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매일기
어릴 때는 누군가를 놀리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나도 놀림을 당하고, 내가 다른 사람을 놀려주기도 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가끔은 도가 지나치게 될 때도
있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그런 걸 잘 몰랐기도 하고 고려하지도 않아서 결국은 놀림당하는 상대방을
울리기도 했었다. 그때는 어리니 어지간한 일은 미안, 하고 사과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모두 어울려서
놀고 그랬다.
차츰 철이 들면서부터는 놀리는 것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로 장난처럼 놀리는 것과, 상대방이 진심으로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놀림의 차이를 깨닫게 되고부터는
웃고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약한 장난만 좋아하지, 그 이상의 장난은 시도하지 않는다. 왜냐면 내가 당사자라면
너무너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으니까. 나름대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집에서는 고양이를 놀리는 맛이 쏠쏠하다.
그렇다고 나만 고양이를 놀리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도 나를 놀린다. 내 다리를 툭 치고 달아나고 잡으러
가면 또 몇 발짝 달아나고, 그러다가 다시 돌아와서 잡으려면 역시 달아나고. 장난의 귀재다. 낚시대로 이리저리
속여가며 놀아주면 좋다고 펄쩍펄쩍 뛰어댄다.
그렇게 달아나다가 지치면 그냥 벌렁 누워버리는데, 그때는 발바닥의 젤리도 만지작거리고 말랑말랑한 배도
주물주물하고 턱도 긁어주고, 내가 즐거워지는 시간이다. 녀석도 고르릉고르릉, 나도 헤벌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