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입사 1_기대와 현실
오래 근무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스타트업에서.
코로나19 이후, 바이오 업계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신생 기업들,
국가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자금 지원으로
먼저 선점한 회사들은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
기존 강자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공공연히 하는것은 물론이었고.
이처럼 의료 쪽 스타트업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더불어 회사 규모들과 프로젝트 수들이 증가하며 많은 인력 채용도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새로운 직업에 대한 커리어패스를 구체적으로 구상하기도 전에, 스타트업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무척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했다.
기대와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스타트업에서의 생활을 기억하고자 이 글을 기록하기로 했다.
출근 첫 날.
면접 때 대표와 부사장님의 일들은 뒤로하고, 나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과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사무실에 들어섰다.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유연한 조직 문화, 빠른 성장, 젊고 활기찬 동료들,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사무실 문을 연 순간, 나는 자각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면접 때는 긴장하기도 했고 바로 대표실로 직행했기에 사무실 분위기를 파악할 시간이 없었는데,
첫 출근을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제야 이상한 모습들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왔다.
묘하게 정리되지 않은 느낌.
아니, 정리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마치 최근에 누군가 급히 떠나버린 듯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비어있는 자리들과 버려진 듯한 컴퓨터 및 사무용품들.
대표실에 들어가 함께 하기로 한 것이 영광이다라는 형식적이고 고무적인 인사를 하고
궁금한 것은 없냐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그만.
어수선한 자리에 대해 질문하고 말았다.
사업 종목을 광고에서 의료로 변경하며 한 번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다고 한다.
부사장과 전무를 비롯해 의사 출신, 약사 출신 전문가들도 채용하고
의료 전문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여러 전문직들을 채용하고 있다며
나 또한 그 계획의 일원이라고 추켜세워준다.
구조조정이 언제 있었길래 아직까지 자리 정리가 안되어있는 거지?
의아함은 있었으나,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표가 나의 자리를 직접 안내해 줬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대표가 대표실에서 나와 나와 함께 자리로 이동하고 중간중간 인사도 시켜주는데
영.
사람들이 나를 반가워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삼삼오오 모여 속닥거리고 있거나, 나를 힐끔거리며 눈치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대놓고 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보통 새로운 사람이 입사하면 반갑게 맞아주거나 적어도 가벼운 인사는 해야 할 텐데,
여기서는 마치 곧 떠날 사람이라고 간주하듯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기묘한 기분을 안고 자리에 앉았다.
물티슈로 테이블을 한 번 싹- 닦고, 노트북과 컴퓨터를 재세팅하며 머리를 식히려던 찰나,
"아, 새로 온다는 그분이시구나? 여자분이실 줄은 알았는데. 이름처럼 얼굴도 예쁘네요."
나이에 맞지 않는 힙합스타일의 바지와 발망 st의 구멍 난 티셔츠를 입고
묘한 싸구려 향수 냄새를 풍기던 남자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성희롱 아닌가? 하는 불쾌함이 들었으나 그래도 첫날이니.
"아, 네. 안녕하세요, 새로 입사한 연구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했지만
나를 빤히 보는 그의 시선에 불쾌함은 가시지 않았다.
"네, 반가워요. 저는 개발팀장 김현호라고 하고요. 여기 오래 있으려면 마음을 바로 잡아야 해요, 주변에 유혹이 많으니까요."
웬 유혹?
불쾌함에 당혹감이 더해져 그를 불편하게 쳐다보고 빠르게 눈을 모니터로 돌렸다.
아 느낌 별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