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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노진의 식당공부 Sep 09. 2024

브랜드는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고, 콘셉트는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❶ 며칠 전 청주에 있는 ‘부모산가든’이란 고깃집을 다녀왔다. 석갈비(고기를 바깥에서 구워 달군 돌판에 담아서 내오는 형식)전문점이다. 

고기집은 점심때는 별로 장사가 되지 않는다. 

낮부터 고기 먹는 것이 우리들 정서에는 잘 맞지 않는데 이 식당은 그렇지 않았다. 

줄기차게 손님들이 찾아왔다. 금방 먹고 일어서는 것이 회전율이 무척 높아 보였다.    

 

➋ 그러고 보니 청주는 점심때에도 고기 특히 삼겹살을 먹는 손님들이 많다. 

시골생고기 용암본점, 봉용불고기 등 아침부터 고기를 판매하는데 하루 종일 손님이 온다.

전국에 고기집 하는 사장님들은 청주를 벤치마킹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❸ 어쨌든 석갈비를 2인분을 주문하고 기다렸는데 바로 나왔다. 

그냥 한 10여분 기다리려니 했는데 3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는데 바로 고기가 나왔다. 그런데 일반적인 석갈비랑은 너무 다르다. 

돌 판이 데워져있지 않고 미지근한 상태임을 보아 불에 달군 것은 아니고 돌 판위에 발 같은 것을 깔고 그 위에 바로 고기를 올려놓았으니 원가도 원가지만 무엇보다 손가는 일이 많이 줄겠다는 느낌을 주었다.      

석갈비 시스템은 고기를 굽는 일만큼 가외 일에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돌판을 불에 달구는 일, 그리고 돌 판에다 양파나 피망같은 것을 깔기 위해 썰고 준비하는 것 등 배보다 배꼽일이 더 많은 것이 석갈비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이런 과정들이 싸그리 생략되어 버린 것이다. 

당연히 고기가 식으면 맛이 떨어지거나 고기가 퍽퍽해 지는 등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나 싶어 천천히 먹었지만 그런 우려는 발생하지 않았다.      

식어도 맛있다. 

육질이 아주 부드러웠다. 

구운 고기와 수육 고기를 섞어 놓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포장해 가정집에서 전자렌지에 돌려도 같은 맛을 낼 정도라고 한다.

부모산 기슭에서 고깃집을 하면서 연기를 잡아내는 장치를 직접 개발해 대나무참숯에 3번 구워 나오는 통돼지갈비라 불리는 석갈비 식당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❹ 이처럼 식당도 어떤 특정한 아이디어를 차별화하면 빠른 시간 안에 성공할 수 있고 이를 시스템으로 구축하면 브랜드가 된다.     

브랜드화 한다는 말은 내가 갖고 있는 아이템을 식당비즈니스에 접목하고 무엇보다 식당의 컨셉으로 구성해야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 아이템으로 식당의 기본을 튼튼히 한 다음에 그 이후의 아이디어를 정리해야 한다. 

고깃집이면 어떤 고기를 어떻게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할 것인지, 횟집이면 회정식이냐 회무침이냐 활어회냐 하는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❺ 콘셉트란 우리 식당만이 가지고 있는 그 무엇과도 같은 것이다.      

여의도 신정하면 ‘아! 서비스 잘한다는 탤런트 김종결이가 한다는 식당.’

산으로 간 고등어하면 ‘아! 산간고. 거긴 생선구이 원조집인데 2시간 웨이팅은 기본이야. 외국바이어나 한국문화를 접하고자 하는 사람이 오면 데려갈 만 한 곳이야.’ 

오모가리 김치찌개하면 ‘그 집 사장은 김치찌개 하나 만들려고 8년 동안 7억이나 쏟아 부었다며. 7억짜리 김치찌개 먹어봤어?’ 

이와 같은 살아있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음식점의 맛과 맞물려 장사가 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❻ 컨셉은 믿음을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식당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한 끼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식당이지만 손님들은 단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찾지 않는다. 

오늘 날 한국은 그럴 만큼 생활수준이 높아졌다. 

찾아가는 식당이 예전의 그 맛을 유지하고 있겠지 하는 생각에서 또는 아는 누가 소개해 준 식당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찾아간다. 

먼 길이라도, 모르는 곳은 물어서라도 찾아간다. 

어쩌면 이런 모습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아주 독특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어떻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디 어떤 식당이 잘한다고 하면 기를 쓰고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기대를 가지고 간 식당이 만족할 만큼의 맛이 있으면 그 다음부터는 두 말 않고 거기만 간다.

그리고 여기 저기 이 식당을 소개하기 바쁘다. 

마치 이곳에 가보지 않으면 엄청 손해 보는 것처럼 혹은 자기가 주인이랑 어떤 사이인 냥 하는 것 같다.   

   

❼소규모 식당비즈니스가 활성적인 곳은 브랜드가 오너와 일치되는 경우가 많다. 

미용, 브랜드 패션, 식당 등에서 창업자나 디자이너의 이름을 내건 점포가 엄청 많다.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인 신뢰를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식당비즈니스를 하는 경영자는 어떤 컨셉의 식당이든지 자신을 판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판다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자존심을 파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존심은 누구든지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인간으로서의 가치이다. 

자존심을 판다는 것은 어떤 손님이 오더라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어야 한다. 

조선의 선비는 비록 임금의 사약은 받을지언정 자신의 지조는 굽히지 않았다. 

내 식당에서 나의 자존심은 맛과 서비스로 외화 되는 것이다.     


❾ 정리해 보면 브랜드는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고, 콘셉트는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신뢰는 자신의 자존심을 파는 것이고 이것은 맛과 서비스로 외화되어야 하는 것이지 다른 편법이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 

곧 자신만의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만의 무엇을 아주 잘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전문가가 된다는 의미와 동일시된다. 김밥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마는 사람, 김치는 두 번째라면 서러운 사람, 된장찌개만큼은 달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에까지 아무리 그것이 우습게 들리고 별 대단한 것이 아닌 것 같아도 그 음식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강력한 영향력과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다른 것은 못하지만 한 분야에서는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것만큼 더 강력한 인상은 받을 수 없다.      


❿ 아무리 좁은 영역에 국한된 메뉴라 할지라도 당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라. 

일견 가치가 없어 보여도 전문화된 능력의 힘은 아주 강력하다. 

그 음식에 관한 한, 당신을 찾아오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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