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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라이딩이 즐거운 이유

바이크미슐랭의 자전거 라이딩 일기

장마 끝 뜨거운 여름이다.   이른 아침 아내와 잠실대교 옆 한강 도강 수영을 계획했다가, 안 좋아진 아내 컨디션 때문에 계획 변경, 혼자 늦은 아침 라이딩을 나선다.


어디로 갈까?
기세 등등한 여름 햇볕이 무서워, 정오 즈음에는 돌아올 수 있는 거리에 라이딩의 다양한 재미 요소까지 감안한다면, 답은 어렵지 않다.   남산이다.


최근 새롭게 포장된 한강 자전거길은 이미 높이 뜬 여름 햇볕에 한껏 달아올라 코끝이 화끈거리지만, 시원하게 뚫린 한강 자전거길을 시작으로 오늘도 신나게 페달링을 저어보련다.   땀도 한 바가지쯤 흘려보내고.  


탄천 합수부에서의 남산 코스는 로드바이크 라이딩의 종합 선물세트와 같다.   시원한 한강 자전거길, 한남동을 가로지르며 속도감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한남대로,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남산의 업힐 라이딩, 남산 자락을 누비는 소월, 그리고 리움박물관 옆을 지나며 공짜 조각 관람까지 힙한 문화의 이태원 거리.  그야말로, 2시간 동안 누려볼 수 있는 자전거 라이딩의 정수라 할 수 있다.


한남대로

남산을 오를 때도, 복귀할 때도 이 길을 통해야 한다.   한남대교를 통해 강남과 북을 오가는 많은 교통량이 처음엔 무섭기도 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은근한 재미와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긴장감에 본격적으로 남산 라이딩이 시작된다.   

한남대로. 남에서 북으로.


남산 업힐

남산 업힐 코스는 공원 매표소를 지나 위치한 약수터 입구 공터에서 시작, 남산 버스 종점에 이르는 1.8킬로미터, 6.5%의 경사도의 코스다.   비교적 짧고 그리 어렵지 않은 코스이긴 하지만, 국내 업힐 코스의 특징만은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남산 업힐 코스다.   봄을 알리는 풋풋한 흙내음과 새싹 내음, 여름엔 숲이 만드는 그늘 길, 가을엔 선선한 산들바람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코스이자, 서울 도심 한가운데 이런 업힐 코스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서울타워 아래, 버스종점
다운힐 시작


소월로

남산 다운힐은 경사도에 비해 커브길이 심해 조심하며 내려오는 게 상책이다.   다운힐의 끝에서 남산도서관 입구에서 소월로를 만나게 되는데, 휴일엔 교통량이 많지 않아 남산 자락을 따라 굽이치듯 흐르는 소월로는 로드바이크 라이딩의 위한 최상의 길 중에 하나다.    

소월로

소월로의 끝은 남산 하이야트 호텔 앞을 지나 남산관광고가차도로 이어지는데, 여유가 있다면 고가차도를 타고 그대로 다시 국립극장을 향해 남산 업힐을 할 수 있다.   작년 가을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5회전을 한 적이 있다.   

  

이태원

남산 라이딩을 마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남산 다운힐 끝에서 좌회전하지 않고 우회전한 뒤 광화문을 지나 북악산을 향하는 것과 남산 하이야트 호텔 옆으로 난 경리단길 그리고 이태원 거리로 나갈 수 있는 주택가 길이다.  나는 주로 이 주택가 길을 통해 리움미술관 옆을 지난다.

경리단길에서는 브런치를 즐길 수도 있고, 적당한 카페를 찾아 시원한 아이스커피로 휴일 오전의 여유로 격한 라이딩을 마무리 지을 수도 있다.     


리움 미술관

다시 한남대로로 나와 이번엔 반대방향의 내리막길을 따라 자동차와 나란히 달리는 로드바이크 속도감을 만끽할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한강 자전거길을 제외하면 남산 라이딩의 마지막 단계인 셈이다.


다들 덥다고 난리다.   이럴 때일수록 한껏 흘리는 땀과 근육의 열기는 희열을 느끼기에 넘친다.  그래서 나와 같은 라이더들에게 뜨거운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며, 남산 라이딩 코스는 이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완벽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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