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Written in 경신처치
"날... 원해요?"
라는 도발적인 카피와 주인공의 헝클어진 머리 모양의 포스터로 우리의 시선을 끌게 한 영화가 있었다. 바로 ‘얼굴 없는 미녀'''이다. 하지만 ’ 영화 어땠어?‘라고 물어보면,
“김혜수가 벗었어 그게 다야.”
라고 말해버리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참 사춘기 때, 최민수, 염정아 주연의 테러리스트라는 영화가 개봉했는데, 그 영화에서 염정아의 가슴이 잠깐 노출되어서 우리들 사이에서는 영화 테러리스트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단지 그 한 컷 때문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만약 김혜수가 벗으면 백만은 기본이야.’라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천만 관객 시대, 여자 연예인들이 노출에 대해 예전과 같은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만 해도 백만을 넘긴 영화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고, 톱을 달리고 있는 연예인이 노출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센세이션이 되는 것이었다.
올해로 연기생활 19년째라는 김혜수, 그녀가 분홍빛 뽀얀 얼굴 영화 '첫사랑'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영화에서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캐릭터가 짖은 역할이라 김혜수의 변신은 성공적이었지만, 그 연기의 완성도는 약간 아쉬운 점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영화는 1980년 장미희와 이순재가 열연한 TBC-TV 시리즈물 <형사>의 납량특집 드라마 '얼굴 없는 미녀'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데, 기획 및 시나리오 작업만 4년, <로드무비>에서 조명장치 하나 없이, 원래 있던 장소에서 '날 것 그대로'를 담아냈던 김인식 감독, 국내 최고의 영상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는 <해피엔드><바람난 가족>의 김우형 촬영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스캔들>의 임재영 조명감독이 함께 뭉친 영화라고 하면, 그냥 단순히 ‘벗었다 ‘폄하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영화임은 틀림없다.
영화의 커다란 줄거리는 남모르는 깊은 상처로 인하여 신경증의 일종인 '경계 인격 장애'를 갖고 있는 지수(김혜수 역)와 또 다른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신경정신과 의사인 석원(김태우 역) 둘 사이에서 치료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만들고 이로 인하여 끝내 파멸에 이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지수가 갖고 있는 '경계 인격 장애'라는 것은 남에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생기는 병이다. 하지만 세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영원히 자신과 함께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어쩌면 인생은 끝까지 홀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이를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가느냐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지수는 소설을 쓰면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이것이 정신병으로 나타나고, 석원은 지원과의 육체적 관계를 통하여 억지 사랑을 만들다 둘 다 잔인한 최후를 맞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이 둘이 '크리스천이라면?'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욥은 사랑스러운 아내와 자식들에게 버림받았으며, 친하다는 친구들에게도 버림받았다. 또한 물질적인 환경에게서까지 버림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였을까? 영화에서처럼 정신장애가 발현되었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죽음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믿음의 사람 욥은 달랐다. 그는 주위의 사람과 환경을 의지하지 않았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하나님만을 의지함으로 이러한 어려운 환경을 이겨나갈 수 있었다. 만약 지수와 석원이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언제나 동일하신 주님을 의지하였다면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