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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혁 Oct 19. 2017

반려견 통역기

장편추리소설 2

반려견 통역기에 아무리 그 울부짖음을 번역해 봐도 그저 아무 의미 없는 울음소리밖에 듣지 못할 것이다. 


개들은 그래서 종種이 틀리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떼로 모여 다닌다. 내가 짐작하건대 인간들도 외로움을 잘 타는 존재인 것 같은데 개들처럼 모여 지내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왜 그럴까? 한 공간에 2명 만의 인간이 모여도 서로 무시하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 따로 냉랭한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다가 혼자가 되면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거나 텔레비전 앞에 몇 시간을 멍청한 표정으로 앉아있는다. 


같이 있으면 헤어질려 하고 홀로 있으면 만나려고 분주한 인간들의 모습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주인님 자식도 내가 같이 시간을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아마 그런 부류의 인간 임에는 내 모든 소뼈다귀를 다 걸 수 있다. 


어차피 개를 키우지 않고 주인님 홀로 있어도 잘 찾아오지 않아 보이는 주인님 자식은 주인님의 간곡한 부탁에 못 이기는 척 주인님과 내가 같이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것을 허락했는데 굽실거리는 주인님과 대조적으로 거만하게 나를 바라보는 주인님 자식이 나는 달려들어 물어뜯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그러나 내가 동물적 본성을 드러내고 화를 내봤자 결국에는 주인님이 홀로 남겨질 거라는 생각 때문에 나는 그러지는 않기로 하고 약간 소심한 톤으로 조심스럽게 주인님 자식을 향해 한번 짖어주었다. 


짖으면서 보니 주인님 자식은 나의 천적 고양이와 같은 인상의 얼굴을 가진 인간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고양이들은 애당초 개들의 천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게으르고, 자기 밖에 모르고, 씻기 싫어하고, 냉소적이기 때문이다. 


그걸 인간들이 모르는지 우리 개들은 얼마나 주인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온 맘을 다하여 관찰하고 섬기는데 고양이들은 쥐뿔도 하는 일이 없이 가만히 있는데도 완전히 상전 모시듯이 하는데 도저히 난 납득이 가질 않는다. 평생 손도 까딱하지 않고 인간들에게 음식을 받아먹고 똥이나 싸는 고양이들을 나는 앞으로도 계속 저주할 것이다. 주인님의 자식이 그 저주의 대상과 거의 흡사하게 생겼다는 것이 조금 안타깝지만 그래도 나 같은 개들은 한번 마음먹은 것은 고양이와 달리 절대로 변함이 없으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거대한 뚱보 고양이 같은 주인님의 자식과는 달리 주인님과 내가 돌보는 아이는 정말 맑고 순수한 눈빛을 가졌다.


주인님이 낮잠을 주무실 때나 잠깐 외출할 때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 그 아이를 보호하다 보면 기진맥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래도 아파트 방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아이와 놀면 하루가 얼마나 즐거운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주인님도 귀여워하는 인간 아이를 나도 귀여워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주인님과 연관이 없다손 치더라도 이 인간아 이는 정말로 하는 행동이 귀여워 쓰다듬어 주고 싶다. 나는 인간의 웃는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인간아 이는 같이 있는 하루 종일 까르르 거린다. 인간들은 태어나면서 가장 좋은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점점 웃음도 줄어들고 자꾸 홀로 있고 싶어 하다가 우울함에 빠져버리는 것 같다.


사실 인간이 그렇게 되는 것이 주인님을 잘 만나면 모든 음식과 집 걱정이 사라지는 우리 개들과는 달리 인간들은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 종일 분주하게 일하다 보면 웃음도 줄어들고 성격도 날카로워지면서 쉬기 위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어있다. 


홀로 된다는 것은 개나 인간에게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매일 방실거리는 인간 아이를 보면서 저 아이도 언젠가 어른이 되면 웃음을 잃어버리고 혼자 있길 원하는 인간 어른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왔다. 그래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웃음을 잃어버릴 그날까지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 밖에 없다. 


주인님이 요즘 기침을 많이 하시면서 낮잠을 자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인간 아이가 다치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해야겠다고 나는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그 다짐이 무참히 짓밟힌 일이 일어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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