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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혁 Jan 08. 2016

한국인의 소울푸드 라면이야기

한 미국 이민자의 편린 시리즈 28

2016년 벽두부터 남가주에 시원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한국 사람이라면 뜨근한 국물의 음식이 생각나는데 라면 만큼 한국인의 그런 입맛을 만족시켜주는 먹거리도 없죠. 2014년 세계 라면 판매량은 1,027억 4,000만 개로, 세계 70억 인구가 한 해 평균 15개를 소비하는 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된 라면은 36억 개로, 중국(440억 개), 인도네시아(135억 개), 일본(55억 개), 인도(54억 개), 베트남(50억 개), 미국(43억 개)에 이어 세계 7위인데 그러나 1인당 라면 소비량은 74.1개로, 일본(43개), 중국(33개)을 압도합니다. 한국은 1위 자리를 내어준 적이 없다고 합니다.




대게 라면의 기원은 두 나라- 중국과 일본에서 유래합니다. 아무래도 중국이 면의 종주국이 중국이라 중국을 라면의 시초로 먼저 생각하는 것도 틀리다고 하긴 어렵지만, 인스턴트 라면의 유래는 중일전쟁 당시 중국인의 비상식량인 건면을 일본에서 정제 우지로 튀겨  인스턴트식품으로 만들었다는 설과 1958년 일본의 안도 도모 후쿠가 국수류를 개량 발전시켜 인스턴트 식품화하여 최초로 상품화했다는 설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인스턴트 라면의 유래는 일본이라는 것에 무게를 둡니다. 



저의 서식지 근처 남가주 가디나 시 닛신 라면 공장이 있는데  ‘안도 모모후쿠’라는 분이 튀김의 요리과정을 보다가 면에도 튀김 조리법을 접목해보자고 생각해서 만든 것이 오늘날 라면의 시초입니다. 몇 해 전 작고한 ‘안도 모모후쿠’씨는 일본의 대표적인 라면회사인 ‘닛신’의 회장으로 2006년 세계라면 포럼 때 한국에도 방문한 적이 있다.  

아래의 사진은 치킨 국물 맛이 뛰어난 일본 최초 컵라면을 개발했다던 닛신의 컵라면입니다. 

작은 사이즈가 앙징맞죠.
아침대용으로 가끔 애용합니다만...


영양성분표를 보면 그렇게 몸에 좋은 것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큼지막하게 밝혀주니 기분은 좋습니다. 

대개의 한국분들은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 일본 '닛신'라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마 신라면의 뻘건 라면 국물 맛에 길들여져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는데 최근에 꼬꼬면처럼 닭 육수를 베이스로 만든 라면이 한때 인기를 끌었으나 다시 뻘 건국 물라면에 자리를 내어 주었죠.    


인스턴트 라면의 어원 역시 중국어 ‘라미엔’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라미엔’은 면발을 뽑을 때 가닥수를 늘려 뽑는 면을 일컫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의‘라미엔’이 일본으로 건너가 ‘라멘’이 되고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라면’이라는 호칭을 갖게 된 것입니다. 

과거 온라인에선 라멘이라고 하면 매국노 이완용 취급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 한국에서는 라면이라는 단어와 라멘을 혼용하는 것 같습니다.   




라면에 대한 궁금증 


흔히들 라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이 ‘쓰던 것을 계속  재활용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오해를 하신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 


라면은 면발을 뽑고 스팀으로 익힌 다음 식용유지로 튀겨지게 되는데 이 공정에서 어느 정도의 기름기가 묻어나게 된다. 그 부족분만큼 매번 새 식용유를 보충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유탕 과정은 항상 일정한 수준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라면의 노르스름한 색상 역시 튀겨지는 기름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브랜드마다 하얀색에서부터 노란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채도를 띄고 있다. 가끔 노란색의 라면은 기름기를 많이 머금었다거나 재활용한 기름을 사용했다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이 역시 잘못된 추측이다. 하얀색은 밀가루의 색상이 반영된 것이며, 보다 노란색 쪽으로 기운 것은 일종의 천연색소 때문에 그렇다. 식감을 살리는 기능으로 사용한 것인데, 색소라니까 좀 거부반응이 일겠지만 천연색소니 거부반응까지 보이실 필요는 없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알아본 결과 그 원인은 ‘카로틴’과 ‘리보플래빈’이라는 성분을 대체로 사용하고 있다. 당근을 보면 붉거나  노란빛이 도는데 그게 바로 ‘카로틴’ 성분 때문이다. 


이 ‘카로틴’은 우리 몸속에서 비타민A로 바뀐다. 또한 ‘리보플래빈’은 라틴어로 '노랗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동시에 비타민B2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렇게 본다면 라면에서도 조금이지만 비타민A와 비타민 B2의 순기능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컵라면이 봉지라면보다 빨리 익는 이유는? 


팔팔 끓는 물에 4~5분씩 끓이는 봉지면에 비해 끓인 물을 붓기만 하면 3분 안에 조리되는 컵라면에 숨은 비밀은 뭘까? 정답은 면 반죽에 포함된 전분 때문이다. 전분의 특성 중 하나는 70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익는다는 것인데, 이런 성질을 이용해 컵라면이 태어난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를 첨가해 생활의 편리함과 신시장 창출을 동시에 이뤄냈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교롭게도 컵라면 발명 역시 고인이 된 ‘안도 모모후쿠’씨의 업적이다. 일본이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라면을 꼽는 이유를 알만 하다. 


■ 면발이 꼬부라진 이유는? 


첫째, 포장의 용이성이다. 뭉쳐진 면발은 파손이 적고 좁은 공간에 많은 양이 들어간다.  꼬불꼬불해지면서 경제성을 배가하는 것이다. 더불어 5~6개월에 이르는 유통기한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튀겨지는 과정에서 수분을 빨리 증발시켜야 하는데, 이때 빠른 수분의 증발과 유지와의 치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꼬불꼬불한 면발 사이의 공간이다. 


그렇다면 그런 면발의 모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것은 아주 간단한 원리로 속도가 다른 두개의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다. 처음 반죽된 면이 직선의 형태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면 바로 밑의 다음 컨베이어 벨트로 떨어지게 되는데, 두 번째 벨트의 속도는 처음 것과 비교해 매우 낮다. 따라서 면발은 일종의 정체현상을 겪게 되고 꼬불꼬불하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면발을 일렬로 세워 길이를 잰다면 얼마나 될까?  120g가량의 봉지면을 기준으로 가닥수는 대략 70 가닥이었으며 끓인 후 한 가닥의 길이는 약 60cm인데 삶아진 가닥을 하나로 일렬로 세워 재보면 총연장 길이는 약 42m가 된다고 한다. 


-아시안 경제 최용민


대한민국에 라면이 선을 보인지 올해로 53년째입니다. 반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라면에도 흥망성쇠가 있었습니다. 한국 브랜드 라면엔 뭐 가 있을까요? 



삼양라면


[삼양라면]만큼 대한민국 라면사에서 질곡의 역사를 가진 제품도 없습니다. ‘삼양라면’은 1963년 이 땅에 ‘라면시대’를 열어젖히며 절대빈곤의 탈출구로 전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죠. 그러나 경쟁자들의 속출과 무혐의로 판결 난 대표적인 식품 사건인 1989년 ‘우지파동'을 겪으며 절대강자의 위상을 잃어버린 후 한동안 고객들의 외면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현재는 각고의 노력으로 이미지 변신 중이며, 속이 훤히 보이는 포장디자인에서 시작해 계속 제품 디자인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주린 배를 달래 주던 고마운 친구에서 즐거운 한때를 같이 보내고 싶은 친구로 변하고 있는 [삼양라면]은 굴곡 많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신라면


누구도 그 위상을  부인할 수 없는 ‘신라면’은 얼큰하고 진한 국물 맛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1990년 이후 한 번도 대한민국 라면 판매 1위의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신라면’은 인터넷 신조어를 빌리자면 ‘본좌’라는 칭호가 걸맞죠. 매운맛 콘셉트의 쟁쟁한 경쟁자들이 계속 나왔음에도 꿋꿋이 단일 브랜드로 대한민국 라면시장의 25% 이상을 점유하며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주고 있는 ‘신라면’을 보면 서울 올림픽 이후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자리매김 한 대한민국의 모습과  오버랩됩니다.. 


미국에 오면 미국 마켓에서도 파는 한국 신라면 컵라면입니다.
한국음식이 그리울 때는 간편하게 이 컵라면 뚝딱 먹을 수 있으니 참 편리하기도 하고요... 흐



미국 현지 공장에 만들었는지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네요.
사실 한국에서 들어온 수입품은 용기를 열었을 때...

파~ 방부제 냄새도 아니고 이상한 냄새가 났었거든요. 면도 많이 부서져있고 말입니다...



면이 깨끗합니다...
분명 여기서 만든 것 같아요.....


컵라면을 맛있게 먹으려면
김치를 담그고 일단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김치 냄새 너무 좋아요




김치를 뜨거운 국물 밑으로 깔아주면


흐흐 흐흐흐



게다가 찬밥 조금 남은 거 넣거나 한국 마켓에서 김밥 한 줄 사서 먹으면... 
해외에서 생활~ 거뜬하죠. 한국 생각 전혀 안 납니다. ^^




팔도 비빔면


팔도비빔면은 계절면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을 창출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마케팅 성공사례입니다. 


분말수프 일변도의 라면시장에서 액상수프로 승부를 걸어 이제는 계절성을 탈피해 연중 판매를 하고 있으니 ‘팔도비빔면’의 탄생은 라면계의 ‘신대륙  발견’쯤으로 여겨도 좋을 듯. 


1984년 첫 출시 이후 유사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해를 거듭하며 판매는 늘어가고 있고 비빔면 시장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육개장


육개장은 1982년에 출시되어 용기면을 최초로 대한민국에 소개한 제품입니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3분 만에 완성되는 간편 성과 집 밖에서도 먹을 수 있는 편리성 때문에 발매 초기부터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죠. 면발의 복원성을 완성시키기 위해 낮은 온도에서도 익는 전분을 첨가한 아이디어가 숨어있는 한국 용기면의 상징입니다. 


그 후 1990년에 브랜드와 제품의 콘셉트와 실물구현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불세출의 용기면이 나타났는데 바로 10억 개 판매 기록을 돌파한 대한민국 용기면 부문 브랜드 파워 넘버원 ‘왕뚜껑’입니다. 


제가 사는 미국에선 그 다지 인기가 한국 같지는 않지만 특유의 제품 실루엣 뚜껑에서 비롯된 이미지 각인효과는 육개장보다 후발주자인 ‘왕뚜껑’을 용기면 시장의 ‘절대지존’으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뿌셔뿌셔


뿌셔뿌셔를 한국 라면 대표 브랜드에 넣긴 뭐하지만 역시 라면의 고정관념에 과감히 도전해 성공한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대용식과 간식의 개념 사이를 오가던 라면들 가운데 작은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습니다. 



잠깐 일본 라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일본 라멘 가게는 미국에서 적잖이 보게 되는 식당으로 자리매김을 하죠 있죠. 


 


이집은 줄을 서서 먹는 일본 라멘 가게입니다. 




주방을 정말 공개했는데 뭐가 그리 자신이 있는지 혹은 뭘 보여 주겠다는 것인지.... 



게다가 토핑은 하나하나 가격을 매기고 아래의 타카나 밑반찬은 한 그릇에 $2.50입니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닭요리 덮밥과 라멘이 캄보로 일 인분에 20불  받아먹습니다.  






일본껀 겉모양이 그럴듯한 것들이 많죠. 비주얼에 신경을 많이 쓰니
속사정은 전혀... 다른 혼네.....


일본은 은근히 라면을 일본 고유의 음식으로 미국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허접한 라면 한 그릇을 세프의 최고급 요리 인양 가격을 다들 담합해서 비싸게 팔아먹고 있죠. 


1985년도엔 미국에 한국 라면 수출을 제지하려고 보이콧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1985년 3월 미국은 한국산 라면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원인은 라면수프에 함유된 설탕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은 설탕 수입쿼터 규제법을 통해 자국의 설탕값 안정을 도모하고 있었다. 따라서 타국에서 생산된 설탕 수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었고 하필 라면수프에 미량으로 포함된 설탕이 꼬투리가 된 것이다. 당시 총 수출실적 1000만 달러 규모 중 절반 이상을 미주지역에서 올리고 있던 한국 라면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부랴부랴 설탕을 감자 원료 포도당으로 교체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는데, 이면에는 일본 라면업계의 배후설이 있었다. 바로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주시장에서 시장점유율 80%를 기록하고 있던 ‘삿포로 이치방’이 한국산 라면 수출 활황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이를 미국 정부 측에 재보 했다는 것이다. 


1985년 3월 동아일보 보도




일본인들이 이렇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한국이 파는 인스턴트 라면봉지에도 소유권 주장하면서 일본 국기나 마크 달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독도처럼...

앞으로 한국도 일본 라멘 식당처럼 라면 전문점 식당으로 라면을 천대시 하지 말고 독자적인 개발을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릴 적 추억 어린 우리의 소울푸드 라면을 한국 고유의 음식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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