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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노진의 식당공부 Sep 06. 2024

메뉴개발시 지켜야 할 원칙

메뉴개발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❶ 한 번 만든 메뉴는 최소 6개월은 지켜봐라.     


공들여 만든 메뉴를 선보였을 때의 마음이란 애지중지 키운 딸 시집보내는 부모와 다를 바 없다. 손님들의 평가를 입이 바짝 마르게 기다리는 그 심정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하지만 열에 여섯이나 일곱은 냉정한 평가가 내려진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 한 번에 입맛에 맞는 법은 거의 없다. 두 번 세 번 먹다 보면 입이 당기게 되는데 첫 숟갈 들어가자마자 맛있다는 평을 기대하는 것은 억지다.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면 최소 6개월은 지켜봐야 한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그 때는 과감하게 버리고 다시 만들어라. 판단은 시장과 고객의 몫이다.      


➋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고객의 평가를 지켜봐라     


새로 만든 메뉴가 요리사 입장에서는 너무 너무 좋은데 고객들한테 나쁜 평가를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사장하기엔 그동안 들인 정성과 시간이 너무 억울하다는 하소연도 자주 접한다.      

그런 메뉴가 있다면 당분간은 대체 메뉴를 내도록 하고 기존 메뉴를 조금 비틀어내도록 해보라. 샐러드류는 소스가 다양해 응용하기도 쉽고 색감을 살리기도 좋다. 고기류는 고기의 질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보완하는 소스류를 잘 연구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고깃집 후식으로 나오는 된장찌개는 식상하기 쉽지만 계절별로 막장찌개나 청국장 등으로 변화를 줘라. 육수에 대한 변화를 준다면 찌개 하나에만도 열 가지 이상의 메뉴가 나올 수 있다.   

   

❸ 적어도 100번은 만들어 보고 규격화해야 한다.     


궁중떡볶이를 만들 때의 일이다. 떡볶이는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간식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신경을 쓰지 않고는 상차림의 공간을 채우는 그저 그런 요리가 될 수밖에 없다. 길거리 표 분식처럼 빨갛게 만들었을 때는 반응도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그러다 단순히 자리만 채우는 요리에 대한 불평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이왕 만들려면 잘 만들어보자는 오기도 생겼다.     

시중에 파는 밀가루 떡에서부터 조랭이 떡, 떡볶이 떡 그리고 지금의 가래떡에 이르기까지 수 십 번, 수 백 번을 만들었다. 만드는 방식도 빨간떡볶이, 오뎅떡볶이, 채썬떡볶이, 평양식떡볶이 등등 레시피와 조리방식을 바꿔가면서 지금의 궁중떡볶이가 탄생했다. 손이 많이 가고 주문시마다 일일이 조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떡볶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추가주문이 가장 많이 나오는 요리가 되었다.    

     

❹ 간편하고 힘이 들지 않아야 하고 빨리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준비하는 가정의 식탁과는 달리 일반음식점에서의 조리는 불특정한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소수 몇 명만을 위한 조리는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조리방식이 최대한 간편해야 하고 힘들지 않아야 하며 빠른 시간 안에 조리가 가능해야 한다. 우리도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다. 갑자기 재료가 떨어지면 다시 첫 과정으로 돌아가 준비해야 하니 이미 손님이 밥 먹을 시간을 놓쳐버리기 일쑤였던 경험이 많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전처리와 반 조리를 최대한 많이 해놔야 한다. 반 조리는 완제품으로 만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재고로 남아도 다음 날 사용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전처리 역시 마찬가지다. 무대 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주방의 전부는 아니다.   

   

❺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이 조화된 음식을 개발한다.     


영양학적으로 칼로리를 계산해서 식생활을 맞추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먹거리 문화라고 한다. 비만인구가 늘어나 성인병 발생확률이 높아지는 현대사회일수록 영양의 조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음식점을 하는 입장에서 메뉴나 음식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를 정리해보면 아직까지도 고기류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메인으로 해서 제공해도 고기류가 빠져 있으면 제대로 먹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워낙 못살았던 과거에 대한 기억들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40대 이상의 고객들에게는 고기류는 부의 상징이자 잘 대접했다는 표현의 그것이기조차 하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을 고기를 중심으로 하라는 뜻은 아니다. 메인요리와 준 메인요리로 고기류와 해산물요리를 배치하고 그를 중심으로 여타의 음식들이 자리를 잡게 만드는 것도 영양학적인 면과 고객의 만족도 그리고 업주의 원가측면을 모두 고려한 안성맞춤인 메뉴가 될 수 있다.    

     

❻ 담음새를 개선하여 시각적 효과를 높인다.     


메뉴개발 시 가장 놓치기 쉬운 부분이 바로 담음새다. 데코레이션이라고도 하는 이 배선방법은 음식을 먹기 좋게, 보기 좋게 고객의 상차림을 맞추는 과정을 말한다.

음식만 잘 만들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잘 만든 음식을 잘 디자인하는 시대인 것이다. 메뉴는 단순히 음식만을 만드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 전체 상의 셋팅을 완료하는 것 까지를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식사하는 공간과 차림상, 그리고 음식의 향미와 색깔, 거기에 덧붙여 음식을 담는 그릇의 모양과 조화가 잘 이루어질 때 제대로 된 메뉴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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