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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사고, 없으면 좋겠습니다.

차 대 자전거 사고, 사고처리 체험기

"안라(안전한 라이딩)하세요."
"즐라(즐거운 라이딩)하세요."


라이더들 간의 입버릇 같은 인사다.   아무래도 두 바퀴로 어디든 달릴 수 있는 그 자유로움의 속성 때문에, 사고도 다양하고 예측불허이기 마련이다.   


며칠 전 시외 자전거 전용 차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던 나는, 자전거 전용 차로를 가로질러 골목길로 접어들기 위해 좌회전을 하던 SUV에 내 측면을 치이는 꽤 큰 사고를 당했다.   함께 자전거를 타던 클럽 멤버들이 받은 놀라움은 물론, 보행 중이던 몇몇 여성의 비명소리가 공중에 몸이 뜬 상태에서도 선명하게 들렸다.   내 좌측 어깨 부위였던 것 같은데, SUV 차량의 보닛이 움푹 찌그러지고, 충격을 받은 나는 주행 방향의 오른쪽 90° 수직방향으로 2~3미터를 튕겨져서 자전거와 함께 떨어졌다.  


충격 직전 좌측에서의 차량 움직임이 보였기에 순간 본능적으로 충돌을 피해보려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떤 이유로 운전자는 나와 자전거를 보지 못한 듯한데, 11명의 라이더가 열을 지어 달리는 그룹 라이딩 상황이었기에 운전자들의 눈에 잘 띄리라 여겼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렇게 대처하자


자전거와 자동차 사고.   생기지 말아야 할 사고지만, 도로를 함께 사용하는 '차'로 함께 분류되는 바퀴 달린 물건들이다 보니, 사고소식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하지만, 사고 과실비율이야 어떻든 가해자 혹은 피해자 당사자에게는 대부분의 경우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놀라거나 어안이 벙벙한 나머지 무엇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나 역시, 함께 했던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함께 놀랐던 운전자 분의 진심 어린 협조가 아니었다면, 정말 더 힘든 순간이 되었을 법하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 순간과 과정을 간단하게라도 정리함으로써, 자전거를 타는 분들과 그리고 많은 운전자들께서 유사한 사고를 줄일 수 있기를 기원한다.


 




1. 사람의 안전과 부상에 대한 처리가 우선


내가 운전자의 자리에 있건, 자전거 라이더의 입장이건, 놀라고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사고 즉시 119를 부르고 사고자의 안전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 부분을 조치할(될) 때까지는 다른 건 생각할 필요 없다.   



2. 인적 피해 사고는 반드시 사고 신고


다음은, 신고(112)다.   교통경찰은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데 누구보다 전문가들이다.   사고가 경미하더라도 특히, 사람을 친 경우라면 경찰 신고를 망설여서는 안 된다.   물론, 운전자라면 보험사에 연락하여 가이드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설령, 사고자가 "괜찮다"라고 하더라도, 운전자는 현장을 벋어 나서는 안된다.   명함이나 연락처를 전달하면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할 수 있지만, 과실책임이 더 큰 쪽이 사고처리에 충실하지 않은 채 자리를 뜰 경우, 자칫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이번 사고를 통해 안 것이지만, 사고 신고로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다 하더라도, 상황 판단(경미한 경우일 것이다)에 따라 경찰은 사고 접수 여부를 다시 한번 피해자 측에 확인한다.   이때, 사고 등록 여부를 피해자로서 다시 한번 판단할 수 있지만, 나중을 위해 사고를 접수하기로 했다.   


나중에 담당 경찰관과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사고 접수를 하게 되면 운전자에게 행정처분 (과태료, 벌점)이 내려지게 된다고 한다.  큰 사고가 아닐 경우는 보험사를 통해 피해내용만 처리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사고 접수를 통해 운전자에게 행정처분이 더해진 것이다.   나는 사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변의 권고로 사고 접수를 하긴 했는데, 운전자가 실수를 인정하고 거듭 사과를 하셨기에, 사고 접수를 괜히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3. 응급실, 응급치료


사고 피해자로서 사고 당시 외상이 없고 괜찮게 느껴지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기 시작하면 몸이 받은 충격을 실감하기 시작한다.  반드시 병원 진료와 진단이 필요하다.   사고 당시에 느끼지 못했던 몸의 충격과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나는, 몇 시간 뒤 직접 응급실을 찾았다.   사고 당시엔 출동한 119 응급차량을 내가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걸을 수 있고 큰 외상이 없었기에 괜한 낭비라 여겨졌다.   응급실에서 나의 상태를 확인한 의료진은 골절 여부를 진단하기 위하여 엑스레이를 여러 장 촬영 후, 뼈에 이상이 없음을 진단하고 타박상 치료를 위한 간단한 처방을 내렸다.



4. 사고 후 두 번째 진료


뼈의 안전은 확인했지만, 응급실의 판단만으로는 부족했다.  사고 충격 시 머리를 부딪히지는 않았던 것 같고, 헬멧도 쓰고 있었기에 큰 염려는 아니었지만, 사고 후 몇 시간 뒤부터 두통과 어지럼증이 계속되었다.   충격받은 좌측 어깨, 목, 옆구리에서 들쑥날쑥한 통증이 이어져 주말이 끝나자마자 한방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의 좀 더 자세한 관심을 받으니 그제야 실질적인 안정이 되기 시작했다.   


외상이 없는 것이 다행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염려도 된다.   속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으면서 의사의 관찰 대상이 되상태에 따라, 추가 진료도 가능하리라 생각하니 한시름 놓는다.  


나머지 일들이야 보험사와 신고받은 경찰에서 챙겨줄 일이어서, 큰 골칫거리는 아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요란했던 순간을 감안하면, 운전자나 나나 운이 좋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자전거도 방어운전이다.


로드바이크 라이딩을 즐기는 나로서는 이번 사고가 적지 않은 충격이 될 것이다.   겁도 많아지겠지만, 더 조심스러워질 것은 분명하다.   직접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는 처음 겪어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차대 자전거 사고를 직접 경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첫 번째는 다행스럽게도 사고 직전에 모면할 수 있었고, 두 번째인 이번은 안타깝게도 충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두 번의 경험 모두, "좌회전 차량"과의 그것이다.  



추측컨대, 도로 중앙에 선 좌회전 차량의 운전자는 반대편 차량의 움직임 위주로 주시하고 있는 데다가, 나도 경험하곤 하는 현상이지만, 운전석 좌측의 Pillar(필러) 좌회전 동안 순간 시야를 가리게 되는데, 이 때문에 자전거나 보행자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안전하게 타는 자전거가 가장 잘 타는 자전거라고들 한다.   이 좋은 취미를 언제까지나 오래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안전한 라이딩만이 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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