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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은 완벽했고, 나는 미숙했다.

스타트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경력직의 방황기

by vivi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했다.


늘 '언젠가는 이 바닥 뜬다!!'를 외치지만

현실은 주식과 코인은 죄다 음봉, 인플루언서가 되기엔 부족한 끼, 부동산은 이미 늦은 듯하고..

결국 나에게 남은 건 '노동 이즈 임폴턴트.'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의 기적.

그 안성을 이제는 깨달은 서른 중반의 내가, 이직을 결심한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고소 사건으로 참고인 조사가 예정되어 있어 출근길 내내 머리가 복잡했던 그날 아침 9시.

내 귀에 들려오던 대화.


'돈이 없으니까 나오는 애들 급도 점점 낮아지는 기분이야.'

'어제 걔 나이 속인 것 같지? 탄력이 20대가 아니더구먼.'

'그래도 보기 힘든 자연산이던데요? 대표님 요즘 저는 의느님 만나고 온 가슴이 더 예뻐요.'


6개월 남짓한 회사 생활동안 나에게 남은 것은 고소사건과, 흉흉한 분위기 그리고 저질스러운 대화라니.

올라오는 구역감을 누르기 위해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이력서를 오픈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헤드헌터를 통해 한 제안이 도착했다.


제안은 다음과 같았다.


소개드리는 회사는 저희의 탑 클라이언트이자, 총 400억 투자를 유치한 전문 기업입니다.

엄청나게 어려운 기술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였고, 전문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회사 노출을 줄이고자 간략하게 서술) 올해 출시할 예정입니다.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시리즈 B까지 400억을 성공적으로 투자받았습니다. 경쟁사의 경우 외국계로부터 1조 인수를 검토할 정도로 기술이 유망하고 경쟁력이 있습니다. 입사 시 좋은 조건의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으며, 스톡옵션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직 중이신 분들은 업계평균을 상회하는 연봉을 받고 있으며, 회사 분위기도 자유롭고 열려 있어, 추가적인 복지가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시차출퇴근이 가능합니다.


제안 온 회사는 꽤나 완벽하다.

추가적인 복지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하면서 적힌 복지는 시차출퇴근 딸랑 하나인 것이 마음에 걸린다.

'계속 생겨나고 있다.'가 현재진행형이 아닌 '미래형 문장'이라 마음으로 이해하면 된다.


코로나 이후로 스타트업 투자가 반토막 나고 있는 시국에 400억 투자 유치를 했다니.

사람은 못 믿어도 숫자는 믿으라던 어떤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래, 이건 도망가고 싶어 내리는 충동적인 결정이 아니다.


면접 가능일, 입사 가능일은 가능한 빠른 날짜를 기재하고 희망 연봉을 적어 회신을 보냈다.


바로 다음 주에 면접이 잡혔고, 보내준 기사들과 예상질문들에 대해 차곡히 준비했다.


그리고 면접장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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