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의 연애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사실 사람 사는 건 어디든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데이트 문화만큼은 확실히 차이가 있더라고요.
한국에서 데이트라 하면 주로 야외 활동이 많죠. 갈 곳이 워낙 많으니까요. 팝업스토어, 전시, 노래방, 백화점 같은 데를 한두 군데만 들러도 하루가 금방 채워집니다. 게다가 외식 비용도 비교적 부담이 덜한 편이에요. 1인 1만~2만 원 정도면 식사와 카페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죠. 그러니 ‘밖에서 즐기는 데이트’가 기본이 되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하지만 프랑스는 조금 달라요. 파리 같은 대도시라면 갈 곳이 많지만, 제가 살고 있는 스트라스부르만 해도 특별히 갈 만한 장소가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외식 비용이 꽤 비싸요. 레스토랑에서 전식·본식·후식까지 먹으면 1인당 기본 30유로(한화 약 4만 원 이상)는 가볍게 나오고, 와인이나 음료를 곁들이면 훨씬 더 올라갑니다. 그러다 보니 자주 외식하기는 어렵고, 자연스럽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데이트는 특별한 이벤트라기보다는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요. 챙기는 기념일도 1주년, 발렌타인데이, 생일, 크리스마스 정도가 전부입니다. 평소에는 집에서 드라마 보기, 요리하기, 산책하기, 와인과 아페로를 곁들이며 대화하는 게 흔해요. 심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답니다. 저도 남자친구랑 산책을 하거나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예전에는 같이 그림을 그리며 아이스티를 마신 적도 있어요. 이렇게 쓰고 보니 귀엽네요.
또 다른 차이는 친구 관계와 연애의 거리감이에요. 한국에서는 연인끼리의 시간을 따로 두는 경우가 많지만, 프랑스는 친구 모임에 연인이 자연스럽게 합류합니다. 저 역시 남자친구가 친구들과 어울릴 때, 아주 당연하다는 듯 같이 가서 게임도 하고 놀기도 해요. 의무는 아니지만, 원하면 언제든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당연하게 자리 잡혀 있죠.
대화 주제도 다릅니다. 한국은 “오늘 뭐 먹을까?”처럼 가볍게 분위기와 계획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오간다면, 프랑스는 사회 문제, 정치, 가치관 같은 조금 더 무거운 주제가 자연스럽게 오갑니다. 덕분에 불어 실력이 늘 수밖에 없어요. (연애가 최고의 불어 선생님이라는 말, 정말 맞습니다. 하하.)
처음에는 낯설고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알게 되었어요. 연애는 꼭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 그리고 연애도 결국은 일상의 일부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