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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숙박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미래

by 길준

초록 (Abstract)

본고는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전 세계 숙박 산업이 겪은 구조적 변화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시장을 전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팬데믹은 단순히 여행 수요를 감소시킨 일시적 충격을 넘어, 숙박 산업의 수요, 공급, 그리고 투자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하였다. 본 연구는 팬데믹이 촉발한 거시 경제 환경의 변화를 시작으로, 숙박 수요의 질적 변화(디지털 전환, 국내 럭셔리 여행, 워케이션), 공급 구조의 재편(기존 호텔의 폐업 및 용도변경, 소형 숙박시설의 부상), 그리고 투자 모델의 진화(자산 경량화, 기술 융합)에 이르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팬데믹 이후 숙박 산업은 비대면 기술이 보편화되고, 소비는 양극화되며, 공간의 기능은 다변화하고,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화되는 '뉴노멀(New Normal)'에 진입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한 이해는 향후 숙박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I. 서론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은 전 세계를 혼돈에 빠뜨렸으며, 인류의 이동을 기반으로 하는 관광 및 숙박 산업에 전례 없는 위기를 가져왔다. 각국의 국경 폐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는 산업의 근간을 흔들었고, UN세계관광기구(UNWTO)가 ‘관광 역사상 최악의 위기’로 규정할 만큼 그 충격은 심대했다.

하지만 위기는 동시에 새로운 질서의 탄생을 예고했다. 팬데믹은 기존에 잠재되어 있던 변화의 속도를 가속하고,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며 숙박 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였다. 본고는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변수가 숙박 산업의 수요와 공급, 나아가 시장 참여자들의 전략에 어떠한 구조적 변화를 가져왔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팬데믹 선언 이후의 거시 환경 변화와 이것이 자산 시장 및 디지털 전환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이어서 수요 측면에서 나타난 소비 방식의 디지털화, 국내 럭셔리 여행의 부상, 그리고 '워케이션(Workation)'과 같은 새로운 수요의 탄생을 분석한다. 다음으로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 기존 호텔의 폐업과 용도변경, 개성을 중시하는 소형 숙박시설의 증가, 기관 투자자들의 전략 변화를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분석을 종합하여 자산 경량화(Asset-Light)와 기술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팬데믹 이후 숙박 시장의 미래를 전망하고, 그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II. 팬데믹 선언과 거시 환경의 변화

WHO의 팬데믹 선언은 즉각적인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이어졌다. 각국 정부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시행했다. 특히 기축 통화국인 미국의 주도하에 단행된 이러한 정책은 전 세계적인 자산 가격 급등을 유발했다. 주식 시장은 폭락 이후 빠르게 회복했으며, 테슬라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 또한 급등하며 자산 보유 여부에 따른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동시에 팬데믹은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급격히 가속했다. 비대면(Untact)이 일상화되면서 소비, 업무, 소통 방식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숙박 및 여행 산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하나투어와 같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여행사들은 극심한 경영난을 겪은 반면, 야놀자와 같은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들은 오히려 결제액이 증가하며 시장의 중심이 디지털로 이동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는 팬데믹이 숙박 산업에 가한 가장 중요한 변화의 서막이었다.


III. 팬데믹이 여행 및 숙박 수요에 미친 질적 변화

팬데믹으로 인해 국경이 봉쇄되면서 2021년 한국의 국제 관광객 수는 2019년 대비 90% 이상 급감하며 1990년대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감소 이면에서는 주목할 만한 질적 변화가 나타났다.

1. 소비 채널의 디지털화와 '온라인 여행' 물리적 이동이 제한되자 여행에 대한 욕구는 온라인 공간으로 이전되었다. 서울관광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잠재 여행객들이 유튜브나 SNS에서 여행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며 대리 만족을 추구했다. 이는 여행 수요 자체가 소멸한 것이 아니라, 그 수요가 표출되는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향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여행 경험 제공과 마케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임을 시사한다.

2. 국내 럭셔리 여행의 부상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자, 억눌렸던 소비 욕구는 국내 여행의 고급화로 이어졌다. 특히 가처분 소득이 국내 럭셔리 숙소로 집중되면서, 제주도의 5성급 호텔 등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성수기에는 1박 요금이 80만 원대에 육박했음에도 예약이 어려울 정도였다. SNS에서는 '호캉스(호텔+바캉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등의 키워드가 유행하며, 럭셔리 숙소에서의 경험이 새로운 과시적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한번 높아진 소비자의 기준(눈높이)은 쉽게 낮아지지 않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고급화 트렌드는 일시적 현상을 넘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3. '워케이션' 등 신규 수요의 창출 재택근무의 확산은 '워케이션(Workation)', 즉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탄생시켰다. IT 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 복지와 만족도 향상을 위해 휴양지의 숙박시설을 원격 근무 장소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는 객실 가동률 하락으로 위기에 처한 호텔업계에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되었다. 메리어트와 같은 글로벌 호텔 체인 역시 워케이션 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했다. 이는 호텔이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을 넘어 업무와 휴식이 공존하는 다기능 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4. 경험을 넘어 '소유'의 대상으로 럭셔리 숙소 경험의 증가는 숙박시설을 '소비'의 대상을 넘어 '소유와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강화했다. 성수기 예약의 어려움과 일회성 지출에 대한 부담을 덜고, 원할 때 자유롭게 이용하며 미사용 시에는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특정 객실을 개인에게 분양하는 '분양형 호텔' 모델이 다시 주목받았다. 비록 과거 과장광고와 운영 미숙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사례도 있지만, 안정적인 세컨드 홈(Second Home)을 확보하려는 수요와 맞물려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IV. 숙박 산업 공급 구조의 재편

수요의 구조적 변화는 공급 시장의 재편을 필연적으로 동반했다.

1. 기존 호텔의 폐업 및 용도 변경 팬데믹의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곳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과 비즈니스 수요에 의존하던 서울 도심의 3~4성급 호텔들이었다. 위기가 장기화되자 자금력이 취약한 호텔들은 폐업하거나, 수익성이 높은 주거시설(오피스텔, 아파트) 또는 청년들을 위한 공유 주택(Co-living)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유휴 부동산을 활용하는 방안이었으나, 장기적으로는 숙박시설의 절대적인 공급량 감소를 의미한다. 향후 관광 시장이 회복될 경우, 특정 등급의 호텔 공급 부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다.

2. 소형·개성파 숙박시설의 부상 대형 호텔들이 고전하는 동안, 독특한 개성과 스토리를 가진 소형 호텔 및 숙박시설들은 오히려 공급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단체여행에서 개별여행으로 변화한 여행 트렌드와 맞물린다. 스테이폴리오(Stayfolio)와 같은 큐레이션 플랫폼은 숨겨진 지역의 특색 있는 숙소들을 발굴하여 소비자에게 연결해 주었고, 소비자들은 SNS를 통해 이러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공유했다. 이는 획일적인 표준화에서 벗어나 '경험의 차별성'을 중시하는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다.

3. 기관 투자의 위축과 새로운 투자 모델 팬데믹 기간 동안 호텔 자산의 가치 하락과 운영 손실을 경험한 기관투자자들은 호텔을 '고위험 자산'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신규 호텔 개발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었으며, 특히 과거 투자가 집중되었던 비즈니스호텔 공급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직접 개발 및 운영에 따르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는 다음 장에서 논의할 '자산 경량화' 전략의 확산으로 이어진다.


V. 팬데믹 이후 숙박 시장의 전망과 미래

1. '자산 경량화(Asset-Light)' 전략의 보편화 미래 숙박 시장의 핵심적인 투자 모델은 '자산 경량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투자자, 브랜드 호텔을 소유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개인 수분양자, 그리고 직접 투자 없이 수수료 기반(Fee-based)으로 운영 규모를 확장하려는 호텔 운영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객실을 개인에게 분양하여 자금을 확보하고, 전문 운영사가 운영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제주의 '그랜드 하얏트', 속초의 '카시아' 등은 이러한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마티에' 브랜드를 론칭한 것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2. 기술 융합과 새로운 가능성: NFT 사례 미래 호텔 산업은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도가 부동산 및 숙박시설 회원권을 **NFT(대체 불가능 토큰, Non-Fungible Token)**와 결합하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유동화하여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하거나, 회원권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 자유로운 2차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개념이다. 국내에서도 카사코리아, SK, 효성 등 여러 기업이 부동산 자산 토큰화 및 NFT 회원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말했듯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이러한 기술적 시도들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숙박시설의 소유, 투자, 경험 방식을 완전히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VI. 결론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숙박 산업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동력이 되었다. 본고의 분석을 종합하면, 팬데믹 이후의 숙박 산업은 디지털화(Digitalization), 양극화(Polarization), 다기능화(Multi-functionalization), 그리고 금융화(Financialization)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소비 채널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완전히 이전되었고, 소비자의 취향은 저가·실속형과 고가·체험형으로 양극화되었다. 호텔은 잠자는 공간을 넘어 일과 휴식, 경험과 투자의 대상이 되는 다기능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개발과 투자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금융 모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팬데믹은 단순한 위기를 넘어 숙박 산업의 '위대한 재편(The Great Reset)'을 이끈 촉매였다. 앞으로 이 시장의 승자는 변화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차별화된 경험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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