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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 부부싸움 청백전

(단편소설)



“이 여편내가 바람이 났나? 하루종일 전화도 안받고 뭐하지?”


생방송 부부싸움  청백전의 대표 PD이자 방송국 사장인 이 헌수PD는 자기가 원할때 아내와 통화가 되지 않은 것을 세상에서 가장 짜증나는 일로 생각했다.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끄고 나서 AD에게 방송 큐사인을 지시했다. 무대 중앙의 조명이 켜지자 자체 인공센서가 부착된 보조 조명들과 함께 화려하고도 웅장한 빛을 스튜디오안 곳곳에 비췄다.
 
 
 

"생방송!"
 
 
 

"부부싸움!"


“청백전!”
 
 
 

밝은 스튜디오 안은 우렁찬 함성소리로 가득 매워졌고 곧이어FD들의 약속된 손 사인이 떨어지자 방청객들은 일사 분란하게 박수를 쳤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박수는 소름 끼칠 정도로 박자가 정확했다.  
 
 
 

와와
 
 
 

짝짝짝
 
 
 

마치 박수소리를 내는 기계가 잘 돌아가도록 기름칠을 해주는 듯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음악이 절묘하게 굴러갔다. 연출부의 Q신호가 다시 떨어지자 상기된 얼굴로 대기하고 있던 MC 육 철수의 첫 멘트가 시작됐다.


 "안녕 하세요~! 전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해외에 계신 한민족 여러분!  국민 프로로 완전히 자리 매김을 하게 된 연출이 전혀 없는 리얼리티 TV쇼 ‘생방송 부부싸움 청백전’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무인 스튜디오 카메라가 360도 회전을 하며 방청객을 풀 샷으로 찍어 내려갔다.  방청객들은 역시 사전 연출로 약속된 열광적인 환호성을 질러댔다. 어떤 방청객은 눈물을 글썽거리기 조차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9천만 온 오프 매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부부싸움이 진행되는 이곳 스튜디오 안의 열기는 너무나 뜨겁습니다.어?”   
 
 
 

평균시청률 45%를 자랑하는 초절정 인기TV프로그램 ‘부부싸움 리얼리티TV쇼’에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MC가 자신 앞에 떠있는 입체 프롬터 (자체 부력으로 공중에 떠있을 수 있고 프로그램 진행자의 방향으로만 보이는 투명 자막기) 를 읽어나가는데 열성 팬으로 보이는 여자 한명이 갑작스럽게 스튜디오 안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사랑해요. 까악!!”
 
 
 

멀쩡하게 생긴 겉모습과는 다르게 이상한 괴성을 질러대며 40대중반쯤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전광석화같이 MC육 철수가 서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고 그 모습이 카메라안에 그대로 들어왔다. 그러나 번개보다 빠른 것이 ‘생방송 부부싸움’의 연출부들 이였다. 여자가 MC육 철수의 자리까지 체 도착하기도 전에 신속히 저지 되어  저지된 여자는 억센 연출부의 손에 의해 달려들어온 속도보다 더 빨리 무대 뒤로 사라졌다. 생방송TV를 보던 시청자들과 방청객들은 순간 짧은 비명을 질렀지만 방송 베터랑인 육철수 MC의 애드립 하나로 방송사고는 부드럽게 넘어갔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저에게 달려오시는 모습이 정말 놀랍습니다. 저분이 저희 생방송 부부싸움에 직접 출연하시면 반드시 우승하실 것입니다."
 
 
 

스튜디오 곳곳에서 박장대소가 터졌다.
 
 "에이! 시큐리티는 뭐하고  있었던 거야?”
 
 
 

모니터링을 하던 이 헌수PD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휴.대형 방송사고 날 뻔 했네"
 
 
 

이 헌수PD는 목이 말라오고 식은 땀이 이마에 흘렀다. 손으로 땀을 쓸어내리다가 모니터를 보는데 또 뭔가 발견한 듯 이 헌수PD 는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스튜디오 안의 카메라맨을 향해 헤드폰이 침에 흠뻑 젖도록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야! 야! 빨리 5번 ENG카메라뭐해? 줌인 시키고 그대로 진행해! 휩쓸리지 말고 차분하게 들어가!"
 
 
 

"프로그램의 인기가 너무 많다 보니 저런 열성팬들의 돌발 사태가 잘 일어나는 군요"
 
 
 

옆에 앉아 있던 카메라 감독이 머뭇거리며 이 헌수 PD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보안 준비를 철저히 잘하라고 그랬잖아.  전국민이 보는 인기 프로그램 보안을 이따위로 하다니.다들 생방송 끝나고 시말서 쓸 각오들 하라구!"
 
 
 

이 헌수PD는 고함을 치고도 화가 덜 풀리는지 앞에 놓인 모니터가 달린 방송계기판을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저.... 전화...왔는데요..."
 
 
 

씩씩거리고 있는 이 헌수PD 곁에 연출부 한명이 다가와 더듬거리며 전화기를 건넸다.        
 
 
 

"누구야?"
 
 
 

"청와대 비서실이라고..."
 
 
 

이 헌수PD는 '청와대'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허겁지겁 두 손으로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아...예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게...........발생해서........ 아.....네 ....아네........."
 
 
 

원래 강한자에게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가 되는 이 헌수PD의 얼굴은 점점 사색이 되어 갔다. 대통령과 영부인은 생방송 부부싸움의 열렬한 시청자라는 것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였다. 그러나 생방송 속성상 피치 못하게 발생된 방송사고를 가지고 이렇게 금방 전화를 걸 정도로 광팬일줄은 이 헌수PD를 비롯해 방송국의 그 어느누구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안절부절 못하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통화를 시작한 이 헌수PD는 통화가 길어질 수록 얼굴색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연신 굽신거리며 몇 분 더 통화를 하다가 전화기를 내려놓고 이 헌수PD는 누런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카메라 감독은 조심스럽게 이 헌수PD에게 물었다.  
 
 
 

"청와대에서 뭐라 그래요?"


"대통령이 우리 제작팀을 청와대 만찬에 초대하고 싶데.”
 
 
 

이 헌수PD는 미소를 머금으며 모니터를 다시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유리에 반사되는 자신을 모습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청와대 만찬이라. 이제 나도 성공대로에 서는 것인가

A형이나 B형같이 알파벳이 아니라 만약 한글로 이 헌수PD의 몸에 흐르는 혈액형을 나타 낸다면 전형적인 ‘출세 지향형’일 것이다. 그의 머리속에는 방송보다 비서실의 통화내용으로 가득찼다.
   
 "지금 스튜디오 안에는 한국최고의 정신심리학자, 부부상담가 스물 다섯 분들이 오늘 부부싸움의 해설을 맡아 주시기 위해 이렇게 바쁘신 와중에도 나와 주셨습니다."


 MC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방송 패널들을 한명 한명씩 소개해 나가자 다시 스튜디오에는 박수의 물결이 흘러 넘쳤다. 360도 방향의 다양한 앵글을 찍을 수 있는 배구공 크기의 카메라 구球가 천천히 해설자들을 스케치 해나갔다.
 
 
 

와와와
 
 
 

짝짝짝!!!!
 
 
 

"언제나 저와 해설을 같이 맡아 주시는 현 대한민국 국무 총리 황 세영 총리께서 오늘도 나와주셨습니다. 황 총리님 안녕하세요!"
 
 
 

황 총리가 함박웃음을 띄우며 MC의 인사에 보답하였다.
 
 
 

"하하.안녕하세요."
 
 
 

"총리님 먼저 개인적으로 축하 드립니다. 신당을 창설 하셨다구요?"
 
 "에이 저 미친 자식! 대통령이 보고 있는데 무슨 소리야! 잘라 내버려!"
 
 
 

스튜디오 모니터를 보면서 싱글거리던 이 헌수PD는 MC의 멘트 하나에 침을 분수처럼 공중에 퍼트리며 고함쳤다. 편집 기술 요원들은 재빨리 편집기에 달려들어 육 철수의 멘트를 잘라냈다. 생방송이라도 실시간과 35초 정도의 간격이 있기에 ED347 음성편집기를 이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자! 오늘 대결할 부부들을 소개해 주시죠!"
 
 
 

"네. 오늘 대결할 부부는 조금 평범한 부부들인데 미국으로 이민가서 갈등이 생긴 부부 이야기입니다."
 
 
 

"이민요?........."
 
 
 

육 철수MC가 말을 끄는 동안 황 총리는 자신의 앞에 있는 액정모니터로 오늘 참가하는 부부 팀의 프로필을 제공받았다.


 "남편의 이름은 최 기수입니다 나이는 41세. 해외지사의 평범한 세일즈맨입니다."


황 총리가 오늘 출연자의 신상을 더 설명하려 했으나 조연출로부터 멘트를 자르라는 지시가 왔다.
 
 
 

"네…. 다른 자세한 사실은 지금 화면에 나가는 자막을 보시고요. 오늘은 특별히 이민생활속에서 갈등이 생긴 부부들이 싸움을 벌인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되는데요"
 
 
 

베터랑 해설자답게 황 총리도 부드럽게 조연출의 지시를 따라 방송을 원활히 진행해 나갔다.
 
 
 

"아내분 되시는 분의 이름은 김 미나씨. 나이가 30세입니다...한국에서 교육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선생님으로 재직중에 자녀들의 교육비 문제와 최 기수씨의 사업이 경영난 악화로 문을 닫자 미국행을 과감히 결정한 부부입니다."
 
 
 

"아 예."
 
 
 

"잠깐. 지금 자료 화면에는 한국에서 시어머니가 미국으로 아들 최 기수씨를 보기 위해 여행 와 있군요. 혹시 고부갈등도 오늘 생생하게 볼수 있게 되는 아닐까요?"
 
 
 

황 총리는 고부갈등이란 새로운 사실을 더 강조하기위해  MC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오오오오"
 
 
 

육 철수의 놀람의 표현으로 이제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오오오오'를 외쳐댔다.
 
 
 

"정말 재미있네요. 지금 자료에 올라온 것을 읽어보니 최 기수 씨 부부는 미국에서 현재 서로 맞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김 미나씨가 결혼이후로 앙숙이였던 시어머니를 미국으로 오시도록 남편에게 부탁한 건 맞벌이를 하면서 발생되는 육아문제를 해결 시키기 위해서 거든요. 와서 아이를 봐달라는 거였죠."


 “그런데 시어머니쪽은 그게 아니죠 미국 여행 온다고 동네에 자랑하고 왔는데 와서 한달 내내 집안에 틀어박혀 손자만 돌보고 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닙니다.”
 
 
 

MC는 손가락으로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시어머니의 스트레스지수표를 가리켰다.  
 
 
 

"미국은 저도 가봤는데 캘리포니아주쪽에는 운전 못하면 꼼짝달싹 못하고 그대로 집에서 창살없는 감옥 생활을 하게 되어있습니다"


 "자! 말씀드리는 순간 최기수씨!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40 여 개의 초스테디켐 카메라와 80 여개의 디지털ENG카메라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초정밀 화면은 마치 시청자가 최 기수 바로 옆에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생생했다.


 "잠깐 ‘생방송 부부싸움’에 대해 잠깐 말씀 드리자면 지금 출현하는 커플들은 전혀 방송이 나가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몰카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방청객들과 패널들이 부부싸움에서 누가 과연 이기는지 예상해 보고 결과를 알아보는 리얼리티 생방송 TV프로그램입니다"


“여러 부부의 부부싸움을 먼저 촬영을 하고 제작팀이 엄선해서 방송에 적합한 부부싸움을 골라 방송하는 세계최초의 부부싸움 실황중계입니다.”


이 헌수PD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왜 허락없이 촬영했냐고 지랄들을 떨어서 법적해결한다고 얼마나 똥줄 빠지는 줄 아나? 나 덕분에 인기가 많아서 다 넘어가는 거라구..’  


 화면에는 최 기수가 아파트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나가는 가운데 오디오로 MC의 멘트가 흘렀다.
 
 
 

"네. 그렇습니다. 다른 방송에서는 신혼부부들의 화목한 모습들만 과장스럽게 나갔죠? 현실은 결혼하자마자 부부싸움으로 들어가는데 방송에서는 전혀 동떨어진 부부의 모습들만 보여줬었죠"


 "그래서 실제 부부들이 그걸 보고 더 부부싸움을 해댔죠! 예를 들어 우리남편은 TV프로그램의 누구누구처럼 왜 못해주냐며 방송을 현실로 착각한 대다수 부인들이 매일 바가지를 긁기 일수 였습니다."


 "생생한 부부싸움 실황이 우리 '생방송! 부부싸움 청백전'으로 방송되어 나간 뒤 의외로 많은 부부들이 현실부부생활과 괴리감을 느끼게 만든 기존의 다른 바른 결혼생활 프로그램보다 더 정신적으로 결혼생활에 도움받고 있다는 리서치 보고가 있습니다."


 “일종의 공감대 형성이죠. 모든 부부는 싸운다는…”
 
 
 

육 철수와 황 총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초대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논평이 전문가들의 사진과 함께 방송화면 모퉁이에서 나갔다.


 "네. 말씀 드리는 순간 최 기수씨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비틀거리며 걷는 것을 보니 약주를 조금 하신 것 같습니다. "
 
 최 기수는 열쇠를 한참동안 만지작거리다가 겨우 열쇠구멍에 맞는 열쇠를 찾아서 문을 열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만 방안이 어두워서 방바닥에 나뒹구는 장난감을 보지 못하고 밟고 말았다


 "아얏! 이 놈의 여편네! 집 안 꼬라지 봐라! 이게 뭐야?"


 최기수는 장난감을 밟은 발바닥이 아픈지 연신 문지르며 소리를 질렀다.
 
 MC육철수: (격양된 목소리로) 아! 네 여편네! 아내를 여편네라고 폄하하는데요. 최 기수!
 
 해설황세영: (흥분한 목소리로 )사실 장난감은 아이들이 어질렀죠! 아이들이 장난감을 어지르고  치우지 않는 건 부모들의 가정교육문제아닐까요. 아내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죠.


 MC육철수: 그렇습니다. 최 기수씨의 방청객들의 인기투표포인트가 곤두박질 치고 있습니다. 부부싸움에서 방청객 투표 인단의 점수도 부부싸움승리의 막대한 영향을 끼치죠.  
 
 "에이씨...집안 꼴이 이 모양 이니까 남자가 밖에서 하는 일이 잘 될 턱이 있나? "


 최 기수는 다리가 아픈지 절 뚝 거리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장면이 바뀌어 카메라가 안방의 침대를 비추었다. 방바닥에는 역시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옷장 중에 중간 옷장 문이 반쯤 열려있었다. 고전적인 아라베스크 문양의 나무조각이 멋들어진 침대 위에 부인 김 미나가 이불을 푹 덮어쓰고 누워있었다. 최 기수는 일부러 문을 세게 닫았다.
 
 
 

"어 잠깐 잠들었네. 이제 들어왔어 지금 몇 시야?"
 
 
 

방 천장에 누워서도 볼 수 있는 형광 시계판이 2시30분을 가리켰다.
 
 
 

"야 넌 남편이 들어오는데도 발딱 일어나지 않고 뭐해?"
 
 
 

"아퍼서 그래 몸살인가봐 시간도 늦었잖아"
 
 
 

"뭐 또 아퍼?"
 
 MC육철수: 오오오오오! 최 기수의 강한 액션! 부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또 아퍼'죠?
 
 해설황세영: (몸을 마이크에 바짝 갖다 대며 ) 네 강공이죠! 초반에 상대편 기분을 나쁘게 해서 이성적인 공격을 마비시키는 기술입니다. 예 정말 흥미로와 지는데요.


 MC육철수: 최 기수! 최 기수! 마치 나비처럼 사뿐 사뿐 김 미나가 누워있는 침대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목에서 넥타이를 걷어내어 땅바닥에 던지면서 격정적인 포즈를 연출하는데요!


 해설황세영: 네! 그러면서 약간의 침묵이 흐르죠...지금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겁니다. 마치 먹이 주위를 맴도는 한 마리의 사자와 같습니다.
 
 최기수는 침대에 걸터앉아 양말을 벗어 손에 쥐고는 자신의 맨 발바닥을 쳐대기 시작했다.


 "아이 더러워.제발 목욕탕에 가서 양말 벗고 좀 씻어."
 
 
 

김미나는 양말로 발바닥을 떠는 소리를 듣자마자 용수철처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찡그린 얼굴로 최기수를 째려보았다. 화면의 카메라가 최 기수의 발을 최대한 줌인(Zoom In)시키자 화면 전체에 그의 발톱의 끼인 검은 때까지 클로즈 업이 되었다..
 
 "감독님! 시청자들 불평전화가 들어옵니다. 지금 밥먹는 중이랍니다."
 
 
 

조연출 한 사람이 이헌수PD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예술 하기 한번 힘드네. 뭐야 다들? 뚝하면 대통령이 전화질 하질 않나. 나 미치 겠구먼!"
 
 
 

이헌수PD는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땅바닥에 집어 던졌다.
 
 
 

"야! 김 군! 생기(生氣-신선한 공기가 병안에 농축가공된 상품. 병에 달린 호스로 신선한 공기를 흡입할수 있다. 환경오염으로 나빠진 공기 때문에 폭팔적인 수요를 자랑하게된 히트상품)한 병 가져와! 야! 그리고 박감독! 풀 샷 카메라로 컷인 시켜! 야 임마 그러면 화면이 튀잖아! 자연스럽게 넘겨."


 이헌수PD는 화풀이 하듯 신경질을 여기저기 내다가 누가 가져온 생기병을 보고나서 급기야 화가 폭발했다.
 
 
 

"야 난 국산 가공필터 생기는 안 마신다고 이야기 했잖아! 알프스 수입 생기 가져오란 말이야!"
       
 MC육철수: 아.네 남자선수 특유의 지저분한 공격으로 여자선수의 신경을 건드려 이성을 잃도록 유도하는거 같은데요. (해설자 황세영을 바라보았다.) 왜 계속 최 기수는 김 미나의 신경을 건드리는 작전을 쓸까요?


 해설황세영: (심각한 표정으로)네 그건 말입니다. 아무래도 적이 화가 나있으면 정확한 상황 판단이 힘들기 때문에 승리를 쟁취하는데 아무래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 할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MC육철수: (웃으면서) 김 미나도 마냥 당하고만은 있지 않을건데요...아예. 말씀 드리는 순간 김 미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자기 밤에 늦게 들어와 왜 이러는거야?"


 "왜 이러다니... 남편이 하루종일 밖에서 고생하고 들어오면 수고한다고 말을 못해줄 망정.또 무슨 시비걸려고"
 
 
 

김 미나는 베고 있던 베게를 신경질적으로 던졌다.
 
 
 

"사업만 망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이렇게 미국에 오지 않았을 거 아냐?"
 
 
 

거의 울상이 된 김 미나가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최기수는 당황한 얼굴로 두리번 거리더니 "쉿! 다 들으시겠다. 목소리 낮춰서 이야기해"라고 하며 본격적인 부부싸움에 들어가기 위한 자세를 가다듬었다.                    
 
 MC육철수: 자 지금 본격적인 격돌이 시작될 조짐인데요. 여기서 잠깐 과거에 무슨 일로
 최 기수가 사업 문을 닫게 되었는지 오늘 초대손님으로 나오신 국가정보기획부의 유 상철씨께 여쭈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 선생님!


 자동무인 스튜디오 카메라가 페널석에 앉아있는 유상철을 비추었다.
 
 유상철: (환한 웃음으로)예 유 상철입니다.
 
 MC육철수: 먼저 시청자 분들께 인사 부탁 드립니다.
 
 유상철: 이렇게.. 좋은 자리에 저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MC육철수: 네! 역시 국가 정보를 다루시는 공무원 분이라 인사말씀도 간단하면서도 명료합니다. 그럼 지금  부부싸움이 진행되기 때문에 긴 말씀은 못나누겠고요. 오늘 최기수가 과거에 어떤 사업을 했고 어떻게 문을 닫게 되었는지 정보자료가 보관 된 데로 시청자들에게 말씀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유상철: 네 먼저 차트를 보면서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스튜디오의 실내가 어두워지면서 유 상철이 앉아있는 주위에 3D프로젝터의 영상이비춰졌다. 영상은 6개의 화면이 나타났는데 최 기수의 10대부터 40대사이에 일어난 중요한 인생의 사건들이 화면에 요목조목 마치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유 상철의 30대후반이라고 새겨진 화면상의 엔터키를 손으로 터치하자 최 기수가 벌렸던 사업의 구상때부터 사업이 문을 닫기까지 모습이 다시 6개의 화면 위에 떴다.
 
 유상철: 자 지금 보시는 것과 같이 최기수씨는 별 뾰족한 사업계획은 없이 자신의 부모에게 받은 약간의 사업자금을 가지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버디가드(Buddy-guard)대행사업이 인기가 있다는 말만 듣고 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MC육철수: 잠깐만요! 버디가드라는 단어는 시청자분들에게는 약간 생소한 단어인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유상철: 네 버디가드란 요새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유행하는 바디가드( Bodyguard )업무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중학교 남학생이 있고 또 그친구한테 애인이 있다고 칩시다. 공부는 해야 겠는데 애인이 언제 변심할지 신경이 쓰여지는 상황이 닥치게 되면 참 난처하겠죠? 그럼 남학생은 전화 한 통화로 의뢰인의 애인을 24시간 바디가드의 감시 보호하에 놓이게 해서 변심을 사전에 예방 할 수 있게 하는데요. 친근한 친구란 의미의 Buddy와 바디가드의 Guard자를 따온 합성어로 만들어진 이름으로 붙여진 버디가드Buddy-guard 란 이 직종은 예전 부유층이나 유명 인사들의 전유물 이였던 바디가드 업무가 중.고등학생 같은 학생들과 군대를 가기 앞둔
 변심할 챤스가 극히 큰 애인을 둔 신병들에게 실비로 최첨단 장비로 감시보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성인들에게는 애인감시 경호도 해주기도 하는데 요즘 아주 유망 직종이죠.
 
 MC육철수: 참 흥미롭네요. 그 ‘버디가드’ 서비스가 제가 군대 갈때 있었다면 저도 그 서비스를 이용했을 겁니다. 하하.
 
 해설황세영: 전 반대로 제 아내가 나한테 그 버디가드란 걸 부쳐줄 것 같은데요
 (스튜디오 안이 다시 웃음으로 술렁였다.)
 
 MC육철수: 하하.말이 약간 빗나갔는데. (다시 유상철이 들어있는 스크린화면을 바라보며) 그러니까 최 기수는 바로 그 ‘버디가드’라는 서비스사업을 운영했다 이 말씀이죠?
 
 유상철: 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잘 운영되었는데.. 자 여기 이 화면을 보시죠. (유 상철은 최 기수의 인생 정보가 든 녹화 화면을 죠그 셔틀로 이리저리 돌리다가 한 장면에서 멈춰 섰다)
 
 MC육철수: 아니 저건.
 
 유상철: 네. 방송이라서 자세히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하여튼 복잡한 고소사건으로 인해 사업체를 한 순간에 날리고 말았죠..
 
 
 

MC육철수: 고소사건이라니요?
 
 유상철: 최 기수씨가 간통을 방조했다는 것이 수사 중에 드러나 일이 조금 복잡해졌죠.
 손님이 다 떨어져 나갔죠. 규모가 적은  최기수씨의 버디가드 같은 서비스 업종에는 아주 큰 타격이였죠.
 
 MC육철수: 저런... 안타깝군요.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간통법이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일이 아닌데.. 그런데 부인 김 미나씨는 결혼 전에 최 기수씨가 사업수완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몰랐나요?  알았으면 사기죄로 이혼신청을 할 수 있는데요. 요즘 결혼은 배우자의 ‘스펙’을 정확히 분석하고 결혼하잖아요.


해설황세영: 결혼을 일단 하면 이혼하기도 굉장히 힘들죠. 아이들이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풀 문제가 많아지죠. 김 미나씨도 마찬가지 였을 것입니다.
 
 유상철: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결혼하면 결국 이혼할텐데 괜히 결혼해서 이혼하려는 고생하느니 차리리 결혼하지 말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죠.  이혼감찰감이라는 법이 생겨 결혼하는 것이 정말 힘들죠.  
 
 MC육철수: 오오오오 말씀 나누는 순간 김 미나 울음을 멈추고 최 기수를 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인 부부싸움이 이루어질 것 같은데요.  
 
 해설황세영: 예. 지금 화면에는 체력수치가 컴퓨터로 그래프화 되어 최 기수와 비교되어 나가고 있는데..음( 잠시 체력수치 그래프를 보더니 )순간 파괴력은 최 기수가 약간 앞서지만 다른 근력,  순발력, 유연성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걸로 나가고 있습니다.
 
 MC육철수: 최 기수는 몸안에 알코올 성분이 아직도 분해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체력면에서는 오히려 김 미나가 앞설겁니다.
 
 "당신 왜이래? 사업 말아먹고 미국까지 와서 뭐 잘났다고 술까지 쳐마셔?"


 김 미나는 옆방에서 자는 시어머니를 의식 한 듯 평소와는 낮은 톤이였으나 무척 화가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또 지나간 사업이야기.에이"
 
 
 

순간, 최 기수는 술기운 때문인지 소리치면서 김 미나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예측을 뒤집고 최 기수는 김미나의 허리를 감싸더니 자신의 입술과 겹쳤다.
 
 "으악 뭐야? 저거?"
 
 
 

수백개의 앵글로 비춰지는 연출부의 카메라의 모니터를 열심히 들여다 보던 이 헌수PD는 다시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이럴수가. '생방송! 부부싸움 '사상 초유의 키스신이야!!!"
 
 
 

조 연출은 놀란 나머지 어찌할 바를 머리를 감싸 쥐었다. '생방송! 부부싸움 청백전'은 초 매머드급 시청률을 자랑하는 국민 프로그램이였다. 내용상 방송시간은 심야 시간대이지만 아이들과 청소년 시청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저런 성적호기심을 유발시키고도 남을 노골적인 애정 표현이 여과없이 방송에 나간다면 벌어질 사회적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는 걱정에 다들 눈앞이 깜깜해졌다. 부부싸움만 하는 부부들만 출연해서 저런 노골적인 키스신사태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었는데 도대체 최 기수는 무슨 생각으로 키스를 퍼부을까 속수무책으로 아무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데 이 헌수PD의 천둥같은 목소리가 연출부를 뒤 흔들었다.


 "어서 넘겨! 육철수한테 메인화면을 넘겨!"


 이 헌수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조 연출자중의 하나가 자신의 손에 장갑처럼 씌워져 있는 비상 키보드를 이용해 화면을 스튜디오로 순식간에 넘겼다.
 
 MC육철수: (아무렇지도 않는 듯) 아네. 오늘 화끈한 성격의 선수가 출전했군요.
 
 해설황세영 : ( 약간 더듬거리며 ) 예...예.. 그렇군요
 
 MC육철수 : 여기서 잠깐 오늘 스튜디오에 두분의 아주 특별하신 손님이 나와계신데 소개 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황총리님.
 
 해설 황세영 : ( 자신의 자리 앞에 설치된 LCD모니터에 뜬 초대손님의 프로필을 얼른 곁눈질 하고나서) 예 첫 번째 손님은 40년경력의 차력사  석 우석씨입니다.
 
 MC육철수: 차력사요?
 
 해설 황세영 : 예 40년동안 부부싸움을 상징하는 말인 ' 칼로 물베기 '를 실제적으로  손수 시범을 보여주실텐데요
 
 황 세영의 해설과 동시에 스튜디오에 거대한 세트가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산속의 폭포를 연상시키는 세트였는데 그 세트가 등장하자 FD의 지시가 없어도 탄성이 저절로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쏴아아아
 
 소리도 시원한 폭포물 줄기속에서 웃통을 벗어제친 한남자가 장도(長刀)를 쥐고 걸어 나왔다. 공중에서 선회하고 있던 조명들이 일제히 사내의 얼굴을 비추자 베토벤의 '영웅'교향곡이 흘러나오면서 감동을 배가시켰다.
 
 "여러분 소개 드립니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 차력계의 기린아!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이 거부되는 석 우석씨입니다."
 
 야아아아아아
 
 MC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개를 하자 차력인 석 우석은 소개보다 더 우렁찬 기합을 외치면서 무대에 등장했다. 그리고, 다시 괴상한 소리를 지르면서 요란스럽게 덕수를 넘더니 순식간에 폭포 세트 정 중앙에 섰다.
 
 "근데. 쟤는 소리지르는 것이 무척 애니멀틱하구먼. 키스신만 안 나왔으면 당장 방송국 밖으로 내 쫓았을 텐데.."
 
 
 

이헌수PD는 비상상황 때문에 차력인이 소개되었지만 그가 자신의 연출무대에 선다는 자체가 무척 불만스러웠다. 출연전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묻는 말에 대답도 잘하지 않는 시건방진 그의 행동때문이였다.


"뭐 튈려고 발악을 하는거죠"
 
 
 

"빨리 폭포물 세게 흐르게 작동시키고 '칼로 물베기'인지 나발통인지 빨리 시켜! 뭐해? 카메라 빨리 줌인 시켜! 어서"
 
 
 

캬오캬오캬오~~~~~~~~~~~~~
 
 
 

차력인  석 우석은 웃통을 벗어 던지더니 해괴망측한 괴성과 함께 폭포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으로 칼을 뽑아 들고 뛰어들어가 미친 듯이 칼을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MC육철수:(한참 측은하게 석우석을 바라보더니) 네! 역시 세계 최고의 차력사  석 우 석씨의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은 칼솜씨앞에 폭포수의 물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군요
 
 해설황세영:그렇습니다.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부부싸움이 저것과 같다는 옛 선인의 말씀은 한치의 틀림이 없었습니다.
 
 MC육철수:(최 기수의 기습키스가 다 끝나 가는지 모니터를 힐끗 확인하면서) 네 그렇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입니다. 이점 명심하고 부부싸움 중이라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대편에게 치명적인 손상은 서로 삼가했으면 하는 것이 저희 모두의 바램입니다. (최 기수의 키스가 김 미나의 완강한 저항에도 전혀 멈추지 않음 모니터를 통해 다시 확인하고 나서) 네 그럼 두 번째 초대손님을 모셔야 겠죠.  
 
 해설황세영: 네 그래야 겠죠. (자신 앞에 있는 모니터에 떠오른 두 번째 초대손님의 프로필을  바라보며)네 두 번째 손님은 저도 존경하는 동양철학과 고고학의 최고 권위자이신 박형식박사님입니다.
 
 MC육철수: 네 박형식박사님을 큰박수로 모시겠습니다.
 
 와
 
 
 

짝짝짝...
 
 
 

방청객들이 FD의 지시에 따라 박수를 치자 초대손님 박 형식이 무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차력인 석 우석은  박형식이 입장하는 그 순간에도 폭포수가 만들어진 세트 안에서 열심히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카메라! 박형식 줌인(Zoom In)들어가고.. 그리고 야 차력사 쟤 빨리 진정시켜라."
 
 
 

이 헌수PD는 생기를 연신 코로 흡입하며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연출 팀에게 지시했다.
 
 MC육철수:( 옆자리에 앉은 박형식을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며) 박사님 안녕하세요?
 
 박형식:(아주 무뚝뚝한 얼굴로)네
 
 MC육철수:박사님 몇 년전에 한번 뵜을 때보다 살이 많이 빠지신 것 같은데요.
 
 박형식: (역시 무표정한 얼굴로)요새 연구 때문에 바빠서 살이 조금 빠진것 같습니다.
 
 해설황세영: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네요 하하.( 박형식이 웃지않아 겸연쩍은 듯 한 표정으로 )박사님. 요샌 어떤 연구를 하십니까?
 
 박형식: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한국근대사를 통해 한국인의 해학을 고증 연구하는 연구팀을 책임맡고 있습니다.
 
 
 

MC육철수: 해학을 고증하신다고요?
 
 박형식:(딱딱하고 기계적인 목소리로)네.
 
 해설황세영: 재미난 기록은 많이 발견하셨습니까?
 
 MC육철수:(박형식의 말을 자르며) 다른 기록들은 일단 접어두고요. 오늘 박사님을 모신건 부부싸움에 관해 어떤 자료가 있는지 소개해주셨으면 해서 인데요. 소개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박형식: 예. 우리 연구팀이 옛문헌에서 '부부싸움의 예의 법도'에 관해 기록된 것을 어렵게 발견했는데요.........
 
 스튜디오 바닥이 열리면서 거대한 스크린이 올라왔다. 이내 스튜디오 안이 어두워지면서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시키는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연기들이 무대바닥을 자욱히 메웠다. 박형식이 부부싸움의 도리에 대해 한가지씩 이야기할때마다 그 내용이 스크린위에 나타났다.
                                   
                                               '부부싸움의 예의 법도'
 제1도: 부부싸움에서 상대편의 손기술과 주먹의 강도를 알고 덤비니 이를 지 (智) 라 한다
 
 제2도: 상대편에 대해 아픈 표정을 짓더라도 과감히 무시하고 초전박살을 내는 것을 강 (强) 이라한다
 
 제3도: 때려서 피가 나는곳을 더 이상 때리지 아니하니 이를 선 (善) 이라 한다
 
 제4도: 싸움도중에도 두발이나 의상의 흐트러짐을 바로 고치는 이것을 미 (美) 라 한다.
 
 제5도: 옆집에서 살림을 부수며 싸우는 것을 안타까워 하는 것이니 이를 인(仁)이라 한다
 
 제6도: 말리는 사람이 있어도 말리는 사람 어깨너머로 과감히 주먹을 날리는 것이는 이를 용(勇)이라 한다.
 
 제7도: 맞는 쪽보다는 때린 쪽이 먼저 사과를 해야 하니 이를 예(禮)라 한다.
 
 제8도: 살림을 부숴도 값나가는 것은 차마 부수지 않으니, 이를 현(賢)이라 한다.
 
 제9도: 주먹을 날리면서도 서로'나를 정통으로 때리진 않겠지'하고 생각하는 것이니 이를 신(信)이라 한다.
 
 제10도: 싸움이 끝난 뒤 맞은 곳을 서로 주물러 주고 잔해처리를 함께하는 것이니 이를  의(義)라 한다.
 
 박형식이 읽기를 다 마치자 스튜디오안은 감탄사와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박형식은 마치 모든 것을 자신이 집대성(集大成)한 법도인양 잔뜩 어깨에 힘을 주었다.  
 
 "얘들아 밤에 무슨일이야. 에구 뭐하는 짓이야 넘사스럽게.."


 시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불쑥 들어와서 최 기수와 김 미나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민망스럽다는 듯 두손으로 눈을 가렸다.
 
 "야 시어머니가 떳다!!! 카메라 뭐해? "


 이헌수PD는 조종실이 떠나갈 듯 외쳐댔다.
 
 
 

"오늘 생방송 부부싸움의 하이라이트 시어머니가 등장했다! 스튜디오! 스튜디오!"
 
 
 

다급한 목소리로 AD한명이 마이크에 대고 MC에게 말했다.
 
 
 

"뭐하는거야? 저 박형식인가 하는 영감탱이 빨리 잘라내.. 그리고 저 칼춤 추는 석우석도 폭포세트와 같이 수장(水葬)을 시키든지 빨리 스튜디오에서 내보내. 어서!!!!"
 
 
 

이헌수PD는 침을 튀기며 고함쳤다. 그의 말에 몇몇 AD들이 분주히 조종실 안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이 엄마! 방문을 노크도 없이 들어오시면 어떻해요 오랜만에 분위기좀 잡으려 하는데.."


 최 기수는 김 미나에게서 떨어지면서 얼굴을 붉히며 불평을 했다.
 
 
 

"노크해도 들렸겠냐?  밤에 뭐가 잘났다고 술 마시고 들어와 온 집안을 울리게 만들어?. 미국 와서도 그 술버릇 못 버렸냐."


 김 미나는 마음속으로는 화가 나는 걸 간신히 짓누르고 잠잠히 고개만 숙였다.


 "왜 매일 술 먹고 어쩔려고 그러냐?"
 
 
 

"엄마. 그만해!"
 
 
 

최 기수는 한 손으로는 목에 매인 넥타이를 풀면서 괴로운 듯 말했다.
 
 
 

"괴로워서 한잔 했습니다."


 "못난놈. 그러게 애당초 잘해내지도 못할 비즈니스는 왜 시작해서 망했누?"
 
 
 

"저도 망할줄 어떻게 알았어요? 흑흑"
 
 MC육철수: (자신도 괴롭다는 얼굴로)아네...... 최 기수가 먼저 감정을 터트리네요.
 
 해설황세영: 저런 모습 김 미나에겐 시어머니가 있는 자리에서 부담스럽죠.
 (모니터를 보더니) 네...김 미나선수의 지금 감정곡선이 노랑색에서 오렌지색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MC육철수: 오렌지요?
 
 해설황세영: 네 오렌지색은 부부싸움에서 논리적인 전술을 구사하는데 약간 부담스런
 감정곡선이죠..
 
 MC육철수: 김 미나! 어서 감정을 조절절제해서 부부싸움에 잘 임해야 할텐데요.
 
 "어머님. 저 사람한테 무슨 말씀좀 해주세요. 저도 매일밤 괴로워요.흑"


 김 미나도 뒤늦게 감정을 실어보았지만 시어머니의 표정은 냉랭했다.


 "얘야 아무리 세상이 발달해도 가장은 가장이다. 쟤도 얼마나 힘드면 저럴라구.."


 "엄마 엉엉~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요"
 
 
 

최 기수는 아예 땅바닥에 퍼 질러 앉아 통곡을 해대기 시작했다. 김 미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하였으나 시어머니는 아들이 측은한지 얼른 달려가 두 팔로 최 기수의 얼굴을 감싸며 안았다.


 "어이구 내새끼... 내가 애비없이 널 어떻게 키웠는데 매일 새벽에 너만 잘되게 해달라고 얼마나 기도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어이구 내새끼."
 
 MC육철수: 자 오늘 부부싸움 의 주제는 이민 갈등이라고 말씀을 나누었는데 어찌 고부간의 갈등으로 서서히 들어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흥미롭습니다
 
 해설황세영: 네 그런 거같습니다. 지금 상황이 슬슬 고부갈등으로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죠?
 
 MC육철수: (모니터를 보며) 자료에 의하면 김 미나는 지금 미국에서 잘 적응하고 있죠?
 
 해설황세영: 네! 여자분들이 언제나 환경에 남자보다 훨씬 더 빨리 적응하죠
 
 MC육철수: (모니터를 보더니 격양된 목소리로 바꾸어)
                 오오오오 말씀 드리는 순간 김 미나 입술이 거칠게 움찔거립니다. 곧 공격에 들어가려는 모양인데요.
 
 해설황세영: 그렇습니다. 불리한 상황 이라 하더라도 자신감을 잃지않고 공격을
 퍼부어야 합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매번 그렇게 기수씨를 감싸니까 기수씨가 그모양이죠.."


 "그모양이라니."


 시어머니가 정색을 하고 김 미나를 노려보았다.
 
 
 

"얘야 말이 좀 심하구나. 안그래도 남편이 바깥일에 힘이 이렇게 빠져있는데 내조는 못해줄망정.."
 
 
 

"너무 나약한 말만 하잖아요."
 
 
 

"여보!"
 
 
 

최 기수는 울음을 멈추고 얼굴을 찡그리며 김 미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안그래도 말씀 드리려 했는데 잘됐네요. 어머니! 지금 이사람이 몇살인데 자꾸 내새끼 그러시면서 감싸세요? 그렇게 자꾸 감싸니까 이 사람이 마마보이처럼 어머니 치마폭에 허우적대면서 적응하질 못하잖아요."
 
 
 

"아니 얘가.... 뭐 마마보이? 허우적?"
 
 
 

최 기수는 아무 말 못하고 머리만 긁적였다.  
 
 
 

"예 기왕 말이 나왔으니 계속 말씀 드리죠. 한국에서 사업에 망하고 갈데 없는 저희 가족을 미국으로 보내주신 것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여태껏 부모님 잘 못 모시다가 폐까지 끼치게 된거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송구스러운 애가 말하는 게 그모양이니?"
 
 
 

시어머니의 눈에는 분노의 불길이 본격적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여보 당신 늦은 밤에 말이 지나친 거 아니요?"
 
 
 

최 기수는 애걸하는 표정으로 김 미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술먹고 늦게 들어오니까 늦은 밤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게 아니예욧!"
 
 
 

"얘.... 얘...얘가... 보자보자하니까 시어미 앞에서 남편 알기를 완전 물로 보내. 나참... 내가 오래 살다보니 이제 별의별 소리를 다듣는구나..."
 
 
 

시어머니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김 미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어머님! 말도 안통하는 미국생활이 얼머나 힘든 줄 아시기나 아세요?"
 
 
 

"여보 그만해."
 
 
 

최 기수가 김 미나의 손목을 잡자 김 미나는 야멸차게 손목을 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저도 새벽에 일어나 가족들 아침 챙기고 다운타운에 가서 하루종일 뼈빠지게 열심히 일했어요.  집에 퇴근해서도 쉬지도 못하고 아이들 돌보고 어머님 그 잘난 아드님이 드실 저녁까지 아무 군소리 없이 갖다 바쳤다구요."


 "아니 얘가."
 
 
 

"나는 여기 미국이 내가 뿌리를 내려야 할 곳이라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열심히 일하는데 허구한 날, 비 오면 비 온다고 우울해서 한잔, 날 좋으면 날 좋다고 한잔! 또 마시고 들어와서 이민생활 힘들다고 나도 온몸이 부서지도록 피곤한데 매일 밤 사람을 들들 볶는 사람이 그게 사람이예요? ."


 최 기수는 부부싸움 공격대형을 완전히 후진으로 재 배치시켰다. 갑작스럽게 전투에 투입된 시어머니와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는 아내 김 미나를 일단 관망하기로 하였다.
 
 
 

"사람이 아니라고? 아이고 어이가 없구나. 내가 오래 살다 보니 별 소리를 다 듣게 되는 구나. 얘야. 새삼스럽게 뭘 그런걸 가지고 고생 엄청 하는 것처럼 어른 앞에서 고래고래 고함치냐? "
 
 
 

"전. 그러고도 자식만 감싸는 어머님이 한심해요!”  
 
 MC육철수: (놀란 목소리로) 오오오오오오오 엄청난 스매싱!!!
                 캬! 오늘 김 미나  시어머니와 일전을 치르면서 오늘 그냥 결판을 낼려는
                 모양입니다.
 
 해설황세영: 네 그렇습니다. 45개의 카메라 앵글로 다양하게 비춰지는 김 미나의 저 빛나는 모습! 정말 박력있는 한방 이였습니다. 아 찬란합니다. 마치 불의를 항해 절규하는 고대유럽의 잔다르크를 보는듯한 그런 처절한 비장미가 흐르는 장면이였습니다.  아.. 눈물이 나오려고 해요. 오늘 승리의 여신은 반드시 김미나에게 미소를 지을 것입니다 .  
 
 
 

모니터를 바라보던 이헌수PD는 다시 자리에서 다시 벌떡 일어섰다.
 
 
 

"저저... 자기가 무슨 오늘 심판원이야? 왜저래?"
 
 
 

AD한명이 벌벌떠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래도 총리님인데"
 
 
 

이헌수PD는 손에 든 노트를 신경질적으로 땅에 내리쳤다.
 
 
 

"야. 그래도 이 프로그램은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프로그램이라고. 어디 총리가 건방지게 시킨 해설이나 잘하지 혼자 이야기하고 결론 내리고 다하는거야"


 기존의 부부싸움은 피자배달원과 눈이 맞은 부인이라든지 딸 친구와 사랑에 빠진 남편이라든지 자극적인 부부싸움을 선별하여 보여주었었다. 변태적이고 경악스런 부부싸움의 묘미로 국민프로라는 명예도 얻었건만 너무 저질적이라는 지적 때문에 연출방향을 건전하게 선회했는데  오늘 방송은 간지나는 장면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  이 헌수PD는 걱정스러워 졌다.


 "생방송이라 어떻게 할 수는 없고...에이 오늘 시청률 밀리겠는데. 야 미스터 오 지금 '엽기뉴스시대' 시청률은 어때?"


 '엽기뉴스시대'는 '생방송 부부싸움'과 동 시간대에 다른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경쟁 프로그램이였다.
 
 
 

"음.... 그게.말이죠..."
 
 
 

"뭐? 말해봐."
 
 
 

이헌수PD는 짜증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미스터오라고 불리는 AD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앞에 있는 모니터를 이헌수PD앞으로 가져왔다.
 
 
 

"저 한테 묻지마시고 직접 보시죠"
 
 
 

"이자식이 건방지게..."
 
 
 

이헌수PD는 가져온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엽기뉴스시대'의 오프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엽기 그 자체에 목숨을 건 듯 스튜디오 전체의 색상은 그로테스크 그 자체였다. 진행자와 패널들의 의상이나 분장은 엽기라는 단어의 표현영역을 완전히 떠나있었다.


 "에이. 내 프로가 저 따위 저질 프로와 경쟁한다니....어이 없군"
 
 
 

이 헌수PD는 얼굴을 찡그리며 진행자 오골계가 냄새가 풍길 것 같은 지저분한 얼굴로 느릿느릿 저음(低音)으로 진행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늘 눈뜨고 이 프로그램을 보시니까 아직 살아계신 시청자 여러분. 이 세상 엽기적인 뉴스만을 골라 엄선해 보내드리는 ‘엽기뉴스시대’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요즘 세상 좋아져도 참 허무 하죠? 재미있다는 일도 일주일을 못 가고 뭐 짜릿한 일이 없나 주위를 둘러 봐도 없죠. 저도 자살하고 싶은데 그것도 귀찮아서 이렇게 이 뉴스나 진행하면서 살아가는 데요. 그런데 저희 엽기뉴스시대가 오늘 아주 재미있는 엽기적인 식당을 발견해 시청자분들께 소개해드리고 저 합니다. 방 수은씨!”


 진행자 오골계가 고개를 돌려 왼쪽 옆에 앉아있는 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색찬란한 색깔의 실로 뜨개질을 한 목도리를 얼굴전체에 눈만 남겨둔 체 칭칭 감고 앉아 있었다.


“저는 오늘 사람고기를 요리해서 먹는 아프리카의 한 식당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보고있던 이헌수 PD는 입을 실룩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청자를 끌려고 생발광이군."


옆에 서있던 AD는 이 헌수PD의 눈치를 살피다가 억지로 용기를 내어 기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현재 저 방송이 우리 '부부싸움'의 시청률을 큰차 앞질러가고 있습니다."
 
 
 

"뭐.뭐라구?"
 
 
 

이헌수PD는 갑자기 헉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꼬꾸러졌다.


 "앗! 사장님이 쓰러졌다."
 
 
 

"어어어어."


 주조종실안에 있던 수십명의 스텝들이 일시에 일어나 쓰러진 이헌수PD주위로 몰려들었다.
 
 
 

"어떻하지."
 
 
 

"응급치료유니트를 대기 시켜!!"
 
 
 

슈슈슛....
 
 
 

말미잘처럼 생긴 수많은 촉수같은 전자실이 달린 응급치료유니트 로봇이 나타나

이헌수PD를 응급 치료했다.
 
 
 

"으.으..."
 
 
 

치료가 시작된지 정확히 3분20초만에 이헌수PD가 눈을 살며시 떳다.
 
 
 

"괜찮으세요?"


 스텝한명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썅. 혈압이 갑자기 치솟았나...으 "
 
 
 

이헌수PD는 한손으로 자신의 뒷목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야 박군아. "
 
 
 

이헌수PD는 고개를 뒤로 젖힌 체로 눈을 지긋이 감고 전보다는 낮은 톤으로 박군이라는 AD를 찾았다.  
 
 
 

"예!"
 
 
 

"관능적인 애로 여자배우 어서 섭외해서 저기 최기수 쪽으로 투입시켜."
 
 
 

"예?"
 
 
 

조종실안의 모든 스텝들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배우 투입시키라니까. 연출을 넣어야 겠어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우리 프로 망신당한다."


 "그래도..."
 
 
 

"건전한 방송이고 나발통이고 저 엽기프로처럼 우리도 자극적으로 나가야돼. 무슨 얼어죽을 고부갈등이냐고? 부부싸움 잘하다가......... 불륜이 들어가야해.......막장같은 주제가 나가야 한국인들은 좋아한다구. 그래야 우리 프로가 살아.."


 "그래도 연출은.좀...우리 프로그램은 연출없는 다큐생방송포맷이 생명인데요..."


 "생명...빌어먹을 그거 필요없어. 기대가 큰 만큼 시청자들이 한번 등돌리면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구. 어서!!!!.... 여배우 하나 불륜식으로 연출시키라고. 빨리.."
 
 
 

이헌수 PD는 이제 애걸하는 목소리로 AD에게 지시를 내렸다. AD는 머뭇거리다가 여배우 섭외를 위해 주조종실을 빠져나갔다. 이헌수PD는 메인 모니터를 통해 아직까지도 언쟁을 벌이고 있는 김미나와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이혼율은 세계최고이고 출산율은 세계최저인 대한민국의 최고 인기 리얼리티 TV쇼의 방송의도는 부부들의 아기자기한 부부싸움을 보여주어 결혼을 장려한다는 취지였지만 그게 어디 방송생리상 가능한 일인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재가 계속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면 시청율은 물론이고 광고도 몽땅 떨어져 나갈  것이다. 이 헌수 PD는 이러다가 방송자체를 접어야 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짜피결혼을 장려해봤자 소용없어. 대한민국안에는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무너졌다구. 그리고 이혼할 생각이면 아예 결혼을 하지 말아야지. 매번 지지고 볶고 부부싸움이나 하고.. 나한텐 시청율이 최고야. 또 시청율 올리는데는 불륜이 최고고’


이 헌수PD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큰 숨을 내뱉었다.


‘그나저나 이 여편내가 바람이 났나? 하루종일 전화도 안받고 뭐하지?’


이 헌수PD는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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