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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구원검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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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검마 EVIL SWORDMASTER

(SF무협 판타지)



“뭘 하는가 우리의 임무수행을 하지 않고.... 어서 구원검을 찾아야 한다"


하늘은 자신 앞에 서있는 육아센터의 아이가 엘라사의 목소리를 내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엘라 사는 육아센터의 한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하늘이 자신을 못 알아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안나, 빈누이, 스나가와 하나냐를 다그쳤다.

  

“아니 이 계집애가 우리를 막아서서..


하나냐는 연신 볼을 실룩거리면서 바닥에 쓰러진 하늘을 노려보았다. 엘라 사는 하늘을 일으켜 세우고 싶었지만 구원검을 찾으라는 임무가 먼저라는 사명감에 하늘을 무시하고 고함질렀다.


"어서 이곳을 샅샅이 뒤지자고.... 자 어서!"


"아 그런데 약 더 없어?"


"그래 약 좀 더 줘. 플라스틱 알레르기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 제발"


엘라 사는 스크럼핑 마약을 더 달라고 떼쓰는 하나냐의 울상에 속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유리병을 꺼내 하나냐에게 던졌다. 그러자 빈누이와 안나, 스나아까지 하나냐에게 달려들어 서로 옥신각신 해대기 시작했다. 엘라 사는 그들의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여기 육아센터에는 정말 엄청난 마력이 느껴지는구나... '

 

인간계는 이제 점점 악해지고 추악해져가고 있어 더럽고 괴이한 영혼들이 넘실댔다. 드림랜드의 주식투자 게임에 중독된 인간들은 거의 대부분 악령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제 이 인간계도 영혼의 상태로 보아 멸망할 날도 멀지 않았다.'


엘라 사는 바닥에 아직도 쓰러져 있는 하늘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정말 하늘은 내가 본 어느 인간의 영혼보다 제일 깨끗해...'


하늘은 온라인게임 '드림랜드'에서 최고의 인기녀였다.


'대구국 영주권을 빌미로 자신들을 노예처럼 부려 먹는 브니누만 아니라면 본격적으로 연애를 하고 싶은 아이인데... 참으로 애석한 노릇이야.. '


엘라 사는 자신의 괴로운 마음을 하늘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외쳤다.


바로 그때,

 

어이. 얘들아 뭘 해 거기서?”

 

복도 끝에서 하늘과 비수들의 침묵을 뚫고 초이의 목소리가 구세주처럼 울렸다.

 

살려주세요.”

 

엘라 사 와 비수들이 동시에 바라보는 틈을 타서 하늘은 번개처럼 일어나 초이의 뒤로 숨었다.  초이는 나무 작대기처럼 무표정하게 자신의 앞에 서있는 5명의 아이들과 자신의 뒤의 숨은 하늘을 번갈아 보았다.


무슨 일이야”


“초이야. 살려줘.. 저 애들이 날 죽이려 해


하늘은 거의 울먹이는 소리로 옷소매를 붙잡았다. 초이는 하늘이 잡는 옷소매를 메몰차게 걷어내며 벽 쪽으로 하늘을 매몰차게 밀어내버렸다.  


엘라 사는 놀라운 표정으로 초이를 바라보았다.

 

순간,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초이와 하늘은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높은 데시벨의 엘라사의 웃음소리에 귀를 막았다. 하나냐, 앗나, 빈누이, 스나 아도 다들 괴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귀를 막았다.  


쿠쿠쿠쿠 안녕하신가? 주식무림계 지존이자 주신파 최고수 트레이더 태양 나리”


아니 넌..”


엘라 사 와 다른 5명의 비수들은 아이들의 몸을 버리고 공중으로 동시에 날아올랐다.


“태양이 귀검마鬼劍魔가 되다니....!”


귀검마鬼劍魔는 악마족의 수장으로 수면계를 장악하는 악마 중의 악마였다.

하나냐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사악한 기운을 뿜어내는 초이를 바라보았다.  


“비수 네 이놈들 여기에 다들 모여있구나."


"제 여자애 속에 태양이 있다고?"


"그것도 귀검마의 모습으로? 우와"


초이의 눈자위가 붉게 변했다.


"흠 프레쉬한 영혼의 냄새가 정말 좋군.. 쿠쿠쿠쿠쿠”


초이 아니 태양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비수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잠시만 기다려라 쿠쿠쿠쿠 내 급한 용무를 보고 너희들을 다시 보러 오마"


초이의 모습을 한 태양은 어리둥절해하는 비수들과 하늘을 내버려 두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태양이 귀검마가 되기 전.....



태양은 주식악귀의 추적을 물리치고 천문파의 천문관에 다다랐을 때, 그곳의 참담한 모습을 보고 숨을 죽였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웅장한 탑은 이제 무너지고, 커다란 돌덩이와 부서진 기와들이 널브러저 있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천문파 사람들의 쓰러져 마치 빨랫감을 길바닥에 내동댕이 친 듯 흩트려져 있었다. 한때 주식무림계에서 구원검파와 함께 수면계 천하의 모든 주식동향을 관측하던 이곳은 이제 잿더미와 같은 폐허로 변해버렸다.


"도대체 이 무슨 일인가.."


태양은 현관을 통과해서 조심스럽게 안쪽 건물로 걸어갔다. 태양의 마음은 마지막으로 아버지 태수에게 작별인사를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이유는 갑자기 주식악귀들이 자신과 태수가 있는 곳에 기습해 들어왔었고 아버지 태수가 태양을 장풍으로 주신파 본부 밖으로 밀어내버렸기 때문이었다.  


태양은 정신을 차려야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빰을 때렸다.


태양은 천문관 내부 중앙에 서서, 먼지 속에 묻혀있는 천문의 기를 느끼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득, 그의 귀에 들려오는 바람의 속삭임이 심상치 않았다. 쓰러져간 건물 속에 남아 있는 기운은 적막함 속에서 불길한 예감을 자아냈다. 태양은 검을 움켜잡고, 폐허 속을 더욱더 걸어 들어갔다. 사방을 둘러보며 천문의 흔적을 찾기 위해 온몸의 촉각을 세웠다. 천문관 안에서 끔찍한 전투가 있었음이 건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태양은 엄청난 규모의 천문관 동쪽 방면의 평소 천문이 기거하던 용두관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복도로 들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용두관 현관 앞도 쓰러져 있는 천문파 사람들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주식무공을 가르치는 무인들이 주로 훈련을 하는 주신파와 달리 천문 파는 주로 주식학습과 데이터 분석 연구를 하는 문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들의 무공은 그다지 남들과 대결할 정도까지는 다들 되지 못하는 것으로 태양은 알고 있었다.


'그런 문인들을 이렇게 잔인하게 살해하다니.. 분명 공매도와 주식악귀들의 짓이 분명하다 '


태양의 마음에는 의분이 솟구쳤다.


"으 넌... 태양이군..."


태양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천문 어른"


태양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천문을 부축해 올려서 의자에 앉혔다.


"천문 어른.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내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수많은 악마족들이 순식간에 쳐들어 올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분명 봉차장이 그 주식악귀들의 동태는 포착은 했었을 텐데.. 참 이상한 일이군요. 저희 주신파도 오늘 기습을 당했습니다."


"태수는?"

태양은 대답을 얼른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태양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태수도 당했구나.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오늘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구나.. 그것도 비극적인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구나"

태양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그걸 바라보는 천문의 눈빛이 잠시 빛났다.

"그런데.. 너는 어쩐 일이냐? "

태양은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천문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에게 하신 말씀이 있어서 어르신을 만나 뵈려고 왔는데.. 저는 여기도 이렇게 놈들에게 당한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네가 태어날 때부터 늘 악마족과 주식악귀들은 우리를 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단다. 그래서 우리 천문 파는 물론 구원검파 그리고 너희 주신파가 늘 주식무림계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지. "

천문은 말을 멈추고 멍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인간계의 끝없는 욕심은 더 이상 우리의 무공으로는 당해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나마 구원검이 모든 어려움을 예측하여 큰 재앙은 겪지 않았는데 구원검이 인공지능 AI의 힘에 현혹되어서 그만 수면계의 모든 질서와 평화가 깨어졌구나.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태양은 눈물을 닦고 천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구원검을 장비팩에서 꺼내 양손으로 천문 앞에 번쩍 들어 올렸다. 순간 천문의 눈에 사악한 빛이 감돌았다.

"나으리. 이제 제가 아버지깨로 받은 이 구원검을 가지고 이 모든 위기를 잠재우고 싶습니다."

천문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태양이 쥐고 있는 구원검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태양아. 내가 안 본 사이 너의 무공이 엄청 커졌구나. 강한 무공을 지닌 자만이 구원검을 다룰 수 있는데.. 너는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그 칼을 들어 올리는구나. 정말 대단하구나"

천문은 경의에 가까운 눈으로 태양과 구원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구원검으로 수면계와 인간계를 지켜내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태양의 눈에는 결의의 불꽃이 타올랐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구원검을 쥐자. 모든 수면계의 힘을 모은 듯한 기운을 발산했다.

"구원검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구원의 힘을 지닌 검이다. 모든 인간계와 수면계의 혼란과 고통을 막기 위해 세상을 구원할 그런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검이다. "

천문은 천천히 구원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순간 엄청난 전류가 구원검에서 솟구쳤다. 천문은 놀란 얼굴로 손을 걷어드렸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괜찮으십니까? 천문나으리?"

태양은 놀란 얼굴로 천문을 바라보았다.

"아니 괜찮다. 내가 지금 몸의 상태가 안 좋은 데가 무공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구원검을 감당하지를 못하는구나"

천문은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태양은 구원검을 내려놓았다. 검을 쥐고 있는 손에 엄청난 에네지가 느껴졌다.

"이검의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겁니까?"

태양의 물음에 천문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검의 힘은 너의 마음속에 있다. 궁극의 마성과 강한 의지를 지난 자 만이 이 검의 진정한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궁극의 마성?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태양은 혼란스러웠다. 아버지 태수도 악마족과 주식악귀 무리들에게 봉변을 당했는데 그 원수의 모습으로 구원검을 다룰 수 있다는 천문의 말에 태양은 말문을 잊었다.

"지금 수면계는 너희 아버지가 무너지는 바람에 공매도 일당과 주식악귀 무리들로부터 주식무림계를 방어할 모든 힘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여기 보시다시피 우리 천문파도 그 악마족의 공격에 이렇게 진멸당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제가 궁극의 마성을 받아들일 수 있단 말입니까? 아버지의 원수들에게 힘을 빌릴 자는 것입니까?"


"사사로운 감정에 매달리지 마라! 궁극의 마성 귀검마의 힘만이 엄청난 구원검을 다룰 수 있다!"

"아니.. 귀검마라면..."

"그렇다. 악궁의 악 귀검마"


귀검마는 악마족이 점령하고 있는 다크사이드는 물론 모든 수면계에서 오래전부터 악명이 자자 했던 악마족의 수장이었다. 성격이 포악하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어 같은 악마족으로부터 몽유도원도에 봉인된 악마족 최고수이었다.


"자 여기 이 몽유도원도 안에 봉인된 자가 바로 귀검마다"


천문은 벽 쪽에 큰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태양을 향해 절규했다.


"어서 네가 가진 구원검으로 이 봉인을 풀어라. 그러면 귀검마의 마공이 구원검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는 완벽한 힘을 가지게 되고 구원검을 다루는 궁극의 고수로 거듭날 것이다! 자 어서 구원검으로 귀검마의 봉인을 풀어라"


태양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무엇을 머뭇거리는 거냐!  지금 악마족들이 여기 수면계를 휩쓸고 지금 인간계로 들어가 인간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어서 구원검으로 귀검마의 봉인을 풀어라! "


천문은 태양에게 다그쳤다.


태양이 쥐고 있는 구원검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태양은 너무나 난처했다. 어떻게 나 같은 주신파의 검객이 악마족의 힘을 입어야 하다니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어서.. 한시가 급하다"


사실 태양의 귀에는 더 이상 천문의 일갈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태양은 구원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태양의 눈은 결연했으나 마음속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태양이 머뭇거리는 동안 어디선가 태양의 마음속에 악마족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태양의 신성했던 무공의 기운을 더럽히는 마약 같은 속삭임이었다. 어둠 속에서 천문의 눈이 붉게 빛났다. 갑자기 태양을 조롱하듯이 말했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공매도의 목소리였다.  


너는 구원검의 힘을 느끼고 싶지 않느냐? 우리의 마공을 받아들이면 그 힘을 무한히 사용할 수 있다!


태양은 유혹에 흔들렸다. 구원검은 그의 손에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은 점점 더 강력해지는 마공의 유혹과 얽히며 태양의 마음을 잠식해 갔다.


"비록 귀검마의 마공이지만 그 힘을 통해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면.."


태양은 혼란스러운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 순간 구원검이 빛났다. 아버지 태수의 목소리가 태양의 내면에 울러 퍼졌다.


"태양아 나를 잊지 마라! 너의 진정한 의지를 찾아라! 너는 주신파의 태양이다!"


그러나 태양은 그 외침을 외면하고 귀검마의 힘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태양은 손에 든 구원검을 벽에 걸린 몽유도원도의 귀검마를 향해 던졌다.


순간 온사방이 환해지더니 부메랑처럼 구원검이 태양을 향해 날아들었다. 태양은 번개와 같이 구원검을 낚아챘다. 태양의 몸으로 어둠의 기운이 스며들어 갔다.


크아아아아아아악


태양은 공중을 향해 날아올랐다. 태양은 마공의 힘을 통해 검을 공중에서 휘둘렀는데 손끝에 나오는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이 힘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태양은 다시 한번 스스로를 속였다.


"자 이제 구원검과 귀검마의 마공이 시키는 데로 인간계로 가서 이 모든 결과를 초래한 인간들을 심판하고 정복해라!"


천문은 두 손을 넓게 펴고 공중의 태양을 향해 외쳤다.


천문의 말을 들은 태양이 다시 한번 구원검을 한 손으로 올려 세우자 수면계의 천공이 열렸다.


열린 천공 속으로 태양이 사라지자 천문은 기력을 다 잃어버린 듯 바닥에 쓰러졌다. 열린 천문의 입에서 나온 공매도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태양이 사라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허리가 휘어져라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대구국 서구 경찰서의 특수형 사과의  기철 형사는 창문밖을 심하게 때리는 소낙비를 바라보았다.


 친구가  연락도 없지?’


옷소매에 달린 전화기로  형사에게 전화해 보았지만 통화를   없다는 말만 계속 스크린에 나왔다.  형사는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거의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기지개를 켜면서 형사과를 둘러보았다. 30여 명이 넘는 수사관들이  새 없이 전화기에 대고 악을 쓰거나 미친 듯이 컴퓨터 자판기를 두들기고 있었다. 특수형 사과는 차라리 낮시간이 조용했다. 최근 들어 엽기적인 강력범죄가 증가추세에 있어 현장조사를 하고, 용의자를 취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밤을 하얗게 새워도 시간이 모자랐다.

 형사님

아이씨  너야?”

 형사는 같은 경찰학교 후배인데 최근 6개월 전에 형사과에 발령받은 루키형사였다.

 도와주세요. 헤헤

 가만히 보니까 도와달라 해놓고 자기 할 일을  나한테 떠넘기고 있어.  자식이..”

 형사는  형사의 뒤통수를 세게 때렸다.

어이구 아야.. 에이 선배님  도와줘요.”

보고서를  끝내 어차피  일도 없어  형사는  이기는 척  형사의 뒤를 따라나섰다.  형사의 작업책상 위에는 혈흔을 찍은 사진 수십 장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형사는 사진 한 장을 들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뭐야? 이건?”

방금 접수된 살인사건인데요. 피해자는 쇠몽둥이 같은 걸로 세게 맞았죠

사람이 둔중한 물체로 세게 맞아 살이 찢어질 경우 피는 대게 사방으로 튀게 되어 있다.

피가 천장까지 튀어 있군. 이건 패해자가 쇠몽둥이에 맞고도 아직 살아 있었다는 의미지. 심장이 아직 뛰니까 심장박동으로 분수처럼 분출된 것 같아.”

저도 법의학 전공해서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자식이.. 어디다 말대꾸야? 그럼 뭐가 도대체 궁금하다는 거야?”

아야야야. 용의자는 정당방위라고 진술했데요. 그런데  사진을 보세요.”

 형사는  형사의 귀를 세게 잡아당기는데 오형사가 다른 사진 한 장을  형사에게 보여주었다. 사진에 있는 피모양은 거의 둥근 모양이었다. 정당방위라면 몸싸움을 하면서 느낌표모양의 피가 이리저리 튀어있어야 했다. 느낌표모양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피해자 몰래 몽둥이를 내려쳤다는 이야기가 된다.

 경찰대학 수석 졸업했다면 이건 정당방위의 살인이 아니라 계획적인 살인이라는 것쯤은 금방 알 텐데..”

 형사는 비아냥거리듯이 말했다.

“저.. 저도 용의자의 말은 믿지 않죠…”

그럼 도대체 질문이 뭐야?”

 형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용의자가 보통분이 아니여라서 말이죠.”

용의자가 누군데?”

 형사는 책상 위의 놓인 서류를 잡아채듯 집어 올려 서류 속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아니 여자는

 형사는 사진 속의 얼굴을 보고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형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김 경희 대통령이죠. 현직 대통령.”

현직 대통령이 사람을 살해해?

선배님. 질문이 있는데요. 대통령은 보통 사면권(대통령에게 부여되는 특권으로는 내란죄(內亂罪외환죄(外患罪) 범한 경우가 아니면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게 되어 있다.) 있지 않나요? 그럼 불구속 입건도 못하나요?”


“이… 이거 언제 접수되었어? 어떻게  사건을 너 같은 피라미가 맡게 되었지?”


몰라요. 지금 밖이 난리가 아니에요. 대구국 시내에 살인, 강도, 강간, 절도 사건들이 한꺼번에 홍수 나듯이 밀려들어와 다들 정신이 없어요.”

그렇다고..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을…”

선배님은 오늘 하루 종일 뭐 하셨어요? 지금 장난이 아니에요.”

 다물어!!”

 형사는 호통을 치며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형사과 제일  끝에 위치한 반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반장님!”

 노크도 없이 반장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간  형사를 본체 만 체하고 반장은 벽에 붙은 TV화면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조용하라는 손짓을 했다.

 

긴급속보입니다. 북구에 위치한  나이트클럽에서 거리로 뛰쳐나온 클럽 손님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집단난동을 부려 주위 모든 상가와 거주지에서 부상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입니다.”

 

화면에는 거친 카메라 앵글로 불타는 상가와 사람들이 길바닥에 너 부려져 있는 장면이 나왔다. 북구  복판이 전쟁터를 방불케 보였다.

“뭐… 뭐죠?”

 형사는 TV화면을 통해 보이는 모든 장면이 믿어지지 않았다.

 

 상철 기자. 지금 상황이 무척 긴박해 보이는데요.”

 

! 저는 현재 난동 현장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30 빌딩 옥상 위에 있습니다. 내려다 보이는 광경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처참한 지경입니다. 목격자에 의하면 자정을  시간 앞둔  11시경에 동성로 유명 유흥가에  복판에 위치한 나이트클럽에서 나이가 30대 미만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유혈이 낭자하는 폭력과 파괴를 무고한 시민들에게 일삼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그럼  장면을 직접 목격한 시민  분을 모셔보겠습니다.

 

TV화면은 곧바로 기자옆의 목격자를 비췄으나 목격자는 한마디로 말을 똑바로 하질 못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울부짖기만 하였다.

 

“네.. 말씀을 하시질 못할 정도로 굉장히 놀란 상태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2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사태를 진압할 공권력은 전혀 투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거죠?”

우리야  명령하는 대로 움직이는데 윗분들이 아무 말이 없으니까

반장은 눈을 감고 기지개를 켜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젖혔다.  형사는 바로  닿을 때에서 벌어지는 일을 남의 나라 뉴스로 수수방관하는 반장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형사는 다시 TV 바라보았다. 30 옥상 위에서 줌인을  화면은 선명하지는 하지는 않았지만 곳곳의 불길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틈으로 걸어 다니는 좀비 같은 사람들의 모습은  형사의 피를 이상하게 끓게 만들었다 

 



브니누 소장의 입속이 바짝 타들어 갔다. 계속 안절부절못하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벽에 달린 인터컴을 통해 소리쳤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왜 연락이 없는 거야?”

소장님. 에인절들은 아직 한국도벳연구소에서 임무를 마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서니 비서장은 밤새도록 브니누 소장에게 시달려 피곤에 완전히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가 그렇게 시간이 걸리는 거냐고.”

지금 한국에 큰일이 벌어진 것 같아.”

인터콤에 소리를 고래고래 저지르는데 어느샌가 소장의 뒤에 스킨도박사가 서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 들어왔어?”

브니누소장은 잘못을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다시 소파에 앉으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텔레비전!”

스킨도박사가 명령하자 소장실 맨 중앙의 벽면이 열리면서 커다란 스크린의 TV가 나타났다.

채널 2번!”

TV화면이 자동적으로 채널 2번으로 맞춰졌다. 화면에는 불타고 있는 서울시내 곳곳이 보이고 있었다.

뭐야 저건?”

브니누소장이 서울거리를 줌인한 모습을 보는데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이상해 보여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저것들이 마치 좀비처럼 걸어 다니면서   손에 잡히는 데로 때려 부수고 사람들을 두들겨 팬다는 뉴스야.”

스킨도박사는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말했다. 브니누소장은 본능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급하게 말했다.

저것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뛰쳐나온 거야?”

우리 도벳연구소의 미디어팀의 자세한 소식으로는 한국도벳연구소에 고아 한 명이 죽고 난 바로 다음부터 라는 군.”

으음.”

그리고 우리가 에인절요원들을 고아원으로 보낸 후부터 서울 전체시민들이 뭔가에 씌워진 것처럼 저렇게 소동을 일으키는 거야.”

대체 한국에는 경찰이나 군인들은 없어? 정부는 뭘 하는 거야? ”

한국정부는 현재 무정부상태야. 매스컴에서 정식기소발표는 아직 되지 않았지만 한국 대통령까지 살인사건을 일으켰다는데.”  

대통령이?”

뭔가에 씌운 것처럼 순식간에 한국사람들 모두가 분노에 휩싸여 폭력과 방화를 일삼고 있어.”

브니누소장은 눈에 벌어지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저런 위험한 환경에서는 영혼을 스와핑 하여 인간의 몸으로 들어간 자신의 사랑하는 멜라토닌걸들의 생사여부도 위험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아.. 내가 잘못판단했어. 보내지 않았어야 했는데..”

브니누소장의 울먹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스킨도박사의 얼굴에 브니누소장이 알아차리지 못할 짧은 순간에 경멸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브니누소장은 대답을 못하고 울음을 참는지 어깨를 들썩였다. 스킨도박사는 브니누소장과 도벳수면연구소를 차리기 전까지는 다른 요즘 과학자들처럼 내세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였다. 그러나 브니누소장의 연구로 알게 된 감탄을 금할 수 없는 놀라운 수면계의 무공 무진 한 세계를 접하고 나서는 영혼의 존재는 물론 사람이 죽고 나서 있을 내 세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한 이상 과학적인 증명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스킨도박사는 브니누소장과는 다른 생각에 수면연구에 집중하였다. 발을 딛고 있는 이 현실세계에서 충분히 수면계를 이용해 ‘돈벌이’가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수면계를 ‘컴퓨터게임화’하여 게임업계에 혁명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확신이 스킨도박사의 명석한 두뇌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수면 DNA지도를 가지고 있어 수면계를 완전히 분석하고 있는 수면 중 독자인 브니누소장은 오로지 에인절들과 수면계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현실을 도피하려는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어 번번이 스킨도박사와 부딪혔다. 이번에도 한국도벳연구소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수면계의 영혼들을 스와핑 하는 실험만 성공하면 다시 한번 게임업계의 돌풍을 일으키면서 돈방석에 앉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라 브니누소장을 그토록 어렵게 설득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문제가 발생해 버린 것이다.

아무리 고아애들의 몸이라도 영혼은 도벳연구소 정예요원들의 것이니 잘 헤쳐 나올 거야.”

닥쳐.!”

벌겋게 된 눈으로 브니누 소장은 스킨도박사를 노려보면서 고함쳤다.

이 자식이.’

스킨도박사는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했지만 수면 DNA지도를 자신의 손에 넣을 때까지 브니누의 기분을 구슬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고 진정으로 걱정되는 듯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닥치라고.. 자네가 그 연약한 에인절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돈벌이만 궁리하는 수전노守錢奴인 주제에…”

자네 말이 과하군.”

성질이 급한 스킨도박사는 이번만은 그냥 넘기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말이 과하다고? 에인절들은 내 생명이야 아니 내 생명보다 더 귀하다고.”

그건 알지만..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

이 상황을 누가 이렇게 꼬드겼는데?”

브니누소장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병신 같은 수면 중 독자..”

스킨도박사의 성질이 폭발했다. 어름처럼 냉정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던 스킨도박사였지만 이상하게 분노가 도저히 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흘러넘쳤다.

“뭐.. 뭐라고?”

브니누소장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수면 중 독자’라는 말이었다.

이 자식이… 당장 나가 내 사무실에서…”

브니누소장도 극한 분노를 담고 출입문을 가리키면서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수면 DNA지도를 넣기 전까지는 어떤 일도 감수하겠다는 결심을 한 스킨도박사의 얼굴에는 후회가 역력했다. 그러나 엎질러진 물이었다.

뭐 나보고 나가라고? 엄연히 여기는 내 빌딩이라고.. 네가 잠자는 동안 내가 고생하면서 게임개발해서 번 돈으로 세운 빌딩인데 누구보고 나가라는 거야?”

나가라니까…”

브니누소장은 손바닥으로 스킨도박사의 가슴을 세게 밀었다.

헉.”

가슴을 세게 밀린 스킨도박사는 몸의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는데 다행히 쿠션이 있는 소파 위에 넘어졌다.

이젠 정말 못 참겠군.”

소파에서 일어난 스킨도박사는 브니누소장에게 달려들었다. 둘은 온 소장실을 티격태격 대면서 굴렀는데 시간만 나면 수면으로 들어가는 브니누소장이 평상시 운동으로 몸이 탄탄한 스킨도박사가 거칠게 달려드는 속도를 견뎌낼 수는 없었다.

결국, 스킨도박사에게 힘든 부딪힌 브니누소장은 힘없이 대리석바닥에 머리를 세게 내 동댕이치고야 말았다.

악”

이런..’

숨을 세차게 몰아쉬면서 스킨도 박사는 한참을 기다렸지만 쓰러진 브니누소장은 일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제가럴.’

브니누소장의 머리에서 천천히 흘러나오는 피를 바라보면서 스킨도박사의 마음에 후회가 서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알 수 없는 엄청난 분노 때문에 사람을 살해한 스킨도 박사는 가쁜 숨을 내 쉬면서 브니누 소장 바로 옆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어쩌지… 아직 수면 DNA지도도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스킨도 박사는 망막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하지… 소장이 죽어버렸으니’

사람을 살해한 것보다 스킨도박사는 영원히 묘연해진 수면 DNA지도의 행방만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어? 저게 뭐지’

스킨도박사는 대자로 누워 소장실 천장을 올려보는데 천장의 무늬가 아주 독특하게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킨도박사는 천장전체에 거대하게 그려진 무늬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어라. 저건……’

순간 스킨도박사는 이렇게 고함칠 뻔했다. 수면 DNA지도다고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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