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나는 꼰대가 아니에요,라고 하는 것처럼 트렌드 한 안경에 후드티를 입으신 것이 인상적이었다.
면접에서 받은 질문들은 준비하기도 했고, 그동안 공부했던 것이 있던 터라 나름 자신 있게 대답을 했다.
문제는 대표가 연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전적으로 질문과 판단을 메디컬 닥터에게 맡기는 듯했는데,
옆에 앉은 메디컬 닥터는 매우 못마땅한 표정과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메디컬 닥터는 질문을 할 때마다
'본인은 임상 연구 쪽 경험이 전혀 없는데, 만약 무슨 상황이 발생한다면~'이나
'이쪽 경력이 없으셔서 모르시겠지만, 이런 일은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인가요?' 식으로
경력이 부족한 나의 결함을 콕 집어 언급했다.
처음에는 '제가 직접 수행한 업무는 아니지만,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이렇게~ 대응하도록 하겠다.'라고 성심성의껏 대답을 했는데, 계속해서 나의 경력 부족을 지적하는 질문을 여덟 번째 받으니 나도 참을 수가 없었다.
'제가 경력이 부족해서 여러모로 걱정되는 상황인 건 이해를 하는데요, 그렇다면 대표님과 두 분께서 상의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력이 부족한 저를 면접에 부른 것도 두 분이시고, 면접 시 제 답변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그 이후의 결정에 대해서도 두 분이서 상의하실 일이 아닐까요? 제가 이력서를 허위로 기재한 것도 아니고, 경력이 없다는 것은 두 분도 이미 인지한 부분이신데, 그런 저를 앞에 두고 경력 없음을 여러 번 지적하시는 건 무례한 것 아닌가요? 저도 선임이 있고 체계가 있는 곳에서 업무를 배우고 싶지 맨땅에 헤딩해 가면서 일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 그랬다면 미안합니다. 문자로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때는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무튼. 사과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꽤 지쳐 있었다.
경험 삼아 본 면접이라고 했지만, 한 시간 가까이 면접을 보았기 때문에 나름 녹초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귀에 딱지 얹게 들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 때문이었을까, 앞으로는 이 분야로 취업이 어려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도 엄습했다.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이 분야로 꼭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오기도 생겼다.
'내가 괜히 욕심냈나, 교수님 회사에 붙어있으면서 선생님들한테 도움 구해서 일을 배우는 게 제일 좋을 수도 있어. 사주에서 힘든 일은 안 한다 했으니 교수님 회사가 내 운명에는 더 맞을지도 몰라, 괜히 새로운 곳 갔다가 힘들면 어떡하지.. 사주랑 맞지 않은 일을 하면 아주 크게 고생한다 했으니 옮기지 않는 게 맞을지도 몰라..'
나는 럭키걸이라며, 사주라는 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하던 한 달 전과 사뭇 다른 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