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품격 필사(2)

by 박노진의 식당공부

맛의 원리와 개념으로 쓰는 본격 한식 비평, 한식의 품격 필사(2)-이용재 저


맛의 원리나 지향점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전통이라 철석같이 믿어온 습관을 재현하는 데에만 선별적으로 기술을 활용한다는 의미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시기다. 양식의 방법론을 그대로 적용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그 방법론을 도출하는 데 쓰인 사고방식이나 논리, 더 나아가 세계 공통어 가운데 하나라 여길 수 있는 과학의 눈으로 한식을 들여다보자는 말이다. 과학과 기술이 우리에게 낯선 수단인가? 그렇지 않다. 한국은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개발해 수출하는 나라다. 둘 다 애초에 한국의 것이 아니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4차 산업 혁명’이니 ‘딥 러닝’ 등을 누구나 들먹일 정도로 과학기술이이 나날이 발달하고 있지만 유독 음식 영역에서만큼은 과학적 근거나 사고, 기술을 적용하는 시각에 깊은 반감을 가진다. 한식, 더 나아가 음식을 옭아매고 있는 정서의 고삐를 조금 늦춰볼 때다.

다음으로 한식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시도 자체를 향한 반감을 자주 맞닥뜨렸다. 한국인이 왜 자국의 음식 문화를 비판하는가? 이 또한 간단하다.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한식이 한국의 문화라면,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면 누구보다 한국인이 나서야 한다. 특히 진정 한식의 세계화를 원한다면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여태껏 우리는 객관적인 시선이 완전히 결여된 채로 한식을 홍보해왔다. 여전히 한식의 조리법은 일종의 비법에 가까워서 흉내 내기 어려우며, ‘신토불이’라서 재료는 반드시 한국의 것만을 써야만 제 맛이 나는 것이라 여기는가. 덕분에 이제 한식은 한국에서도 외면당한다. 모두가 ‘저녁이 없는 삶’으로 고통받으니 비법을 익힐 새가 없고, 농수산물의 자급률은 갈수록 떨어져 이제 국산 재료에만 의존해 식탁을 꾸리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가장 맛있게 먹는 음식이니 너도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논리로 그릇을 턱 앞에 디밀면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세계 속에서 한식의 유행은 이제 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라는 기치 아래 서울올림픽이 개최된지도 내년이면 30주년이다. 피자와 햄버거를 넘어 중국의 양꼬치, 베트남의 쌀국수가 동네 상권으로 파고들만큼 세계의 음식이 서울로 찾아오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서울 또는 한국의 음식이 세계로 그만큼 파고들고 있는가? 아니라면 무엇이 발목을 잡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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