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 무협 판타지 ) 연합전선(聯合戰線), 첫 혈전
남산의 새벽빛이 완전히 떠오르기도 전—
하늘이 꺼졌다.
빛이 아니라,
공간이 접혔다.
청연이 먼저 느꼈다.
“온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확신이 있었다.
멜키오르가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빠르군.”
가스파르가 중얼거렸다.
“왕좌의 공백은
항상 누군가를 유혹하지.”
남산 정상 위로
검은 균열이 벌어졌다.
마황의 잔존 마라가 아니었다.
인간도 아니었다.
그 중간.
왕좌를 원하는 자들.
균열 속에서
형체들이 떨어졌다.
전사.
그러나 생체가 아니다.
왕좌 파편으로 무장한
자율 전투체.
눈동자에
금빛 성좌 문양이 떠 있었다.
첫 충돌은 예고 없이 터졌다.
콰앙—!
바위가 폭발했다.
연화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산 아래로 못 내려가게 해!”
창이 회전하며
반월형 화염을 그렸다.
화염반월火炎半月.
세 전투체를 동시에 베었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았다.
“재생한다!”
녹독이 외쳤다.
전투체의 상처가
별빛으로 메워졌다.
하연이 검을 뽑았다.
짧게.
“분산하지 마.”
“집중 타격.”
홍몽이 웃었다.
“드디어 팀 플레이네.”
그가 전방으로 튀어나갔다.
잔상처럼 움직이며
전투체 둘을 끌어냈다.
“이쪽 봐라, 별님들!”
순간—
세 전투체가 동시에
홍몽을 향해 돌진.
십자 포위.
“지금!”
홍몽이 외쳤다.
연화의 창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화룡낙하火龍落下.
동시에—
녹독의 손이 지면을 쳤다.
독진확산毒陣擴散.
푸른 안개가
재생 회로를 잠식했다.
전투체 하나가
처음으로 균열을 일으켰다.
그 틈.
하연이 들어갔다.
무심일섬無心一閃.
단 한 번.
목.
콰직—!
금빛 문양이 깨졌다.
전투체가 붕괴했다.
그러나—
균열에서 더 많은 형체가 쏟아졌다.
열.
스물.
수십.
설안이 눈을 감았다.
호흡을 길게.
질서 전개.
잔존 구조체의 규칙이
남산 위에 얇게 펼쳐졌다.
“재생 속도.”
그녀가 말했다.
“3초.”
“그 안에 파괴.”
“3초면 충분해.”
연화가 웃었다.
전투는 이제
각자의 싸움이 아니었다.
홍몽이 전열을 흔들었다.
연속 잔상.
적의 시선을 빼앗는다.
녹독이 재생 회로를 마비시킨다.
설안이 공간의 규칙을 고정한다.
연화가 광역을 쓸어낸다.
그리고—
하연이 마무리한다.
합종연횡合縱連橫.
각자의 초식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균열이 더 크게 벌어졌다.
이번엔—
거대한 형체 하나.
왕좌 파편이
갑옷처럼 둘러진 지휘체.
그 눈이
하연을 향했다.
“적합 개체 확인.”
금속성 음성.
“하연.”
“여왕 후보.”
“제거 대상.”
지면이 무너졌다.
지휘체가 한 걸음 내딛자
남산 정상 절반이 내려앉았다.
압도적 질량.
압도적 계산.
“이건 좀 큰데?”
홍몽이 중얼거렸다.
연화가 창을 고쳐 쥐었다.
“이번엔 3초 아니다.”
하연이 말했다.
“전원.”
짧게 숨을 들이켰다.
“연합 진형.”
설안이 질서를 넓혔다.
공간이 안정됐다.
녹독이 독기를 응축했다.
연화가 화염을 끌어올렸다.
홍몽이 시선을 교란했다.
청연이 뒤에서 기록을 펼쳤다.
“패턴 분석 완료.”
“왼쪽 0.7초 지연.”
하연의 눈이 번뜩였다.
“지금.”
연화의 화염이 지면을 갈랐다.
녹독의 독이 관절을 굳혔다.
홍몽이 상단 시야를 차단했다.
설안이 재생 규칙을 묶었다.
청연이 외쳤다.
“중앙 코어 노출!”
하연이 달렸다.
바람을 가르며.
돌진.
검이 낮게,
정확히,
망설임 없이—
콰아아앙—!
금빛 코어가
산산이 부서졌다.
지휘체가 붕괴하며
균열이 닫히기 시작했다.
남산 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연화가 숨을 몰아쉬었다.
“이게 실전이네.”
홍몽이 웃었다.
“생각보다 잘 맞네 우리.”
녹독이 짧게 말했다.
“아직 끝 아니다.”
청연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균열은 닫혔지만—
아주 희미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그가 중얼거렸다.
“우릴 시험하는 게 아니야.”
“측정하고 있다.”
하연이 검을 내려다봤다.
피는 없었다.
대신—
금빛 가루가 묻어 있었다.
“왕좌를 원하는 자들.”
그녀가 낮게 말했다.
“이제 우리가 표적이야.”
남산에 바람이 불었다.
이번엔 차갑지 않았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뜨거운 바람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