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한동안 호감을 가지다가 점차 보이던 태도로부터 다른 모습을 느꼈던, 그렇게 사이를 잊어 가던. 그 친구는 나를 만나자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나는 그 친구를 못 알아봤고, 그가 자신을 확인시켜 준 뒤 서로는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나는 그 친구의 순수한 모습을 믿었으나, 그가 보인 나쁜 모습에 나는 그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졌습니다. 내면을 어설프게 느끼다가 다른 모습에 멋대로 놀라버린 것일까요. 나는 그 친구의 무엇을 믿었던 걸까요. 나는 그 친구를 분명히 마음에 들어했지만, 지금은 무엇이 마음에 드는지 느끼지 못합니다. 또 마음에 들었던 그 점은 확신이 힘들어졌습니다.
한동안 페이스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제 주변에서는 이야기보다도 인사치레를 하며 점점 더 서로를 몰라가는,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보다도 빠르게 흘러가는 가벼운 좋아함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의미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곳은 가벼운 인간관계의 반영과 같았습니다. 그 친구와의 관계는, 또 많은 이들과의 관계가 그것과 비슷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표상에 의해 맺어진 관계였고, 본심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상호 간 모두가 말입니다.
나는 그 친구에 대한 생각을 리셋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서로는 어딘가 어울리기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친구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이런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는 걸까요. 본심을 향하고자 하지만, 아무래도 서로 그러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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