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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Jul 20. 2016

[무비 올 나잇! 두둥~~]

성장통 #part 50


"셤끝나면 물놀이 갈까?"

"엄마랑 가면 재미없는데~"

"ㅡ.ㅡ;;;"

"그냥 영화나 보자"

"그래? 무슨 영화 볼까?"

"밤새 영화 보는 거 있대. 그거 보러 가자"

"그런 게 있어?"

"응, 세편 연속 보는 건데 18000원 인가 그랬어"

"알아보자 그럼. 근데 졸리지 않겠어?"

"몰라~~"


녀석의 얘길 듣고

검색을 시작했다

메가박스 동대문점

'무비 올나잇'이라는 이벤트!


개봉작 3편, 인기작 3편 중에 선택해서

11시부터 새벽까지 3편 연속으로 영화를 보는 거란다

매주 금, 토에만 진행되고

보까지 포함된 금액이 18000원이다


주차는 3시간짜리 주차권 한 장에 2000원씩 구매할 수 있는데

3장 정도면 넉넉할 듯~


중간에 졸려서 못 보는 게 아닐까

그것이 관건이지만

뭐 일단 해보는 거지


나는 녀석이 시험 끝나는 금요일 밤으로

예매를 해버렸다


불면증이 심한 날이면

밤새 드라마나 영화를 틀어놓는 올빼미족이지만

이렇게 심야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라

나름의 기대와 설렘도 찾아왔다

게다가 녀석과의 데이트이지 않은가



저녁을 가서 먹으려 했는데

늦은 시간이라 푸드코트는 거의 문을 닫아

핫도그와 콜라로 간단히 먹고

시간이 좀 남아 잠시 밖으로 거리 구경을 나섰다

1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도

불금을 즐기는 사람들로

들썩거렸다

쇼핑을 하는 외국인들도 많았고 우리처럼 심야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

길거리표 떡볶이 한 접시로 거리 구경을 마치고 다시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는 올빼미족을 위한

손목팔찌를 준다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팔찌를 하나씩 끼고~



두 명이라 콤보도 두 개

우린 일단 하나만 주문했다


치맥콤보에 자몽 크림맥주까지 보니

차를 두고 올걸 잠시 후회가 됐지만

새벽에 집에 갈 때를 생각하니

그래도 이게 옳은 선택이라 믿으며

치맥은 다음 기회로~~~^^


혹시 에어컨 때문에 추울까 싶어

긴 옷도 준비하고

좌석도 벽 쪽으로 두 좌석만 붙어 있는 걸로 선택했다 (I열 16, 17)




우리가 볼 영화 세편은

굿바이 싱글, 타잔, 봉이 김선달이다



첫 영화는 굿바이 싱글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라

기대 만빵~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김혜수의 연기도 좋았지만

유치할 수도 있는 요소들을

코믹하게 풀어내는 대사와

조연들의 연기도 좋았다

녀석 또래의 아이들의 가슴

울먹이게 하는 잔잔한 감동도 있었고

녀석도 마지막엔

굿바이 싱글이 젤 재미있었다고 했다


온도가 떨어지니 춥기도 하고

혹시나 졸릴까 싶어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셨더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가져간 겉옷을 둘이서 이불처럼 덮고

두 번째 영화 타잔 시작!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터라

녀석과 옛날 타잔 얘기도 소곤소곤해가며

보고 있었다

그래도 아프리카의 자연과 원주민들

액션씬들이 꽤 볼만했다

녀석은 추운지 자꾸만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녀석과 오랜만에 손도 꼭 잡고

데이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무사히 두 번째 영화를 마치고는

마지막 콤보를 사들고 왔다

안 먹을 듯하녀석 두 번째 팝콘도 맛나게 다 먹었다


세 번째 영화는 봉이 김선달

유승호 때문에 꼭 보고 싶어 했던 녀석은

결국 도중에 잠시 졸았나 보다

어깨에 슬쩍 기대길래 그냥 뒀는데

나오면서 여자 주인공 나오는 부분을 놓쳤다며 웃었다

개인적으로 좀 유치하고

엄청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가볍게 유승호와 고창석 보는 재미로 본다면 별 세 개 반 정도는 될 듯싶다




이렇게 녀석과 나는

무비 올 나잇 미션을 완료했다


다음날 쉴 수만 있다면

한번 해볼 만한 멋진 데이트이다

연인끼리도 좋고

이렇게 모녀간에도 좋고

친구끼리도 좋은~~


물론 혼자서도 좋을 것 같다



햇살이 눈부신 새벽

집으로 돌아오면서

피곤함도 잊은 채

오랜만에 녀석과 나는

영화 얘기로 마음이 통했다


힘든 일이든 즐거운 일이든

함께 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내 나이 마흔둘,

이렇게 녀석 덕분에

멋진 추억을 하나 더 만들었다


"고마워, 딸~"



글, 사진: ko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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