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part45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기던 녀석이었다
말을 하기 시작하고는
좋아하는 동물들이 나오는 책이 닳도록 보고 또 보고
하던 녀석은 다른 아이들보다 한글도 빨리 뗀 편이었다
처음 글씨 쓰기를 배운 날
연필을 들고 놓지를 않아
그 작은 손가락이 걱정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그만하라고 말릴 정도로
녀석은 쓰는 것과 사랑에 빠졌다
녀석은 책을 읽고 독후활동하는 것도 놀이처럼 좋아했다
그림으로 시작해서 편지, 등장인물의 대화, 작가와의 인터뷰 등등 다양한 독후활동을 스스로 하고 있어서
엄마로서는 그저 신기하고 뿌듯한 경험이었다
숲의 거인과의 인터뷰
‘우리 아빠, 숲의 거인’을 읽고......
천안백석초등학교 3학년 6반 정 다 예(2010년)
숲의 거인은 무척 크고 멋진 거인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한 눈에 반할 만하다. 숲의 거인은 도시 여자와 사귀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도시에 살아서 결혼 후 숲의 거인도 도시에서 살게 되었다. 숲의 거인은 도시에서 매우 잘 지내고 싶었지만, 몸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해고만 당했다. 숲의 거인은 해고란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점점 작아졌다. 보통 사람 몸집이 되어서도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을 뿐, 아무 일도 하지 못했고, 그 뒤로는 점점 더 작아졌다. 숲의 거인의 아내는 너무 슬퍼서 결국 숲의 거인을 숲으로 돌아가게 해 주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자신도 숲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숲의 거인에게 궁금한 것들이 참 많아졌다. 그래서, 기자가 되어 숲의 거인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다예 기자: 안녕하세요? 숲의 거인님!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숲의 거인: 네, 지금은 아이와 놀고 있답니다.
다예 기자: 정말 자상한 아빠시군요. 지금은 원래 크기로 돌아오셨는데, 어떻게 해서 다시 커지셨나요?
숲의 거인: 아내의 도움과 따뜻한 사랑 덕분에 다시 커지게 되었답니다. 그때, 아마도 아내의 용기가 아니었다면 전 지금 현미경으로 보아야 할 만큼 작아졌을 겁니다. 하하하!
다예 기자: 그렇군요. 아내의 도움과 따뜻한 사랑에 대해 좀 더 얘기해 주시겠어요?
숲의 거인: 그러니까 처음에 저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도시로 갔습니다. 하지만, 제 몸집 때문에 저에게 맞는 일을 찾기 힘들었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내를 그저 지켜보는 일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몸도 마음도 작아졌지요. 그런 모습을 본 아내는 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용감하게 숲으로 돌아와서 저의 본모습을 되찾아 준 것이랍니다.
다예 기자: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네요. 아내분이 당신을 무척 사랑해서 자신이 좋아했던 남자의 본모습을 되찾아 준 거로군요.
숲의 거인: 네, 저와 아내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라고 믿고 있답니다.
다예 기자: 사랑의 힘으로 ‘숲에서 살 수 없는 98가지 이유’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군요.
숲의 거인: 네, ‘숲에서 살 수 없는 98가지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숲으로 와준 아내가 정말 고마워요.
다예 기자: 처음에 당신이 숲을 포기하고 아내를 위해 도시로 가셨잖아요. 아내 분은‘이제는 내 차례야!’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참! 결혼하시기 전에 부모님께서 많이 반대하셨다고 들었는데 힘드시지 않았나요?
숲의 거인: 아내가 많이 힘들어했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결혼을 원했기 때문에 부모님도 막을 수 없었답니다.
다예 기자: 네, 맞아요. 진심과 사랑은 결국 통하는 것 같습니다. 감동적인 인터뷰 정말 감사드리고요, 끝으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숲의 거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없는 게 아무것도 없어져서 몸과 마음이 작아진다면 먼저 다가가서 손을 잡아주세요. 그러면 처음에 그 사람을 사랑했던 마음이 다시 생각날 거예요. 그리고, 함께 가만히 앉아서 노을을 바라보세요. 그 사람의 진심이 느껴질 겁니다. 가족들과 함께 내가 사는 숲으로 한 번 놀러 오세요!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 엄마, 아빠가 어떻게 만나서 결혼하고 또 나를 낳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엄마께 여쭈어 보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숲의 거인 부부처럼 엄마, 아빠 사이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생기지 않을 뻔도 했었다고 한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사람이 사랑할 때는 힘든 일도 아주 많고, 그 사랑을 지키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지만, 서로 갈등이 생기더라도 숲의 거인 부부처럼 서로 배려하고 사랑해 주면 모두가 행복하고 웃음이 넘치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엄마, 아빠가 만났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 아빠가 결혼하게 돼서 정말 다행이고, 내가 엄마, 아빠의 딸로 태어나서 정말 기쁘다. 엄마, 아빠는 내가 태어나면서 가족 모두가 행복해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행운이다. 나는 앞으로는 엄마, 아빠를 더욱 사랑할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엄마, 아빠처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꼭 만나서 행복해지고 싶다.
2010 행복한 책 읽기 전국 독서감상문 대회 초등부 대상
또 방학숙제로 만들어 가던
영화 리뷰도 녀석의 것은 늘 최고였다
형식도 다양하고 내용도 풍부했다
올림픽이 있던 해에는
며칠 동안 땀 흘리며 커다란 신문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내가 녀석에게 이거 한번 해볼래?
하고 제안을 하면
녀석은 자료를 찾기 시작하고
함께 찾은 자료를 출력하고
도구를 거실에 펼쳐 놓으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생각했던 것을
하나하나 만들어 간다
내가 해 준 것은
이런 활동을 하기 전에
녀석과 이야기하는 것뿐이었다
책 내용에 대해
또 영화를 보고 난 느낌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부분
또 주변의 여러 가지 상황과 이슈로 떠오르는 것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녀석은 신기하게도 그것을
실물로 만들어 내곤 했다
최대한 자료를 찾아주고
다양한 재료를 접하게 해주는 것도
아직 어린 녀석을 위해 엄마가 해줄 역할이었다
대회를 나가기 전에도 나는 늘 어떤 얘길 쓰고 싶은지 녀석과 얘기를 했다
주제가 조금 어려운 것이면 사전 지식을 쌓기 위해 어른인 내가 이것저것 알려주고
녀석은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얘기를 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생겨났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밥 먹을 때도
그런 얘기를 할 때면 녀석도 나도 신이 났다
물론 글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창작의 고통으로 힘겨워할 때도 있다
한번 막힌 글을 다시 풀어내기까지 스트레스도 받고 얼렁뚱땅 마무리할 때도 있지만
그런 과정을 겪어내야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도 녀석은 알고 있기에
나는 그저 기다리고 응원할 뿐이다
너의꿈 응원하기 ㅡ 다음편에 계속...
글, 사진: kossam
그림: kos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