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입사 2_다들 왜 이래?
나를 막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점심시간이 되니 그래도 같은 팀인 부사장님이 점심을 함께 하자며 챙겨주신다.
첫 점심 식사의 멤버는 부사장님, 전무님, 그리고 허가팀장과 나.
강남역 한복판에 있어 맛집을 가기 쉬울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역시 점심시간에는 어디든 웨이팅이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그동안 해왔던 업무와 이력에 대해 간략하게 나누며 서로를 탐색하기 위한 질문들이 오간다.
갑자기 조용했던 전무가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묻는다.
"자기 열심히 살았네, 신념이 있는 것 같은데 종교 있어요?"
열심히 살았다는 칭찬과 신념의 연관성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네, 저는 천주교입니다."라고 답했다.
"어머~ 천주교구나. 천주교는 타락해서 구교되고 신교, 기독교가 탄생한 거는 그럼 잘 알겠네요, 그렇죠?"
조금 당황스럽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는 왜 하시지?
"아, 제가 냉담자라서요."라고 답했다.
잘 모른다고 하면 종교 이야기는 멈출까 싶어서.
"그러면 천주교라고 하면 안 되지, 자기 열심히 살고 맑아 보여서 내가 말하는 건데, 교회 한 번 나랑 가보자. 자기처럼 맑고 신념 있는 사람은 하느님 믿으면 더 잘돼."
너무 당황스럽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환영 인사 대신.. 전도라니?
그리고 이상하게 사이비의 느낌도 난다. 인상이 맑아 보이세요, 이런 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하하. 아니요, 제가 종교에는 사실 관심이 없어서요. 말씀 감사합니다."라고 하니
마치 한 발 물러선다는 정도의 의미의 웃음을 보인다.
유혹이야기를 하던 개발팀장에 이어, 기독교 전도자인 전무를 만나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뭐지? 싶다.
점심과 커피를 마시고 나니 허가팀장이 따로 부른다.
그러더니 대뜸 하는 말,
"좋은 분인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건데.. 하루빨리 다른 곳 찾아보세요. 여긴 진짜 아니에요."
아.
출근 첫날인데.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