 물론 다른 스페셜라이즈드 모델들도 있어 사이즈만 맞으면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이점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Cognition Cyclery(이하: Cognition)에서 자전거는 해결하기로 한다.  한가지 무시하기 어려운 흠이 있다면, 예약을 할 순 없고 대여 당시 선착순(First come, first served)이라는 점이다.   미리 모델을 확인하고 낙점해 놓은 들, 대여 시점에 그 모델은 없을 수 있다는 거다.   미리 특정모델과 사이즈 대여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예약하길 원한다면, 인터넷 예약 시스템으로만 대여 서비스를 하는 "Sports Basement"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충분히 일찍(3~4일 전) 예약만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다만, 차종은  Cognition이 우수하다.


자전거대여비용
Cognition Cyclery: $85/24시간, 헬멧: $5
Sport Basement: $60/24시간, 헬멧 무료


우여곡절 끝에 금요일 저녁에 겨우 대여 성공.   그 과정에서 친절함과 자전거와 코스에 대한 조언으로 친구가 되어버린 대니 브라운

미리 점찍어 두었던 스페셜라이즈드 타막은 그 유명세로 내가 방문했던 금요일 저녁에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 동안 똑 부러지는 안내와 조언으로 내게 믿음을 주었던, Cognition의 '대니(Danny)'로 부터 "Niner"라는 미국 브랜드의 Cyclocross 모델을 추천 받았다.   알루미늄 바디여서 무게는 타막의 두배 가까이 무거웠지만, 그 시점에선 훌륭한 대안이자 적극적인 제안이어서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마음이다.   사실, 샵의 비즈니스 특성상, 고객이 원하는 모델이 없으면 없다고 하고 "I am sorry"라고 해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나는 다른 주말 계획을 갑자기 세워야만 했을것이고, 캘리포니아 라이딩은 또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니는 자기가 타는 자전거와 같은 모델이어서 잘 안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라이딩 중간중간 만난 현지 라이더들이 금방 알아봐주는 Niner였다.


Niner Cyclocross 모델.   Niner는 미국 토박이 브랜드이며, 29인치 MTB를 전문 라인업으로 생산한다.

또 다른 대여항목은 자전거 타이어펑크에 대비한 장비와 헬멧이다.  전조/후미등, 거치형 파우치도 요청해서 갖출 수는 있으나, 체계적으로 재고를 관리하는 것 같지 않다.

  

"내 저지는 포켓이 없는데, 혹시 파우치 있니?"

"잠깐만 찾아봐 줄게."

한참뒤에 창고에서 돌아온 대니는,

"이것밖에 없는데, 괜찮겠니?"


이런식이다.   물론 이런 아이템들은 무료다.   클릿슈즈와 나머지(글로브, 저지, 패딩팬츠 등) 아이템은 고객의 몫이고.


2. 코스 선택: Foothill Expy, Page Mill Rd. (87km)


Cognition 샵의 대니는 본인 스스로가 라이더다.   이 지역 유명한 라이딩 코스는 풋힐(Foothill)Expressway를 거쳐 페이지밀( Page Mill)로드를 올라 부자동네로 알려진 사라토가(Saratoga)로 돌아내려오는 코스란다.   내 평소 라이딩 스타일과 경력을 듣고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추천해준다.


Page Mill 15Km, 35국도10Km, 9번 12Km로 총 산악코스(포장도) 37km에 Foothill Expy를 포함한 도심 라이딩 50km 정도의 실리콘밸리 코스다

지리 조건을 모르는 것을 감안하여 너무 무리가 되지 않을 만한 적당한 거리와 업힐-평지 조합이다.    


3. 자전거 천국


토요일 아침이다.  8월의 실리콘밸리지만, 아침엔 반팔상의는 쌀쌀함까지 느끼게 한다.  흐린 오전으로 하루를 시작해 점심 전후에 강한 햇빛이 쬐는 그런 날씨가 약속이라도 한 듯 반복된다.   


호텔 근교의 하천 옆 Trail.   양재천이나 탄천 자전거길의 지류나 그들의 미니어처와도 같이 닮은 꼴이다.

구글맵이 알려주는대로 첫번째 목적지인 Foothill Expy로 첫 페달을 밟는다.   사실은, 어제 Cognition 샵에 신용카드를 실수로 놓고 오는 바람에 중간에 들러 카드가 안전한지 부터 확인해야했지만, 어차피 가는 방향에 위치한 샵 덕분에 코스와 시간 운영에 큰 낭패는 없었다.   허당 주인의 카드를 고이 모셔두었다가 웃으며 건네주는 대니와 뜻하지않은 아침인사까지 나누고 본격적으로 출발한다.

거의 모든 도로에서 볼 수 있는 넉넉한 자전거길

도심 자전거길 라이딩을 시작하자마자, 이 도시가 얼마나 자전거에 친화적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본디 자전거길을 먼저 만들고, 그 후에 도로를 낸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의 존재감이다.


마운틴 뷰의 다운타운격인 Castro Street.   Cognition Cyclery 마운틴뷰 점이 이곳에 있다.

가령, 한국 도로에서의 자전거 좌회전은 도로법에 어긋난다.  "훅턴"이라해서 직진으로 교차로를 일단 건넌 다음, 진행하고자 하는 도로 우측에서 직진신호를 기다렸다 진행방향 차량과 함께 출발하는 방식이다.


캘리포니아는 자전거 좌회전을 허락한다.  교차로의 도로 안쪽 좌회전 대기선에  자전거용 좌회전 레인이 늘 그려져 있고, 차량은 당연히 자전거에 우선권을 내어주거나 함께 좌회전하는 자전거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좌회전 한다.


Foothill Expy(Expressway)에 도착했다.   언제부터인가 하늘엔 구름이 걷히고, 캘리포니아의 전형적인 파란하늘이다.   토요일 오전 브런치를 즐기는 주민들이 주변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평화로운 토요일 오전의 전형적 이미지를 자아낸다.


Miramont Ave.와 Foothill Expy의 교차지점.   이곳에서는 본격적으로 제대로 갖춘 로드바이크 라이더들을 만날 수 있다.

Foothill Expy는 제한속도 50마일(시속 80.4km)의 고속화 도로다.   Highway(고속도로)는 아니지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도로.   그러나, 넓은 자전거도로와 함께하는 라이더들로 안전함을 느끼며 라이딩 할 수 있다.   물론, 어울릴것 같지도 않지만, 생활자전거의 초보라이더나 아이들은 볼 수 없다.


차량에게나 자전거 모두에게 잘 가꿔진 Foothill Expy

라이더들은 서로를 앞지를 때, "굿모닝", "쿨 바이크(Cool bike!" 라며 추월해 지나감을 알린다.  물론, 왼쪽을 활용해서 앞지르는 것은 한국과 같다.


팀복을 맞춰입는 커플

4. 우연의 미학


저 멀리 파란하늘아래로 노란 언덕이 길을 막은 듯 서있다.   자연의 색대비여서인지 인상적이다.   사진을 촬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40~50명의 그룹라이더들이 반대편으로 지나쳤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한국에서는 그룹라이더의 팩 사이즈가 10여명을 넘기는 것은 드물다.   유명 투어경기(장거리사이클경기: e.g. 뚜르드프랑스)라도 보듯 길게 늘어선 펠레톤(투어경기 중 펼쳐지는 선수들의 대형그룹-무리-을 뜻한다)이 그 파란하늘과 노란언덕, 그리고 빛나는 아스팔트 사이의 지평선을 가로지르듯 어우러지며 멋진 경치를 그려내고 있다.   로드바이크라이딩만의 멋이다.


저 언덕을 시작으로 좌측으로 Page Mill 로드 (15km 업힐)가 시작된다.

평소보다 무거운 자전거도 라이딩을 힘들게 하지만, 중간 중간 사진을 남기느라 자전거를 번번히 세우는 바람에 업힐의 페이스가 무너져버린 듯 하다.   가쁜 호흡이나 근육의 피로감도 언제나 처럼 찾아오지만, 새롭게 자전거를 출발시킬 때마다 두세배 더 필요로하는 에너지에 체력 소모도 만만치 않다.


반대편으로 시원하게 다운힐 라이딩을 즐기는 현지 라이더들

산 정상까지도 여러 국립공원으로 이루어져 있는 지형이 특색 있었으며, 얼마전 캘리포니아를 뒤덮은 장기간의 화마로 산불에 대한 경계심이 공원입구마다 한층 더 달구어진 듯 하다.


공원 앞에서 셀프셧도 한컷

꾀 긴 업힐이다.

햇빛이 강해지기 시작한지도 오래지만, 지금까지의 실리콘밸리 라이딩으로 깨달은 것은, 반대편 사라토가 마을에 다다를 때까지는 중간 보급장소가 마땅치 않을것 같다는 예감이다.   나중에 그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지만, 말 그대로 사막에 가까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캘리포니아의 또 다른 면을 새삼 느끼게 된다.  군데군데 숲과 나무가 있어도 물을 만나기 어려운 척박한 토질이다.


이제서야 어느정도 업힐이 마무리되는 듯하다.

나중에 지도앱으로 측정을 해 보니, 꼬박 15km를 올라왔다.   군데군데 14~15%정도의 고각의 경사도도 나타나고, 평균 6~8% 정도의 경사도를 지닌 코스다.


정상에 가까워 오자, 숲이 사라지고 캘리포니아 특유의 노란 민둥산이 드러난다.   그 중앙을 깔끔하게 다듬어진 아스팔트가 가로지른다.

정상 즈음에 다다르니, 군데군데 휴식을 취하는 라이더들이 눈에 띤다.   "Good morning", "Hi there~!"  여의치 않으면 눈인사라도 서로 나누며 메마르고 텅빈 그곳에 사람이 있음을 소리내어 서로에게 알리는 듯하다.   


최근엔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큰 흐름이 있다지만, 실리콘밸리로 진출한 많은 중국 개발자들을 말해주듯, 중국인들로 이루어진 크고작은 라이딩그룹도 하나 둘 만나게 되는데  여지없이 나를 바라보며 아는 채 하려는 표정을 보니, 날 중국인이라 확신하는게 틀림없다. ㅎㅎ


사막같은 산능선 도로(35번)에서 저기 안쪽에 여러채의 주택이 있음을 알리는 포스트박스들.

아침에 먹다 남은 Breakfast Burritto (부리또)를 싸오길 잘했다.   물론 만일에 대비한 에너지젤과 에너지바를 가져왔지만, 하마터면 점심을 거르고 한여름의 땡볕아래를 온종일 라이딩하게 되는 불상사를 맞이할 뻔 했다.


또 다른 한 공원 입구에서 점심 한끼
점심 장소로 정한 한 공원 입구.   이곳까지 차로 이동해서 조깅(크로스컨트리)을 하거나 하이킹을 하며 주말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점심 먹은 후에도 낙타등 같은 능선 도로를 타고 몇킬로미터를 더 라이딩하니, 9번 도로와 만난다.   오늘 라이딩 중 첫 인적을 맞게 될 "사라토가"로 이어지는 길이다.   물론 지나다니는 차량들과 라이더들은 있다.


9번도로로 접어들자마자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왼쪽 대퇴부에 근육통이 시작될 무렵이라 다행이었지만, 그렇게 시작된 다운힐은 끝날 줄을 모른다.   중간에 허리가 아파 잠시 쉬어야했는데, 지도를 열어보니 9번도로를 만난 교차로에서 사라토가 까지는 총 길이가 12km인 꼬불꼬불한 내리막이다.   우리나라 백두대간 라이딩의 업힐과 다운힐도 이런 느낌일까.

 

이제부터는 호텔로 돌아가는 도심 라이딩이 남았다.   사라토가(Saratoga)를 지나 왼편의 쿠퍼티노(Cupertino), 오른편의 산타클라라(Santa Clara) 사이를 가로지르는 로렌스 익스프레스웨이(Lawrence  Expy)를 한동안 달려가야 한다.   이곳 교차로 신호는 적은 교통량을 감안해서인지 신호주기가 짧다.   덕분에 페달링 속도만 잘 조절하면 교차로마다 세우지 않고 페달링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뜨거운 오후 햇볕이 한껏 달아오른 오후의 아스팔트를, 마실 물도 없고 체력도 바닥난 상태에서 견뎌야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부터가 더 어려운 여정일 것이다.  


호텔에 도착 후 스포츠바로 직행했다.  그리고 인생 IPA(Indian Pale Ale)를 맛보았다.

첫째날의 캘리포니아-실리콘밸리 라이딩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스케일이 다른 열기와 경치, 물한방울 보급하기 어려운 여정, 무거운 자전거.   멍해지는 라이딩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향하는 방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중간중간 맞이하게 되는 어긋남과 예측하지 못한 변수는 그 여정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 뿐이다.'


잠깐이나마, 이들의 '라이딩'을 한겹 더 깊이 알 수 있었고 그 문화를 맛 볼 수 있었다.   내일은 칼트레인 첫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해변을 지나 골든게이트브리지(금문교)를 가보아야겠다.


첫째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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