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언어를 사유하며
가족과 함께 가까운 쇼핑몰에 나와 티셔츠 몇가지를 사고,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마시는 삶. 반 팔 위로 드러난 하얀 살결을 부비며, 가족과 함께 그렇게 피부의 촉감을 느끼며 너무 평범한 일상의 언어를 주고 받는 삶이 얼마나 평온한 삶인지 새삼 느끼게 되는 그런 날이 있다.
서점에 잔뜩 꽂힌 책들을 보면서 저 책들에 들어찬 문장들은 이미 세상에 다 있던 말들의 조합이련만. 어떤 책은 또 어떤 문장은 사람을 살리고, 좌절한 이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며,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사유하게 한다.
매달 마지막 날, 맥주 한 캔을 들고 김영하 작가의 북클럽 라방에 접속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겠지.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기 앞의 생애, 자기 앞의 공간을 살아야 한다. 그 공간에는 음악이, 음악으로 가득차기도 하며 색의 향연, 또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흐르는 문장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가을 들녘, 어느 노부부는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콩 타작을 하고 있다. 내 앞에 존재하는 것들과 내가 사랑에 빠질 때, 나는 나를 잊을 수 있고 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을 나이 마흔에 깨닫는다. 서점에는 책들이 수두룩빽빽, 문장들이 푹우와 폭설처럼 터져 나오고 흘러 넘치고 있는데, 나는 카페 구석에서 내 문장들을 보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